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다회용컵 사용 ‘쑥쑥’…스타벅스가 소비자 설득한 비결

선명규 기자 2022.07.21 09:34:36

다회용컵 사용에 시큰둥하던 고객들
‘번거롭다’서 ‘익숙하다’로 생각 바꿔
‘지성이면 감천’…인식전환 이끌어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에 일회용 컵 없는 매장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된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기업의 친환경 활동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변화가 미세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인데, 최근 각고의 노력 끝에 결실이 맺어진 사례가 나와 주목된다.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는 스타벅스의 일회용 컵 퇴출 캠페인이다. 시도자인 기업과 수용자인 소비자의 손뼉이 맞아 괄목할 성과를 끌어냈다. 한번 쓰고 버려지던 일회성 컵은 어떻게, 얼마나 멀어졌을까? (CNB뉴스=선명규 기자)




2021년 11월 어느날, 서울 중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초겨울 삭풍(朔風) 불던 이날 주문대 앞에는 대기열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직장인 몰리는 점심시간임을 감안해도 주문이 유난히 더뎠다. 직원이 손님마다 붙잡고 새로운 정책에 대한 안내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매장에서 쓰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퇴출하고 다회용 컵(리유저블 컵) 사용을 본격적으로 권장하던 무렵이었다. “음료를 마신 뒤 빈 컵을 반납기에 넣으면 앞서 낸 보증금 1000원을 돌려준다”는 간단한 내용인데 듣는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미지근했다. “까다롭고 번거롭다”는 것이 이유였다.

해가 바뀌고 열풍(熱風)이 도시를 삼킨 현재, 인식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최근 찾은 이 매장에서 긴 줄은 여전히 목격됐다. 차이점이라면 주문대는 물론 반납기 앞도 북적였다는 것. 인근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씨는 "처음엔 귀찮아서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기도 했는데 매일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이젠 제대로 반납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다회용 컵 사용 권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당시, 리유저블 컵 반납기 앞이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혜택 늘리고 캠페인 동참 유도



인식 전환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개인컵 주문 건수를 분석한 결과 1140만 건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간과 비교해 34%나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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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면 감천’에 소비자가 응답한 것. 비법은 이랬다.

우선, 혜택을 늘렸다. 음료 주문 시 텀블러 등 개인 다회용 컵을 사용하면 400원 할인해준다. 종전에는 300원을 깎아줬는데 올해 1월부터 100원 더 올린 것이다.

 

반납기 앞이 북적이는 현재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또 있다. 금액 할인 대신 에코별 적립을 선택하면 10개가 누적 될 때마다 다음날 이벤트 별 5개를 추가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별 적립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는 특정한 날도 잡았다. 매달 10일이다. 일(1)회용컵 없는(0) 날이란 뜻에서 지목했다. 이날 다회용 컵을 쓰면 이득이 커진다.

지난달 10일의 경우, 하루 동안 매장에서 개인 다회용 컵을 이용해 할인 또는 에코별 적립 혜택을 받은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했다. 뽑힌 이들에게는 톨 사이즈 무료 음료 쿠폰 2매를 증정했다. 추첨 대상은 230명. 스타벅스 코리아 개점 23주년이란 의미인 23에 일(1)회용컵 없는(0) 날을 상징하는 숫자 10을 곱해 나온 숫자다.

 

스타벅스는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매달 10일을 일(1)회용컵 없는(0) 날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이뿐만 아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개인 다회용 컵 사용 상위 고객을 대상으로 최다 이용자 1명에게 1년 무료 음료 쿠폰을 증정하고, 23명에게 1달 무료 음료 쿠폰을 전달했다.

지난달 개인컵 최다 이용 고객으로 선정된 최윤희 씨는 “평소에도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어서 자연스럽게 일회용 컵 대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고 있다”며 “평소에 에코백에 텀블러를 담아서 다니고 있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지만 소소한 행동들이 모여서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왼쪽)이 송호섭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이사에게 서울특별시 환경상 최우수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2025년에는 ‘일회용컵 사용 0%’ 목표



스타벅스는 일회용 컵이 ‘출입금지’인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첫걸음은 제주도에서 뗐다. 지난해 7월 제주 지역에서 일회용 컵 없는 4개 시범 매장을 운영했는데, 호응이 높아 그해 12월부터 24개 전 매장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서울 11개 매장을 일회용 컵 없는 곳으로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친환경을 향한 지속적인 노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달 열린 '2022 서울특별시 환경상'에서 스타벅스 코리아가 자원순환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

서울시는 스타벅스의 수상 이유로 일회용컵 없는 에코 매장 운영과 커피박 재활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등 자원순환 문화 조성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녹색행보는 계속된다.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대신할 다회용 컵을 점진적으로 도입해, 2025년까지 일회용 컵 사용률 0%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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