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기자회견 "‘김건희 명품백’ 사과하지만 ‘특검’은 안돼"

“채상병 수사 납득 안되면 먼저 특검 하자고 할 것…총선 참패, 국정운영 부족”

심원섭 기자 2024.05.09 12:14:43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두고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며 처음으로 사과했으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다루는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모순으로 정치 공세”라며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고, 야당에서는 김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초에 KBS 대담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7일 방송된 대담에서 “좀 아쉬운 점은 있다”고 말한 것보다는 명확하게 사과의 뜻을 밝힌 셈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입장을 언급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해 ‘수사지침’을 내린다는 논란도 일으키지 않으려는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는 “지난 1월 재의요구(거부권)를 했지만, 지금 야당도 집권 시기에 어떤 특검 여론이 비등했을 때는 늘 주장하는 것이 검찰 또는 경찰 수사가 봐주기 의혹이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특검을 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으로 특검 여론을 늘 반대해 왔다”면서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일단 정해진 검, 경, 공수처 이런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도이치니, 하는 이런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에서 한 2년 반 정도 사실상은 저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서 정말 치열하게 수사했다. 그런 수사가,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저는 거기에 대해서 (야권에)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를 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그럼에도 ‘김건희 특검’을 주장하는) 그 자체가 모순”이라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20여 년 넘도록 여러 차례 특검을 운영해왔지만, 여야가 의견일치를 보고 해온 것”이라며 “그 특검에 대해선, 할 만큼 해 놓고 또 하자는 것은 그야말로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어떤 면에선 정치 공세, 정치행위 아닌가.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은 여전히 갖고 있다”고 밝혔다.

 

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는 “이런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진상규명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채상병)순직 소식을 듣고 국방부 장관에게 질책을 했다. 앞으로 대민 작전을 하더라도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전하면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 대해서는 “수사 관계자나 향후 재판 관계자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어떻게 이 사건을 대충 (수사)할 수 있겠느냐.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거나 약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단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고 수사 관계자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좀 믿고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여당 참패로 나타난 4·10 총선 결과에 대한 질문에 “총선은 정부에 대한 그간의 국정운영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며 “제가 국정운영을 해온 것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을 만나 자유 형식 기자회견은 지난 2022년 8월 이후 631일 만이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제가 미흡했던 부분들을 생각하고 부족한 부분이 뭐였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결국 민생에 있어서 아무리 노력했더라도 국민들께서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과 국민들께 설명해드리고 소통하는 게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을 더 자주 갖고 언론을 통해서 또 국민들께 설명하고 이해시켜드리고 저희가 미흡한 부분을 부족한 부분도 솔직히 말씀드리는 이런 기회를 계속 가져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언론과의 소통을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야당의 국정기조 전환 요구에 대해 “시장경제와 민간주도 시스템으로 우리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더욱 소통하는 정부, 또 민생에 관해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는 정부고 바꿔야 한다는 기조 변화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시장경제, 민간주도 경제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뜻을 설명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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