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원한 1등은 없다…2등의 반란

전제형 기자 2022.06.30 11:41:33

테라, ‘초록색 스푸너’ 포스터. (사진=하이트진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과거 개그맨 박성광이 세상을 향해 풍자한 쓴소리다. 그는 지난 2009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KBS 2TV에서 방영된 개그콘서트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코너에서 이와 같이 외쳤다. 아마 경쟁이 일상화된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웃음과 위로를 전하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2022년 간혹 이 쓴소리가 회자된다. 현재와 같은 변화무쌍한 시대에 1등에게는 그만큼의 괄목할만한 이유가 있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영원한 1등이 없는 지금 2등, 3등도 다양한 전략을 앞세워 1등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는 식품업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가령 농심 배홍동비빔면은 40년 넘게 국내 비빔면 시장 1위를 달려온 팔도의 팔도비빔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홍동비빔면은 지난 5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30% 성장하는 등 비빔면 시장 2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송인 유재석을 모델로 한 배홍동비빔면 광고를 선보이는 등 마케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회사의 마케터와 연구원으로 구성된 비벤져스 TF(비빔면+어벤져스 태스크포스)팀을 결성, 최적의 비빔장 맛을 찾기 위해 전국 비빔면 맛집을 탐방한 바 있다. 이를 레스토랑 가이드북 ‘블루리본 서베이’와 함께 지도로 제작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하이트진로 테라는 국내 맥주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오비맥주(OB맥주) 카스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테라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된 4월 18일부터 5월 13일까지 약 한달간 유흥시장 출고량이 직전 달(3월 18일 ~ 4월 13일) 대비 95% 급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하이트진로는 다양한 한정판 굿즈 출시, 이종업계와의 협업 등을 통해 여름 성수기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숟가락으로 맥주병 따기’에서 착안·개발한 ‘초록색 스푸너(스푼+오프너)’에 이어 금 18k로 도금한 ‘황금색 금푸너’, 단체 술자리에서 유용한 소맥 제조기 ‘테라 타워’, 캠핑 필수품인 램프와 블루투스 스피커를 조합한 ‘캠핑용 램프 스피커’, 스푸너를 진열 해놓을 수 있는 거치대 ‘두꺼비 스푸너 홀더’ 등을 한정판으로 내놓으며 MZ세대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도 국내 생수시장 1위를 질주 중인 제주개발공사 삼다수의 뒤를 쫓고 있다. 아이시스 매출은 최근 5년간 30% 이상 증가하며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2020년 출시한 무라벨 ‘아이시스8.0 에코’에 따른 것으로, 가치소비 중시 트렌드가 확산하는 시기에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TV 광고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을 적극 펼친 게 주효했다.

롯데칠성은 올해에도 각종 대내외 활동을 펼치며 아이시스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동물의 보호·관심 증대를 위한 ‘리멤버 미 캠페인’과 나와 지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도전 지구특공대 8.0’ 서포터즈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1등은 기억하기 쉽다. 다만, 이를 쫓는 2등이 있기에 소비자들은 좀 더 양질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건 아닌가 싶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발 내디딘 모두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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