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시민협의회가 첫 회의부터 파행을 겪었다.
인천시는 26일 오후 시청에서 서구지역 시민단체 대표 등 각계각층 16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수도권매립지 정책 전환과 개선을 위한 시민협의회’를 열었다.
협의회는 인천·서울·경기·환경부 등 매립지 4자협의체가 지난 9일 매립지 지분과 관리공사 관할권을 인천시에 양도하기로 합의한 이후 인천시의 대응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그러나 협의회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 시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새누리당 측도 협의회에 불참해 전체 위원 27명 중 16명만이 회의에 참석, ‘반쪽’ 협의회로 첫발을 내디뎠다.
새정치연합 인천시당과 시민단체들은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시민협의회를 들러리로 세우려는 것 아니냐며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협의회가 열리는 동안 새정치연합 인천시당은 매립지 종료 특별대책위원회 주도로 인천시청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김교흥·신동근 전 정무부시장이 특별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농성과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협의회가 정치적으로 편중됐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도권매립지 현안에 대한 책임은 송영길 전 시장의 민선5기 집행부에도 있는데 시민에게 사과는커녕 모든 책임이 유 시장에게 있는 것처럼 선동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했다.
매립지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매립지의 사용 종료 시점이다.
그러나 서울시·경기도·환경부는 현재 매립지의 시설 용량을 고려, 2044년까지 사용 기간 연장을 요구하며 파격적인 혜택을 인천시에 제공하기로 한 4자 협의체 합의를 인천시가 수용하면서 매립지 사용 연장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20여년간 소음과 악취로 환경 피해를 겪은 쓰레기 매립지 사용 연장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역 여론이 악화하자 사용 종료 문제를 포함해 매립지와 관련한 모든 현안을 시민의 입장에서 해결하겠다며 시민협의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협의회는 전체 위원의 40%가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지역 여론을 대표하는 기구로서의 기능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회의에서 “4자협의체 합의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은 별로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현안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시민 의견을 진솔하게 경청해 매립지 현안을 풀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