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랜드마크에 옥외광고 게재
갤럭시S 시리즈 출시 때와 비슷
왜? 경쟁사와 자존심 건 대결
“초반 흥행이 승패 좌우” 총력전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지난달부터 유동인구 많은 전국 20개 장소에서 옥외광고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서울 강남역, 스타필드 수원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곳들인데요. 여기서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일체형 세탁건조기인 ‘비스포크 AI 콤보’ 입니다.
기시감이 듭니다. 삼성전자가 주요 명소를 무대로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모습에서 갤럭시 S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매년 갤럭시 S 신작이 나오면 국내는 물론 해외 랜드마크까지 해당 광고로 그야말로 물이 듭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비스포크 AI 콤보’를 앞세운 전방위 마케팅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조금 과장해서 “갤럭시 S급 밀어주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죠. 이러한 주장은 과연 억측일까요?
홍보 방식만 두고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표면적으로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AI 콤보’를 유달리 미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고요. 왜냐면 ‘꿈의 가전’으로 불리는 일체형 세탁건조기의 시대가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초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요. 게다가 상대는 국내 양대 가전업체의 한 축인 LG전자이기도 하고요.
지난 2월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콤보’,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를 각각 출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LG전자가 선보인 제품은 출고가 690만원의 프리미엄 모델이라 가격 등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직접 비교가 어려웠습니다. 3월 들어 LG전자가 보급형인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경쟁의 서막이 올랐고요. 그제야 링에 오른 선수들의 체급이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비교는 ‘비스포크 AI 콤보’와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해야 적절합니다. 몇 가지 눈에 띄는 점만 보시겠습니다. 두 제품 모두 세탁과 건조 용량이 각각 25kg, 15kg으로 같고요. 인버터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LG전자는 하단에 4kg 용량의 통돌이세탁기인 ‘미니워시’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양사가 밝힌 소요 시간을 봐도 우열을 가리기 힘듭니다. 두 제품 모두 3㎏의 세탁물 기준, 세탁부터 건조까지 99분 만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출고가는 삼성전자 399만 9000원, LG전자 449만원으로 다소 차이가 납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라인업 추가
이렇듯 저마다의 경쟁력이 있으니 힘겨루기에서도 팽팽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활발한 마케팅에 나선 것도 무게 중심을 끌고 오려는 방식 중 하나로 보이는데요. 출시 이후 가시적 성과도 나오고 있으니 더더욱 밀어붙여야 할 시점이고요. 삼성전자에 따르면 비스포크 AI 콤보는 출시 3일 만에 1000대, 12일 만에 누적 판매량 3000대를 돌파했습니다. 주문이 밀려들자 광주사업장에 위치한 제품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기세를 타면서 마케팅 수위만 높인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세탁기와 건조기 상하 일체형 ‘비스포크 그랑데 AI 원바디 탑핏’과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건조기 2024년형 제품을 차례로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라인업을 다양화해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산입니다.
이무형 삼성전자 DA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비스포크 그랑데 AI 원바디 탑핏, 비스포크 AI 콤보 등 다양한 폼팩터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코어테크가 집약된 가전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어쩌면 아직 출발선에 놓인 세탁건조기 경쟁. 앞으로 어떤 레이스가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