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기자 | 2021.05.22 10:35:00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 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이 가능하지만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그가 어떤 약속을 한다면 나는 그를 만날 것"이라며 "우리가 만나는 데 대한 약속이 있다면 이 약속은 그의 핵무기에 관한 논의가 있다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자신의 팀이 북한의 카운터파트와 먼저 만나고 나서 자신이 무엇에 관해 만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분명히 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김 위원장을 만나더라도 실무급 협상을 거쳐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확인한 뒤에 만나겠다는 기존의 상향식 접근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두 나라(한미)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긴장을 완화하는 실용적 조처를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의향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새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했다면서 "나는 미국이 우리 전략과 접근법에서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진행할 것임을 문 대통령에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이것(비핵화)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어떤 환상도 없다"며 "과거 4번의 (미국) 행정부가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목표"라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바이든은 21일(현지 시간)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외교적 관여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이 문제를 담당할 대북특별대표(Special Envoy for the DPRK)로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대북특별대표는 전임인 스티브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1월 퇴임한 이래 4개월 간 공석으로 있었다.
바이든, 한국 기업 투자에 "땡큐, 땡큐, 땡큐" … 윤여정 언급도
문대통령과 공동 회견 … 아시아계 증오범죄 거론하며 "솔직히 부끄러웠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 중 "나는 특히 여러 한국의 선도적 기업들이 미국 투자가 이익이 된다고 보고 있어 기쁘다"면서 삼성과 현대, SK, LG가 250억 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기업 대표들이 여기 계신 것으로 안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겠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자 박수가 쏟아졌고 바이든 대통령은 고맙다는 뜻의 '땡큐'를 세 차례 연발하며 "우리는 함께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일자리 확대 및 미국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성과다. CNN방송 등 주요 방송사가 생중계한 공동회견에서 한국 기업인들에 직접 감사를 표하는 한편 투자 유치의 성과를 홍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제분야 협력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를 막기 위한 증오범죄방지법에 서명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아주 솔직히 말하면 나는 부끄러웠다. 일부 미국인들이 행동하는 방식이 부끄러웠다"라고도 했다.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 및 차별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셈이다. 이 역시 한국 국민을 배려하는 동시에 다양성 존중에 대한 자신의 어젠다를 부각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또한 "한국 여배우가 올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탔습니다. 작년에 (한국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트로피) 4개를 가져간 데 이어서 말이죠“라며 한국 문화 산업에 대한 찬사 발언도 했다.
美, 한국군 55만에 백신 지원 …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군 55만명에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미군이 한국군과 자주 접촉하고 있는 만큼 양국 군대의 안전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역사를 보건분야로까지 확대한 뜻깊은 조치"라며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가진 백신개발 능력과 한국이 가진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을 결합해 백신 생산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백신을 전 세계에 더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주요 백신 생산 업체와 한국의 첨단기업 간 협력을 통해 백신의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에도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기쁜 마음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미사일지침 종료는 최대 사거리 및 탄도 중량 제한이 해제된다는 뜻으로, 이로써 한국은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게 됐다.
양 정상은 해외 원전 시장의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문 대통령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