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2007년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감사를 맡으면서 ‘제가 바로 무능한 낙하산입니다: 공기업감사 표준 매뉴얼’이란 별난 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던 강 의원은 감사직을 마치자마자 바로 연해주로 날아갔다.
그가 연해주로 간 까닭은 ’해외 농업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자신의 몸으로 증명해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감사를 맡으면서 그는 이런 질문을 품는다. “자국의 농토가 엄청나게 넓은 강대국들이 앞다퉈 미개발 국가의 농지를 경쟁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 농정 관계자들은 ‘우리 농촌도 어려운데 무슨 해외 농업 개발이냐. 해외 농업 개발로 성공한 사례가 있냐’며 이를 철저히 외면한다. 통일 한국 이후의 남북한 식량 문제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으면서….”(강동원 저 ‘철밥통 공기업’ 274쪽)라는 의문이었다.
남한의 장래 식량 사정을 위해서도, 그리고 장래 통일 한국의 식량 공급을 위해서도 연해주에서의 성공적 영농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는 연해주로 갔고, 2008년 4월 현지 법인 ‘아로-프리모리에’를 직접 설립하고 경영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흑자 경영 성과를 낸 뒤 그는 “나는 연해주 농업의 경제성이 있음을 증명했다”고 자신의 책 ‘연해주 농업 진출의 전략적 접근’을 통해 선언한다.
이 책은 강 의원의 2년간 영농 경험을 풀어 놓으면서, 연해주 농업에서 당장 한국 기업이, 그리고 장래 남북한이 공동 영농을 성공시킬 노하우를 제시한다. 다음은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이다.
우선 강 의원은 연해주 농업 진출이 그간 실패 투성이었던 원인을 분석한다. 1992~2010년까지 20개 한국 업체가 연해주 농업에 진출했지만 10개 업체가 영농을 중단했으며, 현재 남아 있는 업체들 중에서도 제대로 흑자를 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강 의원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아니다”면서 “연해주에서 생산한 쌀의 미질이 중국-일본쌀보다 떨어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있지만 생산한 곡물을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없다. 높은 관세가 문제라기보다는 국내에 반입할 만큼 물량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 영농 기업의 현지 진출 실패 사례를 분석하면서 그는, 현지 한인 브로커의 농간에 기업들이 놀아난 사례들을 낱낱이 밝혀낸다. 브로커의 근거없는 장밋빛 전망을, 정부기관들이 무책임하게 조사도 하지 않고 인용하고 또 인용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줄줄이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그는 “일본처럼 정부가 철저한 사전조사를 실시한 뒤 투자설명회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기관이 공적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민간 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만 한국의 정부와 공공기관은 이런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질타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성공 노하우를 털어놓았다. 그는 우선 ‘인간적인 친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러시아 노동자들과 자주 접촉하고 많이 소통할수록 노동생산성이 향상된다. 파종기와 수확기에는 매일 밭에서 늦은 밤까지 고락을 함께하고, 여성의 날 등 국경일에는 그들의 전통대로 선물을 주는”(151쪽) 노력으로 러시아 노동자들과 일체감을 높여나가고, 그들의 의욕을 북돋아줬다.
생산된 곡물을 러시아인 트럭 운송기사가 중도에 빼돌리는 사례가 빈발함을 발견한 그는, 독자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한다. 트럭에 수확 곡물을 실은 뒤 송장 2부를 작성해 트럭 운전기사에게 준다. 창고에 도착한 운전기사는 저울대에서 곡물을 계량해 납입한 뒤 송장 1부를 창고의 한국인 주재사원에게 확인을 받아 제출하고, 나머지 1부는 강 사장에게 제출토록 함으로써 운송 과정에서의 도난을 100% 예방할 수 있었다. 독자적인 해결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발상과 실행력이었다.
그는 한국 농업이 연해주에서 채택할 수 있는 여러 개선책도 제안했다. 다음은 그 제안들이다.
△연해주의 기초 농업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농업 관련 사업의 진출 전망은 매우 밝다
△러시아의 농기계 현실은 아주 열악하다. 러시아 농기계 업체는 자국 농기계 수요의 4~5%만 공급하며, 나머지는 미국-유럽 등지에서 수입해 공급한다. 그러나 농기계 수입업체들의 폭리가 심하다. 따라서 한국의 농기계 업체가 연해주에 진출해 적기에 정상적인 가격으로 농기계와 부품을 공급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러시아 농기계 업체의 폭리 관행을 해소하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농업 기업들은 10% 정도의 원가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영농 기업들은 농기계와 부품에 대한 공동구매 방식을 택해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
△한국에선 대두를 생산하지만 연해주에선 소두를 생산한다. 연해주에서 생육이 가능한 대두의 종자개량에 성공한다면 30% 이상 다수확이 확실하게 보장된다. 농촌진흥청은 한국산 대두가 연해주에서 경작될 수 있도록 시험포를 운영해야 한다.
△연해주에 한국 자본의 비료공장이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지의 한국자본 비료공장은 연해주 내에서 성공할 수 있음은 물론 인접한 중국 동북3성 지역에도 비료를 수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연해주에는 배합사료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없다. 그러나 사료의 원료인 대두, 대두박, 옥수수, 귀리, 보리 등의 곡물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해 배합사료 생산에 매우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배합사료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연해주에서의 해외 농업 개발이 단지 농사 차원에서가 아니라, 남북통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는 역사적 문제 때문에 한국, 중국, 일본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중장기적인 아-태 시대의 동반자로서 통일 한국의 출현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진정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진단한다.
이를 위해 그는 “총리가 위원장이 되는 남-북-러 경제협력위원회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이 위원회가 가스 등 협력 가능한 자원 개발을 총괄하고 그 아래 농업협력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런 전략을 통해 처음에는 남-북, 한-러 협력관계를 진행시킴과 동시에 마지막 단계에서 남-북-러 3국이 농업 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강 의원의 복안이다.
남-북한 양국이 직접 협상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중립적 입장을 가진 러시아가 관여해 남-북-러 3국의 협상 테이블이 열리면 남북의 협력과 상생전략을 마련하는 데 훨씬 용이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