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매체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외교 현안 등에 대한 중도적이고 학술적인 의견을 주로 싣는 ‘디플로매트’가 지난달 29일 ‘김건희 리스크는 한국 대통령에게 시한폭탄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주목된다.
이 기사는 일본 매체 ‘재팬 포워드(Japan Forward)'의 기자 요시다 겐지와 일본 레이타쿠 대학의 교수 제이슨 모건이 함께 쓴 것이다.
이들 집필진은 한국의 지난 총선을 앞두고 3월에 같은 논조의 기사, 즉 ‘김건희 리스크’가 한국 총선에서 여당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기사를 썼으나 한 매체(‘디플로매트’가 아닌)가 게재를 거부했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외신조차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공개 언급을 꺼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총선 이전에 자신들이 내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시정이 윤석열 정권에 의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총선에서 여당이 대파하고 이어 현재의 상황에 이른 한구의 상황을 개괄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보수 진영에서조차 김 여사가 당의 운명을 좌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의심하는 식견 있는 관찰자는 없다 △제대로 작동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법치주의는 지도자와 그의 친족을 포함한 모든 이가 동일한 기준과 법에 따라 책임을 질 때만 번성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점을 지적했다는 사실이다.
‘김 여사 리스크’를 보수 세력이 너무 안이하게 처리해 왔다는 점, 그리고 ‘공정과 상식’이란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대응을 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진단이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 번역이다.
'김건희 리스크'는 한국 대통령에게 시한폭탄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큰 정치적 리스크는 다름 아닌 그의 아내와 그녀와 관련된 수많은 스캔들이며,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리스크'는 한국 정치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어다. 일반적으로 이 단어는 정치인의 의제나 평판을 해칠 수 있는 인물이나 사건을 지칭할 때 그 이름이나 사건 뒤에 붙는다. 예를 들어 '이재명 리스크'는 야당 대표가 직면한 법적 문제와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결과를 함축하고 있다.
물론 이재명만이 이러한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2022년 5월 용산(한국의 백악관에 해당)에 입성할 당시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그의 대통령직은 지금까지 '김건희 리스크'로 통칭되는 영부인과 관련된 스캔들에 가려져 왔다.
이러한 스캔들에는 김 여사의 석사 논문 표절 의혹과 나이트클럽 접대부 경력, 그리고 더 심각한 혐의인 김 여사와 그의 어머니가 한국의 수입차 회사인 도이치모터의 주가를 조작하여 과도한 이익을 얻었다는 의혹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가장 악명 높은 사례는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9월, 김 여사가 한국계 미국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최 목사가 비밀리에 촬영한 영상에는 김 여사가 300만원(2,250달러) 상당의 크리스찬 디올 가방을 받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은 2023년 11월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인 서울의 소리를 통해 공개되었다.
처음에 김 여사와 명품 가방에 대한 소식은 대중으로부터 엇갈린 반응을 얻었다. 정치권 또한 예상대로 당파적 입장으로 나뉘었다. 윤 대통령의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정치적 함정'이라고 일축한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공식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2024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동요가 커져갔다. 영부인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국민의힘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과 윤 대통령의 당내에서 나온 자체 정리 요구로 인해 대통령은 이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2월 7일, 한국의 설날을 며칠 앞두고 KBS는 대통령과의 사전 녹화된 단독 인터뷰를 방송했다.
안타깝게도 스캔들에 대한 대통령의 7분간의 설명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윤 대통령은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조치에 대해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영부인의 활동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한 그의 답변은 기껏해야 성의가 없어 보였다. 명확한 답변을 구하며 한 시간 반 동안의 인터뷰를 지켜본 많은 이들은 불만족스러웠고 더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KBS 인터뷰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이 아내와 관련된 상황을 해명하거나 향후 정책 방안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헛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터뷰 방송 전날인 2월 6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가방 스캔들'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응으로 김 여사의 사과를 꼽았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6%가 이 사건을 조사가 필요한 부패로 보았다.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 모두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고, 대통령실은 공식 조사에 대한 대중의 요구를 무시했다.
3월 초, 우리는 윤 대통령과 그의 당이 이 스캔들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으면 총선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는 칼럼을 공동 집필했다. 이 기사는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 언론사(디플로매트가 아님)에 의해 기각되었다.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하에서 내부 갈등과 수개월간의 지지율 하락에서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한 유명 여론조사 기관은 심지어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의 결정적인 승리를 예측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와 다르게 주장했다.
그리고 선거일이 왔다.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결과는 윤 대통령의 당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이 국회에서 슈퍼 여당이 되는 것을 막을 정도의 득표만을 확보했다. 물론 모든 책임을 영부인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조차 김 여사가 당의 운명을 좌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의심하는 식견 있는 관찰자는 없다.
당시 우리는 김건희 리스크를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여전히 사실이다. 4월 선거 패배 이후에도 영부인은 계속해서 충격적인 이야기들로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9월에는 뉴스토마토가 김 여사가 2022년 재보궐선거와 2024년 총선 후보 공천 과정에 불법적으로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최초 보도와 주류 언론의 후속 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여론조사 기관과 연계된 인물인 명태균과의 인맥을 이용해 후보 공천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점에서 보수 지지자들과 정치인들은 윤 대통령 임기 남은 2년 반 동안 어떤 폭탄이 더 터질지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의 스캔들은 결국 현 정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는 이러한 추세를 잘 보여주는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그들의 불만이 김 여사와 관련된 지속적인 문제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똑같이 우려스러운 것은 대통령이 배우자의 비위 행위를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정당화하는 것이다. 정치인과 재계 인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이끌었던 검사로서의 한때 확고했던 윤 대통령의 이미지는 오늘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비위 혐의가 자신의 가족과 관련될 때, 대통령은 명백히 다른 잣대로 행동한다. 이는 김 여사에 대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 도입 법안에 대한 압도적인 대중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것(최근 10월)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2022년 5월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은 자유, 법치, 인권을 국가의 기본 가치로 강조해왔다. 특히 법치주의는 그의 많은 연설에서 중심 주제였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법치주의는 지도자와 그의 친족을 포함한 모든 이가 동일한 기준과 법에 따라 책임을 질 때만 번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