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효자’로 돌아온 두산에너빌리티, 친환경·신재생 ‘양날개’ 펼쳤다

정의식 기자 2023.05.17 10:00:38

채권단 관리 졸업 이후 고속 성장
‘소형모듈원전’으로 해외시장 공략
연이은 수주로 역대급 실적행진 중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2022년 11월 15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 내 원자로 헤드 앞에서 원전 모형을 보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두산그룹)

한때 두산그룹의 ‘골치거리’였던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해부터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개월의 채권단 관리체제를 거치며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한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원자력·화력 발전사업에 더해 소형모듈원전(SMR), 수소해상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까지 확대하며 그룹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CNB뉴스=정의식 기자)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두산에너빌리티(舊 두산중공업)가 새해 들어 연일 수주 소식을 알리며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1962년 현대그룹 산하로 설립된 ‘현대양행’이 모체다. 1980년 공기업 ‘한국중공업’으로 바뀌며 대우그룹 소속이 되었다가, 지난 2001년 민영화와 함께 두산그룹에 인수돼 ‘두산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꾸준히 성장하던 두산중공업은 2014년부터 시련을 겪었다. 자회사 두산건설의 부실을 막기 위한 유상증자 및 현물출자에 대한 금융부담이 커지고,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 등으로 인해 수주도 줄면서 장기간 경영 위기를 겪어야 했다.

 

2021년 3월 두산중공업이 미국에 첫 수출한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 제작 공정.(사진=두산에너빌리티)

특히 2020년 들어서는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이 경색되자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긴급자금 3조 원을 지원받으면서 채권단의 관리하에 놓이게 됐다. 이후 두산그룹은 3조 1000억 원 규모의 자산 매각과 3조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그룹 사옥 및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2022년 2월 28일 23개월간의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할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2007년 인수한 건설기기 전문회사 ‘두산밥캣’이 꾸준히 실적을 늘리고, 두산중공업도 구조조정에 성공하면서 2021년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이후 2022년 3월 29일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하고 화력·원자력·신재생 에너지와 물관리 플랜트 분야에 주력해왔다.

 


美기업과 협력해 공급량·기술력 모두 확보



2022년 들어 두산에너빌리티는 매출 15조 4433억 원, 영업이익 1조 1073억 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두산밥캣과 함께 두산그룹 실적 개선의 1등 공신이 됐다. 2021년보다 매출은 40.5%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7.4%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두산에너빌리티는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에 매출 4조 410억 원, 영업이익 3646억 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5.0%, 90.7% 늘어난 수치다. 신한울 3·4호기 등 대형 원전사업의 재개와 소형모듈원전(SMR) 수주가 본격화된 덕분으로 분석됐다.

1분기 수주량은 4조 3049억 원으로, 올해 목표 8조 6000억 원의 50%를 이미 넘어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기회에 SMR 등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바짝 고삐를 조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 주요 기업들과의 SMR 사업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는 미국의 SMR 전문기업인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다. 이 회사는 전세계 SMR 기업 중 가장 기술 수준이 높고 상용화에 앞장서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년 국내 업체들 가운데 가장 먼저 뉴스케일파워와 지분투자를 통한 협력관계를 맺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4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글로벌 시장 SMR사업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뉴스케일파워 존 홉킨스 사장,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 한국수출입은행 윤희성 은행장.(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SMR 기자재 우선 공급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3월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첫 SMR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UAMPS의 CFPP(Carbon Free Power Project) 발전소에 사용될 SMR 소재를 제작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소재 제작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두산에너빌리티, 뉴스케일파워, 한국수출입은행 3자가 공동으로 글로벌 SMR사업 확대를 위한 기술, 금융 및 제작공급망 지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첨단산업·청정 에너지 파트너십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협약을 통해 3사는 뉴스케일파워의 SMR을 세계시장에 보급하기 위한 기술 지원, 마케팅, 현지 공급망 개발, 수출 금융 등에서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월 미국의 4세대 고온가스로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와 지분투자 및 핵심기자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이어 미국 NAC(Nuclear Assurance Corporation) 사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 개발한 한국형 사용후핵연료 금속저장용기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승인을 취득하는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도 본격 착수



국내 원전 사업도 발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 15일 두산에너빌리티는 창원 본사에서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의 초기 제작 현장을 선보였다. 자체 용광로를 통해 생산한 200톤 규모의 합금강을 1만 7000톤 프레스로 단조작업을 진행해 증기발생기 제작에 필요한 소재를 만드는 과정이다. 1만 7000톤 프레스는 높이 23m, 너비 8m로 4개 기둥(4 column) 방식의 프레스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15일 두산에너빌리티 창원본사 단조공장에서 진행된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식’에 참석한 정부와 지자체, 발주처, 두산에너빌리티, 협력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두산에너빌리티)

완성된 증기발생기는 높이 약 23m, 무게 약 775톤에 이른다. 중형차 520여 대 무게에 해당된다. 이 외에 높이 약 14.8m, 무게 533톤에 달하는 원자로, 길이 70m, 무게 3110톤의 터빈발전기를 비롯해 원전계측제어설비(MMIS, Man-Machine Interface System), 원자로냉각재펌프(RCP, Reactor Coolant Pump) 등 주요 기기를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해 신한울 3·4에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한국수력원자력과 약 2조 9000억 원 규모의 신한울 3·4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경북 울진군에 건설되는 신한울 3·4는 각각 2032년과 2033년 준공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에 이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신 정부와 지자체, 발주처, 협력사를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원전 생태계 활성화의 기운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도록 노력하고, 이를 통해 해외 원전 수출을 위한 팀 코리아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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