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신작영화 <버닝>의 주연배우 스티븐연이 욱일기 사진에 ‘좋아요’를 표시한 점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다가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영화계 등에 의하면 한국계 헐리우드 배우 스티븐연은 조 린치 감독이 11일 자신의 SNS에 올린 욱일기를 입은 소년의 사진에 ‘좋아요’ 표시를 했다.
이후 논란이 되자 스티븐연은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어와 영어로 이에 대해 사과했다. 스티븐연은 한국어로 “최근 제 동료의 어린 시절 사진과 관련해 사진 속 상징적 이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실수를 만들었다”며 “저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상처 입으신 분들에게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티븐연은 영어 사과문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억울함도 일부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에서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며, 인터넷 세상이 취약하고 우리를 표현하는 데 이런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슬프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스티븐연의 사과문 게재 이후에도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계속 달리자, 스티븐연은 자신의 SNS에 올린 사과문을 40분 만에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에 대해 한국 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건의 발단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연이 자신의 출연작인 영화 ‘메이햄’을 연출한 조 린치 감독의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는데, 조 린치 감독이 어린 시절 욱일기로 만든 옷을 입고 있던 사진이기 때문에 현재 큰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한국어 사과와 영어로 된 사과가 확연히 다른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며 “한국어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영어 사과문에서는 인터넷 상에서의 실수 한 번으로 사람을 재단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글을 올렸다는 것은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지난 10년 간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쳐온 저로서는 이번 영어 사과문은 그야말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말 실수였다고, 이번 계기로 욱일기에 대한 뜻을 정확히 알았고 다시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영어 사과문을 진심으로 올렸다면 이렇게까지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