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현장] 식품업계, 가격 인상의 끝은 어디일까

전제형 기자 2022.09.28 09:31:48

1차·2차·3차…끝모를 제품가 인상 랠리
라면·간편식 이어 흰우유 인상 ‘초읽기’
인플레 앞에 가격인상 한동안 계속될듯

 

농심과 팔도에 이어 오뚜기까지 라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날이 팍팍해지고 있다. 한 소비자가 경기 김포시 소재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전제형 기자)

라면, 과자, 캔햄 등 각종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폭등하며 재료 수입단가가 올라 식품업계의 원가부담이 가중됐기 때문. 이에 식품기업들이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오뚜기는 다음 달 10일부터 라면류의 출고가격을 평균 11%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13년 만에 가격 조정을 한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대표 제품인 진라면은 620원에서 716원으로 15.5% 오른다. 진비빔면이 970원에서 1070원으로, 진짬뽕은 1495원에서 1620원으로 각각 10.3%, 8.4% 인상되고 컵누들은 1280원에서 1380원으로 7.8% 조정된다.

팔도도 내달 1일부터 라면 12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공급가 기준 주요 제품의 인상폭으로는 팔도비빔면 9.8%, 틈새라면빨계떡 9.9%, 왕뚜껑 11.0% 등이며 유통점에 따라 실제 소비자 판매가격은 다를 수 있다.

앞서 농심도 지난 15일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 바 있다. 출고가격 기준 주요 제품의 인상폭은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꿀꽈배기 5.9% 등이고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의 가격은 820원으로, 새우깡의 가격은 1100원에서 1180원으로 조정됐다.

 

식품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은 라면뿐만 아니라 과자, 육계, 캔햄 등 식품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전체 60개 생산제품 가운데 파이, 스낵, 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주요 제품별 인상률은 초코파이 12.4%, 포카칩 12.3%, 꼬북칩 11.7%, 예감 25.0% 등으로 편의점 판매가격 기준 12개들이 초코파이 한 상자의 가격은 4800원에서 5400원으로 12.5% 올랐다.

롯데제과는 4월 일찌감치 일부 초콜릿, 빙과류의 가격을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빼빼로는 권장소비자가격 기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3% 올랐다. 해태제과는 5월 홈런볼, 맛동산 등의 가격을 10.8% 인상했다.

대상은 이달부터 가정간편식(HMR) ‘안주야 무뼈닭발’의 편의점 가격을 8900원에서 9500원으로 6.7% 올렸다. 또 조미료 제품 ‘미원’(100g)의 편의점 가격도 2400원에서 2700원으로 12.5% 인상했다.

사조대림은 비슷한 시기에 닭가슴살 ‘마일드·블랙페퍼’(100g) 2종의 편의점 가격을 3300원에서 3700원으로 12.1% 올렸고, 하림도 닭가슴살 ‘갈릭·블랙페퍼’(110g) 2종의 편의점 가격을 3400원에서 3700원으로 8.8% 인상했다.

 

소비자들이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가공식품코너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전제형 기자)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스팸 클래식(200g)의 편의점 가격을 4480원에서 4780원으로 6.7% 올렸으며, 동원F&B도 비슷한 시기에 ‘리챔 오리지널’(200g)의 편의점 가격을 5800원에서 6200원으로 6.9% 인상했다.

빙그레도 ‘벨큐브 플레인 치즈’(78g), ‘래핑카우 8포션 플레인’ 등 벨큐브 치즈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상승해 원가부담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업계 측은 원가부담이 예상을 빗나간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올려야만 향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일례로 라면업계의 원가부담은 올 상반기부터 현재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라면 사업 비중이 여타 경쟁사 대비 높은 농심의 경우, 소맥분·전분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으로 2분기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5.4% 급감했다.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30억원의 손실을 나타내며 198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농심 측은 “그동안 라면과 스낵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원가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인상 압박을 감내해왔지만, 2분기 국내에서 적자를 기록할 만큼 가격 조정이 절실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한 대형마트에 우유 제품들이 진열돼있다. (사진=전제형 기자)

이러한 공통된 원가부담 때문에 여타 식품기업들도 제품가격 인상 수순에 돌입했다. 신호탄은 유업계에서 터졌다. 유업계와 낙농가는 최근 원유 가격 협상에서 인상폭을 생산비 인상폭 내에서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흰우유의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리터(ℓ)당 21원 올랐을 때 흰우유 소비자 가격은 200원 인상됐다. 이를 감안할 때 원유 가격이 ℓ당 47~58원 오르게 되면 흰우유 가격은 500원 정도 인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리터당 2000원 중·후반대인 흰우유 가격은 3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유업계의 우유 가격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우유 가격이 오를 경우 빵과 아이스크림, 커피 등도 덩달아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반적인 물가에 영향을 미쳐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소비자 주머니 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식품 특성상 사회적 역할 차원에서 물가 안정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재료값이 오르면서 원가부담이 심한 상태라 원유 가격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유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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