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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터뷰] 최유안 소설가 “‘백 오피스’ 연대하는 마음, 독일 통일 차기작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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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민기자 |  2022.05.19 23:24:29

최유안 소설가 (사진=민음사)

"장편소설 ‘백 오피스’는 호텔과 마이스 업계에 대한 작품입니다. 연대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올해 민음사에서 첫 장편소설 <백 오피스>를 발표한 최유안 소설가. 최 소설가는 최근에 전남대 독일언어문학과 전임 교수로 부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최 작가는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대산창작기금 소설 분야 수혜자로 선정된 후, 조선일보에서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독일 지역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최 소설가는 19일 CNB뉴스와의 ‘아터뷰(아트와 인터뷰의 합성어)’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성이 친환경 문제의 핵심”이라며 “자본이 미덕이 된 문화에서는 여전히 소비를 부추기고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들과 공존할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차기작으로 청소년 소설을 작업했으며, 독일 통일 상황 속에서 한국인들을 다룬 장편소설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율리 체, 하인리히 뵐, 미셸 우엘백, 이언 매큐언의 작품도 추천했다.

 


<다음은 최 소설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백 오피스>에서 호텔과 마이스 산업, 에너지 기업의 현장을 다뤘습니다. 어떤 계기로 쓰게 됐습니까.

- 직장을 다니는 동안 호텔과 마이스 업계 분들과 일할 일이 많았습니다. 부딪히고 견제하면서도 서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 같다고 느꼈었어요.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한 즈음에 연대하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지 않을 수 없는 마음, 그것이 우리가 현실에서 직접 꾸려가는 공동체의 모습과도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고려하던 여러 소재 중에서 제가 잘 쓸 수 있으면서도,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이 소재를 골랐습니다.

최근에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가 중요한 화두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저는 지속가능성이 친환경 문제의 핵심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한 소비는 제가 늘 눈여겨보는 가치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필요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욕심내지 않는 소비 생활이 그것인데요.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당장 눈앞에 놓인 것들을 해결하느라 미뤄둔 가치들에 대해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기후변화가 이제는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는데도, 자본이 미덕이 된 문화에서는 여전히 소비를 부추기고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들과 공존할 수 없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쪽에서는 기후변화 담론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다른 쪽에서는 멈출 줄 모르는 욕심과 박탈감이 양산되는 것 아닐까요. <백 오피스>에는 이런 내용이 직접적으로 담겨있지는 않지만, 주인공인 홍지영의 회사가 친환경을 홍보하기 위해 수억 원을 들여 일회성 행사를 한다는 아이러니를 통해 상황적 모순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보통 맛>에 실린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는 난민 문제에 대한 중편소설입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미얀마 사태 등으로 발생한 난민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를 썼던 2017년에는 시리아 난민 문제가 전 유럽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우려감이 유럽연합 주요 국가들에 극우정당을 부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브렉시트에도 큰 영향을 끼쳤죠. 저는 당시 난민들을 환영하는 무리와 반대하는 시위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유럽 국가들의 모습에서 참담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난민 문제는 비단 한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교나 정치의 박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수많은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난민 유입에 대한 찬성 반대의 양립적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처럼 이 문제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면, 그것에 대한 다차원적이고 중장기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마치 혼자, 혹은 주변의 몇몇 사람들과만 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지만, 사실 80억 명을 향해 힘차게 내닫고 있는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과 이어져 있습니다.

최근 전남대 독일언어문학과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수업을 할 예정인가요.

- 제 전공은 독일 지역학이라는 학문인데, 독일과 유럽의 사회, 경제, 정치, 문화를 두루 살핍니다. 앞에서 질문 주신 난민 문제, 친환경 문제 등 사회 이슈를 독일과 유럽연합이 어떻게 다루는지 같은 것도 교과목에 편성되어 있어요.

그 밖에도 사회적 시장경제, 독일의 통상제도 같은 이론들도 다루고요. 학자의 입장에서 저는 독일을 연구하지만, 그와 더불어 전 세계가 다양한 문제들과 어떻게 공존해가야 좋을지 고민하며 수업을 하게 되면 저에게도 보람될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책은 무엇인가요.

- 제가 독문학을 전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일 소설가 중에서는 율리 체의 작품을 두루 좋아합니다. <새해>와 <잠수 한계 시간>, <어떤 소송>은 색이 완전히 다른데 읽고 나면 전혀 다른 감각으로 좋아요. 술술 읽히는 이야기 끝에 강한 질문이 남는 작품은 제가 좋아하고 창작할 때 지향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문제의식이 있다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갈등을 촉발시킬 여지를 내포하고 있기도 해서,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미셸 우엘백 <복종>, 이언 매큐언의 책들처럼 어느 방향에 서 있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책은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그런 종류의 소설이라면 가리지 않고 즐겨 읽습니다.

문제들을 고민하는 시간이 버거워지면, 내면 깊숙이 들어가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어 정신을 환기시킵니다. 이럴 때 제임스 설터의 책들이나 줌파 라히리의 글을 읽어요. 근래에는 한국 작가님들 소설을 압도적으로 많이 읽었는데, 매년 정말 좋은 한국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독자님들도 한국 소설들에 관심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나요.

- 우선 올해 봄과 여름에 앤솔러지가 나오는데요. 공교롭게도 두 권 다 청소년 문학 계열이었습니다. 청소년 문학은 제가 지금까지 했던 것과는 색깔이 달라서 흥미롭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단독 작품으로는, 제가 계획을 잘 지킬 수 있다면 내년 연말이 되기 전에 장편소설이 완성될 텐데요. 독일 통일을 배경으로 한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쓸 예정입니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도 내년 중에 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열심히 써서 좋은 작품 들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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