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으로 예정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늘 북한을 방문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왕 부장이 북한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도 동일한 시점에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왕이의 방북은 2019년 이후 6년 7개월 만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5월 중순 예정)을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의제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기에 중국이 북중 간 사전 조율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왕 부장은 평양에서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예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북중 간 교류가 한반도에서의 긴장 완화 및 평화 실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랬다 저랬다 반응' 왜?
한편, 북한 문제 전문가인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9일 아침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중정상회담을 앞둔 왕이의 방북은 ‘북한과 모종의 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왕이가 평양에 이어 서울에 오도록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북한과의 대화와 평화정착에 바늘구멍이라도 내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지금처럼 대통령만 나서고 휘하 관계자들은 나몰라라 하는 상태가 계속되면 바늘구멍도 내기 힘들다”며 현 정부의 대북 관계자들을 질타했다.
정 전 장관은 다음 사례를 들며 “한국 대북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2월 10일 북한으로의 한국군 무인기 침투를 사과하자 이틀 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은 우호적 메시지를 내놨다.
△하지만 3월 9~19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없이 실시키로 하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월 26일 “(한국의)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비난했다.
△두달 뒤인 현재도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무인기 침투를 다시 사과했고 다음날 김여정 부장이 다시 우호적 메시지를 냈지만, 바로 하루 뒤인 8일엔 북한 외무성 대남 책임자인 장금철 제1부상이 “한국의 개꿈같은 소리는 멍청한 바보들의 희망 섞인 해몽”이라 비난하는 발언이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됐다.
“필요하면 실무진 교체” 요구
정 전 장관은 “한미연합훈련은 우리에겐 일상사지만 북한에겐 비상사태”라며 “우리가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면 북한 실무자들은 ‘한국이 바뀌었다’고 보고했다가 큰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과 실무진이 대북 정책에 일관성을 유지한 덕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이 대통령만 앞서나갈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대통령 지시를 안 따르는 실무진을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왕이 외교부장의 방북으로 ‘미중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지고, 이어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 노선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