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로들이 17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 주재로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4·10 총선 패배와 관련해 “이번 총선 참패의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독신, 그리고 우리 당의 무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고 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에 대해 작심하고 쓴소리로 질타했다.
윤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선거 결과가 좋지 못해 송구스럽다. 혹독한 평가를 되새기며 무엇을 고쳐야 하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성찰해 당을 바꾸는 데 당력을 모으고 있다”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당을 정비해 22대 국회를 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당이 단합하는 쪽으로 가야지, 서로 찢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통합’을 강조하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차기 당 대표와 관련해서도 “통합하고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며, 후임 국무총리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에 대한 제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당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한발 늦은 판단, 의정 갈등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독선적 모습들이 막판 표심에 나쁜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3년 후 대선에서 꼭 이겨야 한다. 우리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은 정권을 빼앗길 것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커졌다. 대통령이 확실히 바뀌고 우리 당도 유능해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 전 의장은 후임 국무총리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해 “총리가 민생을 잘 돌볼 수 있는 경제통이었으면 좋겠고, 대통령에게 언제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중심 잡힌 인물이 선임 되기를 바란다. 여야가 다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을 물색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실 스태프들이나 주변 분들에게 언로를 열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자유 토론식 이상으로 말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많은 지혜를 가져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리고 정 전 의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이제 대통령만 쳐다보는 정당이 돼선 안 된다. 필요하다고 생각될 땐 직언하는 당이 되어주길 바란다. 이제 정말 국민을 보고 하는 정치를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우리가 의석은 적지만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과 늘 대화하고 협치도 할 수 있는 당으로 바꿔야 하며 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야당 대표도 만나도록 권유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2년 전 정권을 잡았던 초심으로 되돌아가서 윤 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치 철학에 좀 더 적극적으로 호소를 했으면 한다”고 지적하면서 전날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관련해 “전체 언론 보도를 보면 일관적으로 여기(대통령 메시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불통 이미지를 가져갔다. 국민 앞에 당당하게 그때그때 기자회견 해서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 고문은 “총선 결과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석수가 크게 벌어졌지만, 전국 득표율로는 5.4%p 차이에 불과했다”면서 “소선거구제의 맹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품고 있는 잘못된 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리고 유흥수 상임고문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의 방향은 옳다고 보는데 그것을 집행하는 방법, 국정운영 스타일을 국민이 별로 안 좋아한다”며 “국정 스타일을 좀 바꿔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