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CEO] ‘영원한 농업청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경영혁신 고삐 죈다

도기천 기자 2022.07.26 09:44:53

50년 세월 한결같이 농업혁신에 기여
농협 수장 되자 ‘디지털 농촌’에 총력
협동정신 전통은 ESG경영으로 꽃피워
이 회장 “농협은 땀흘리는 농민의 것”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에서 열린 ‘농촌에서 여름휴가 보내세요’ 캠페인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농촌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평생 농촌 발전을 위해 온몸을 던져온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농협의 제2도약을 선언하며 혁신의 고삐를 죄고 있다. 취임 3년차인 이 회장이 내건 카드는 ‘디지털 혁신’과 ‘ESG 경영’이다. 이 두 마리 토끼는 생산효율화, 업무자동화, 연대와 협력이라는 열매로 점차 영글고 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1949년생인 이성희 회장은 반세기 넘는 세월을 농협과 함께해왔다.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라는 신념 하에 1971년 스물둘 나이로 낙생농협에 입사했다. 이후 1998년부터 10년간 조합장으로 일했으며, 농협중앙회 이사, 감사위원장 등을 거쳐 2020년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했다.

경기도의 한 가난한 농촌마을 출신인 그는 어린시절부터 안 해본 농사일이 없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60년대 농촌은 보릿고개(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바닥나는 봄철) 때마다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렸다. ‘어떻게 하면 농촌을 잘살게 할 것인가’가 그의 고민이었고, 농협에 입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 이성희’는 농협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1970년대 중반 홍수가 나서 농협 창고에 쌓아둔 비료가 젖게 되자 물속에 뛰어들어 이를 건져낸 일화는 유명하다. 하마터면 감전사고를 당할 뻔했다고 전해진다. 그야말로 농촌에 온 몸을 던진 청년 시절이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 졸업생이 운영하는 스마트팜을 방문해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백발노장이 된 지금, 그의 꿈은 우리 농촌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스마트 농업’을 선포하고 생산 효율화에 착수했다.

취임 직후인 2020년 4월 ‘NH로봇프로세스자동화(Robotics Process Automation, RPA) 포털’을 선보였고, 같은 해 12월 전국 28개 농‧축협에 RPA를 시범 적용했다. 현재는 전국 농축협 1115개소에 RPA서비스 도입이 완료된 상태다.

RPA는 사람이 수행하던 업무 중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디지털 기술이다. 매입·매출 자료 자동업로드, 일일단위 사업실적 보고서 작성, 카드매출·입금내역 산정, 하나로마트 일일마감 자동화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직원은 단순반복 업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창출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RPA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단순반복 업무의 자동화를 넘어 인공지능(AI) 단계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축협 현장의 업무를 꾸준히 분석하고 과제를 발굴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팜의 핵심은 ‘연대와 협력’



또한 농가에 스마트팜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달 초 한화솔루션과 ‘저탄소 스마트농업기술 보급 및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 이는 경기 양평농협 스마트농업지원센터에 조성될 스마트팜 비닐온실 상부에 국내 최초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기 위해서다. 자가 발전 전기를 활용해 저탄소 스마트팜을 구현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밖에도 농협과 한화는 ▲영농형 태양광 등을 활용한 농가수익모델 발굴 ▲스마트농업지원센터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판로 개척 및 확대 지원 ▲저탄소 스마트농업 확산을 위한 공동 홍보 등의 분야에서 업무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현장을 방문해 ‘디지털 농업 전도사’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2020년 2월 취임식 대신 강원도 홍천군 소재 딸기 농장을 방문하며 첫 공식일정을 시작한 이후, 디지털풀필먼트센터(DFC) 시스템이 처음으로 적용된 성남유통센터,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 졸업생들이 ‘위풍당당 농장’에 조성한 스마트팜 재배시설 등 디지털 농업기술이 적용된 현장들을 수시로 방문해 스마트 농업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성희 회장은 농협 고유의 전통인 ‘협동정신’을 ESG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 이 회장이 농협중앙회 신입사원들과 함께 경기 용인시 백암면의 한 포도 농가에서 일손돕기에 참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농협 혁신의 또다른 한축은 ESG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투명경영을 하자는 의미다.

이에 이 회장은 농협 고유의 전통인 ‘협동정신’을 ESG의 바탕으로 삼아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활동이 취약농가를 대상으로 인력을 지원하는 영농도우미와 행복나눔이 사업이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농도우미의 경우 1만4094 가구, 행복나눔이는 1만8961 가구가 도움을 받았다. 여기에 참여한 범농협 임직원과 일반인이 무려 24만7964명에 이른다고 한다.

인력지원 뿐 아니라 친환경 사업에 지원하는 녹색금융도 활발하다. 녹색금융은 농협이 추구하는 농업 디지털화에 필수적인 요소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이 올 상반기 친환경 투자에 금융지원한 규모가 7조3000억원에 이른다.

 


프랑스 정부 “이 회장, 평생 농업발전 기여”…훈장 수여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협과의 ESG 연대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경기 고양시 중앙교육원에서 2박 3일 과정으로 농협 역사상 첫 ‘조합장 ESG 아카데미’ 교육을 시작했다. 지난 5월부터 5개 기수 390여 명의 조합장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주요내용은 ▲ESG 실천 우수사례 공유 ▲탄소중립을 위한 농업분야 대응전략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농협이 지향해야 할 방향 모색 ▲도시-농촌농협간 상호 협력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이다.

이밖에도 농협중앙회는 중앙회 간부와 조합장,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범농협 ESG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수시로 ESG전략회의 열고 있다. 회의에서는 친환경 농·축산 확대, 도농교류 활성화,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 37001) 및 윤리경영 실천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범농협 리더 회의에서 “전 세계의 기업들은 ESG 경영체제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고, 이제는 농업분야에서도 ESG 경영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농업·농촌 여건에 부합하는 ESG 실천모델을 발굴하고 혁신 방안을 모색해 농업인·국민과 함께하는 100년 농협을 이루어 가자”고 말했다.

 

이성희 회장이 지난 5월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필립 르포르 대사로부터 프랑스 정부의 농업공로훈장을 전달받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이 회장의 이같은 노력과 성과는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5월 이 회장에게 농업공로훈장(메리트 아그리콜·Merite agricole) 기사장(슈발리에·Chevalier)을 수여했다. 농업공로훈장은 농식품 분야 발전에 지대하게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는 상이다. 이 회장은 평생을 한국의 농업발전과 농민 지원에 앞장서왔고, 한국·프랑스의 농업 교류 확대에 적극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이 회장은 수상 소감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농촌을 지키고자 땀 흘리고 있는 220만 농민과 기쁨을 나누겠다”며 농민들에게 공을 돌렸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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