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면세점들의 우울한 여름…먹구름 언제 걷히나

김수찬 기자 2022.07.25 09:25:48

팬데믹 잠잠해지며 기대감 부풀었지만
코로나19 변이 확산으로 다시 ‘안갯속’
환율까지 크게 올라 면세점들 ‘이중고’

 

서울 시내 롯데면세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면세업계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고환율 부담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하늘길이 점차 열림에 따라 해외여행 수요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다시 어두운 터널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타개책 찾기에 고심 중인 면세업계를 CNB뉴스가 들여다봤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얼마전까지만 해도 면세업계는 희망에 부풀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전 세계 주요 공항의 국제노선 운항이 재개되고,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었기 때문. 이에 곧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면세업계는 ‘우울한 여름’을 맞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면세한도가 현행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됐지만, 실효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가 가장 불안해하는 요인은 코로나19 재유행이다. 오미크론의 새 하위 변이 BA.5가 국내외에서 다시 맹렬한 기세로 퍼지면서 재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만1170명으로, 3일 연속 7만명대를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마다 2배씩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보름째 지속되는 중이다.

미국·유럽 등 국외의 재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미국의 경우 지난 5월부터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대를 넘기고 있으며,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코로나가 재확산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전 세계 각국이 방역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확진자 증가세가 장기화된다면,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고, 자연스레 여행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환율 리스크까지…면세점 가격 경쟁력 잃어



또 다른 불안 요인은 고환율 리스크다. 휴가철 성수기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원·달러 상승세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2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14.6원으로,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면세점의 경우 달러 기준으로 물건값이 매겨지기 때문에, 환율이 높으면 더 많은 원화를 지출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물건값이 인상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에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심지어 일부 제품의 경우 면세점 가격이 백화점이나 온라인몰 가격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분이 세금 감소분을 넘어서면서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 특히 면세한도를 넘는 고가 브랜드의 경우 관세까지 고려하면 이 현상이 더 심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면세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서울 시내 면세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에 정부는 여행자 휴대품 관세 면세 한도를 현행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했지만, 상향 정도가 낮아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면세점과 경쟁하는 주변 국가에 비해 면세 한도가 크게 낮다는 이유에서다.

주변국 일본은 20만엔(1445달러)으로 우리나라 면세한도 800달러보다 약 1.8배 가량 높다. 중국은 5000위안(739달러)이지만, 면세 특구로 지정한 하이난의 면세한도는 10만위안(1만4774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원·달러 상승세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하나금융투자연구원 측은 “9월 전후로 물가 하락과 미국 경기 둔화가 가시화돼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완만해질 것”이라며 “달러의 추세 전환 시점도 9월 근방이 될 것이며, 환율은 달러에 연동해 3분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9월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내국인 마케팅 강화·역직구몰 오픈…돌파구 모색



면세업계는 내국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역직구몰을 오픈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한창이다.

롯데면세점은 높아진 환율을 고려해 환율 보상 이벤트를 선보였다. 구매일 기준 롯데면세점 시내점 매장환율 및 구매금액에 따라 LDF PAY(롯데면세점 전자결제수단)를 차등 지급한다. 달러 환율이 1250원 초과 1300원 이하일 때 최대 2만원을, 1300원 초과 시에는 최대 3만5000원을 제공한다. 롯데인터넷면세점에서도 기준 환율이 1250원 이상일 경우 구매 금액에 따라 즉시 사용 가능한 더드림 포인트를 최대 175달러 증정한다.

신세계면세점은 내국인 고객 확보를 위해 신세계백화점과 멤버십 제휴를 맺고 면세점 VIP회원에게 백화점 VIP회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고객 방문 유도를 위해 번개장터와 함께 하는 래플 이벤트, 라이브 방송 등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면세품 역직구 전문몰을 오픈해 K-브랜드 제품의 글로벌 판매에 나섰다. 중국문 온라인몰 및 자사 앱에 별도의 ‘역직구관’을 오픈해 중화권 고객에 인기 있는 K 뷰티, 패션, 건강기능식품 등 한국 브랜드 제품 총 3000여 아이템을 선보인다. 배송은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CAINIAO NETWORK)’, 중국 외 해외지역 배송은 EMS를 통해 서비스를 지원한다.

 

신세계면세점은 면세품 역직구 전문몰을 오픈해 K-브랜드 제품의 글로벌 판매에 나섰다. (사진=신세계면세점 제공)
 

신라면세점은 유료 멤버십 ‘SHILLA &(신라앤)’을 론칭하면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200명 한정으로 회원을 모집해 면세점 포인트를 비롯해 신라호텔, 여행사 등과의 제휴 혜택과 가입 웰컴 기프트 등을 제공한다.

또한, 해외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에 오는 고객들을 위해 화장품 샘플 증정 이벤트와 금액 할인 이벤트를 실시한다.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은 직통열차 이용객을 대상으로 추가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여행객 급감과 고환율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역직구 서비스, 내국인 대상 혜택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며 “해외여행 관광객 수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어서 내국인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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