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일주일 평가] 최악의 정쟁에 '민생' 실종

심원섭 기자 2024.10.14 10:46:39

22대 국회 첫 국감 일주일…‘김건희·이재명 블랙홀’에 민생 ‘실종’

野 ‘김건희 심판본부’ 띄워 총공세…與 ‘이재명 사법리스크’ 맞불

 

지난 7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일주일이 지났으나 당초 여야가 외쳤던 ‘민생 국감’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기승전 ‘김건희 국감’과 ‘이재명 국감’으로 변질되면서 정쟁만 더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이마저도 새로운 내용도 없이 기존 이슈를 재탕·삼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정책을 검증하는 활동으로 ‘의정 활동의 꽃’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 등을 정조준하며 총공세를 벌였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로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는 등 곳곳에서 충돌하며 대치 국면만 이어갔다.

특히 국감 첫날인 지난 7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여야는 김 여사 의혹 관련 증인의 출석을 놓고 극심하게 대립한 끝에 파행됐으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탄핵 심사 중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출석을 놓고 맞붙어 동행명령장 발부를 주장한 범야권의 압박에 ‘굴복’한 이 위원장이 이날 오후에 과방위에 출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범야권의 공세에 국민의힘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재판들이 대부분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화력을 집중하는 등 ‘이재명 리스크’를 정조준했다.

그리고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야당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을 추궁했으며, 국민의힘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며 방어에 주력하는 양상이 이어지는 등 이러한 여야의 맞불 공세는 공휴일인 지난 9일에만 잠시 쉬었을 뿐 지난 주말 내내 또다시 국감장 곳곳에서 고성과 감정싸움이 터져 나오는 등 일주일 내내 이어졌다.

닷새째를 맞는 11일 행안위의 경찰청 대상 국감에서 야당은 김 여사의 마포대교 순찰 논란을 집중 겨냥했으며,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의 음주 운전 논란을 집중 공격하는 등 여야의 정쟁은 멈출 줄 몰랐다.

심지어 여야는 증인의 마스크 착용 여부, 피감기관장의 과거 발언 등 국감 질의 내용과 관계없는 사안으로 곳곳에서 고성 등 감정싸움을 벌여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처럼 여야가 정치 공방에 집중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는 자연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장 여야는 대법원을 상대로 한 법사위 국감에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검찰 구형의 적정성을 두고 종일 입씨름만 벌였으며, 딥페이크 방지 정부 대책을 따져 물어야 할 과방위에서도 야당이 방통위 이 위원장의 법카 유용 의혹을 문제 삼자 국민의힘은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여사의 법카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등 때아닌 법인카드 공방만 오갔으며, 의정(醫政) 갈등 해법에 머리를 맞대야 할 복지위에서도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응급 의료 헬기 이송 특혜’ 논란을, 야당은 김 여사 마포대교 순찰의 부적절성을 따지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김 여사가 지난해 10월 KTV 무관중 국악 공연을 둘러본 것을 두고, 야당이 ‘황제관람’이라고 비판하자 국민의힘은 과거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끄집어내 ‘황제 의전’이라고 맞불을 놓는 등 여야 간 공방이 오갔으며,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서도 야당은 김 여사가 대통령 전용 KTX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는 특혜 의혹을 새롭게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김건희-이재명 국감’ 행태는 오늘부터 시작될 법사위·과방위·행안위 등 12개 상임위원회 등 국감 2주 차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난타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문화방송(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감이 예정된 과방위에서도 여야는 KBS의 수신료 분리 징수, 보도 편향성 논란 등을 놓고 양보 없는 공방을 펼칠 전망이며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대상 산업위 국감에선 체코 원전 수출을 둘러싼 금융 지원 의혹,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두고 여야 격돌이 예상된다.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학자는 14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감사는 정쟁 요소를 제쳐놓고 가장 어려운 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장이어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을 살피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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