심원섭기자 | 2024.04.24 10:55:43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 인선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일부 친명계(친이재명) 인사들이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여야 갈등 해소를 위한 가교역할의 적임자라고 호평하면서 ‘주호영 총리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2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주 의원이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여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해 직무대행만 여섯 차례 지낸 바 있는 주 의원은 지난 4·10 총선에서 6선 고지에 오른 당 원로”라며 “내가 초선 때 같이 상임위 활동을 해서 잘 아는 사이인데 굉장히 합리적이고 원만하신 분”이라고 호평했다.
이어 정 의원은 “주 의원은 유연하고 정치력도 있으시고, 다만 어쨌든 전형적인 대구·경북(TK) 출신 아니겠느냐. 그걸 뛰어넘어서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은 좀 있어 보인다”라고 말하자 사회자가 ‘개인적으론 그 정도면 (국무총리로) 괜찮은가’라고 질문하자 “굉장히 유연하신 분이며, 또 유능하다고 저는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번 총선에서 5선에 오른 정 의원은 전형적인 민주당 내 친명계 좌장으로서 이재명 대표가 당무를 직접 상의할 만큼 가까운 중진으로 꼽혀 개인의 입장 표명의 차원을 넘어 민주당 내 친명계의 긍정적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어 민주당 친명계인 박주민 의원도 이날 다른 한 라디오에서 사회자가 ‘주호영 총리설’에 대해 질문하자 “주 의원은 다른 국민의힘 의원보다는 훨씬 소통에 능하다고는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적인 생각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친명계 핵심 의원으로서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박찬대 의원도 다른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주 의원의 성정은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 하면서 후임 국무총리 요건에 대해 “지금의 총리와는 다른 모습을 분명히 보여줘야 할 그 정도의 성정과 실력은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반면, 친명계 등 민주당 의원들은 박영선 전 장관의 총리 임명설에는 대체적으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 의원은 “박 전 장관이 차기 총리 후보로 언급된 건 그냥 지나가는 일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된다”고 치부했으며, 정 의원도 “굉장히 유능한 분이지만 과연 내각을 총괄함에 있어서 각 부 장관들과 균형 있고 조화롭게 할 수 있을지 거기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는다”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이 주 의원을 호평하면서 꼽은 건 ‘유연함’으로 여야 소통에 높은 점수를 준 셈이어서 앞서 윤 대통령이 정진석 의원을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하자 소통에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불쾌함을 표현한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이 같은 민주당 친명계의 주 의원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를 대구·경북(TK) 출신인 주 의원의 총리설에 힘을 실어 국민의힘을 영남 지역 정당으로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현재 총선 참패의 수습 방안을 놓고 친윤(친윤석열)·영남 중진 중심의 관리형 비대위와 비윤계(비윤석열)·수도권 당선인을 중심으로 혁신형 비대위 사이에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주 의원을 추천하면서 내부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총리의 경우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 가운데, 민주당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호영 총리설’이 실제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에서 巨野가 반대할 경우, 국정 쇄신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총리 인선에 대한 야당의 비토권 행사를 최대한 경계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당내 비윤계의 목소리가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주호영 총리설’에 힘을 실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에서 “후임 총리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용산 초청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영수회담 준비)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얘기를 주고받아야 한다”라고 말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통해 야당의 협조와 의견을 구한 후 총리를 인선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