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핫] 혁신성장 속도 내는 CJ대한통운…미래물류시장 무기는?

이성호 기자 2022.06.14 09:08:42

노동집약에서 디지털로 변신
전국곳곳에 물류인프라 구축
로봇·AI 활용한 자동화 가속
MZ세대 중심 조직문화 혁신

 

CJ대한통운의 군포 스마트 풀필먼트센터에서 AGV(고정노선 운송로봇)가 선반랙을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이 혁신성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를 통해 미래물류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당찬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 동력이자 핵심 무기는 ‘혁신기술기업’으로의 변모다. 오는 2023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자해 첨단기술력과 최고인재를 갖추는 한편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는 것. CJ대한통운의 미래전략은 통할까. (CNB뉴스=이성호 기자)


 


CJ대한통운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혁신기술기업’이라는 미래비전을 발표한 이후부터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1월 15일 창립 91주년을 맞아 “첨단기술과 최고인재, 조직문화의 혁명적 변화를 통해 ‘혁신기술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미래비전을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의 배경에는 뼈아픈 자기성찰과 물류 패러다임의 급속한 변화가 있다. 91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종합물류기업이지만, 미래 지속성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강신호 대표는 창립 91주년 기념사에서 지난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면서도 CJ대한통운이 가진 물류시장의 비교우위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강 대표는 “과거 우리의 강점이었던 넓은 부지와 큰 창고, 경험 기반의 운영능력은 당분간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미래에는 생존조차 보장받기 힘든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물류산업이 노동집약적, 경험집약적 구조에서 디지털 집약 구조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것도 한 이유다.

이에 대한 CJ대한통운의 해법은 신성장 엔진인 이커머스·택배 플랫폼 확장, 로봇·인공지능(AI)·데이터 중심의 첨단기술 확보, 혁신성장을 위한 최고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이다. 이 같은 미래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활동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20일 CJ대한통운 강신호 대표이사(왼쪽 네번째)와  주요 경영진들이 경기도 동탄 소재 TES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로봇이 상품을 집어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거나 상자에 넣어주는 ‘피스 피킹 시스템’ 시연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CJ대한통운)
 

첨단물류거점 확대 ‘속도전’



우선, 풀필먼트(물류거점) 사업의 영역과 규모를 늘리는 한편, 인프라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기도 용인에 6000평 규모의 ‘콜드체인 풀필먼트 센터’를 본격 가동, 풀필먼트 서비스 가능 제품 영역을 식품군까지 확대했다. 용인 콜드체인 풀필먼트 센터는 식품 등 냉장·냉동 등 저온 관리가 필요한 제품군을 대상으로 보관, 재고관리, 포장, 출고, 배송 등 물류 전 과정을 통합 수행하는 첨단 물류 인프라다.

12월에는 이천 MP 허브터미널 자동화 설비 증축을 통해 택배 중계 처리능력(CAPA)을 두 배 이상 높였다. 이천 MP 허브터미널은 전국 서브터미널에 설치된 MP(Multi Point)와 연계해 전체 택배 물량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소형 택배를 전담으로 분류·중계해주는 최첨단 시설이다.

집화처 인근 서브터미널 내 MP를 통해 행낭 단위(20개)로 포장된 소형 택배를 이천 MP 허브터미널에서 분류한 이후 최종 배송지역의 서브터미널로 다시 보내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CJ대한통운은 기존에 운영 중인 곤지암, 용인, 군포 풀필먼트 센터에 이어 올해 남사와 여주에 센터를 오픈했으며 향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센터를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또, 총 7400억원 규모의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이커머스 물류거점 확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4월 CJ대한통운은 수도권 지역의 핵심 물류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총 7400억원 규모의 부동산펀드를 조성했다.

삼성SRA자산운용과 ‘삼성SRA 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80호’ 약정을 체결해 2500억원 규모의 물류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으며, 펀드 차입금 4900억원은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키로 했다.

 

AMR 로봇. (사진=CJ대한통운)

 


거친 일은 로봇이 ‘척척’



첨단기술의 확보와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CJ대한통운은 현실 물류센터와 동일한 환경의 가상세계 물류센터를 구축해 운영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3년까지 단계적 기술 개발을 통해 AI·알고리즘을 적용한 디지털 트윈을 완성하는 한편 전체 현장에 확산하기로 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세계에 현실과 동일한 공간을 구축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운영방식을 찾아내는 첨단기술로 전자, 자동차, 에너지 기업에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물류기업들이 초기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한 경우는 있었지만, CJ대한통운처럼 인공지능(AI) 과 알고리즘이 결합된 고도화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한 사례는 없었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할 경우 기존 물류센터 비효율 제거, 효율성 향상은 물론, 물류설비의 위치, 작업속도, 작업자 동선 등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볼 수 있어 프로세스 개선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도 군포에 첨단 물류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풀필먼트 센터’를 본격 가동했다. ‘스마트 풀필먼트’는 기존에 운영 중인 군포 풀필먼트 센터 내 1개층에 구현됐으며, AGV(Automated Guided Vehicle, 고정노선 운송로봇), AMR(Autonomous Mobile Robot, 자율주행 운송로봇), 로봇 완충포장기 등 다양한 물류 로봇이 도입됐다.

CJ대한통운은 AGV, AMR 등 128대의 무인운송로봇을 투입해 상품, 박스 운송작업을 모두 자동화했다. 아마존의 키바(Kiva) 로봇과 같이 AGV가 바닥에 부착된 QR코드를 따라 이동하면서 작업자에게 상품을 전달해준다.

여기서 더 나아가 CJ대한통운의 AGV는 상품 크기에 맞춰 제작된 박스를 작업자에게 자동 공급하고, 상품이 담긴 박스를 검수‧포장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기능까지도 수행한다. 작업 중 발생하는 잔여 부자재들은 AMR이 실어 자동으로 옮긴다. AGV 운영으로 ‘스마트 풀필먼트’ 출고 CAPA(처리능력)는 일반 작업층 대비 33%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장작업은 ‘스마트 패키징’ 시스템을 통해 자동화했다.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의 크기, 물량에 맞춰 가장 적합한 박스를 자동으로 선택하고, 상품이 담긴 후에는 3D 스캐너로 박스 내 빈 공간을 측정해 로봇팔로 친환경 완충재를 자동 투입한다. 그 외 중량 검수, 테이프 부착, 송장 부착, 지역분류 작업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다.

지난 5월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메가허브 곤지암 허브터미널에 소규모 이형 택배상자를 자동으로 운반하는 자율주행 운송로봇 AMR(Autonomous Mobile Robot) 3대와 AMR 전용 롤테이너(적재함) 15대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AMR은 카메라, 적외선 센서 등으로 수집한 각종 정보를 기반으로 주변환경을 탐지하고 설정된 목적지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운송로봇이다.

허브터미널의 경우 규모가 큰 만큼 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오가야 하는 작업들이 발생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AMR은 이러한 단순반복 업무를 대신하고, 이형택배가 쌓여있는 롤테이너를 지정된 장소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작업자들이 총 20km가 넘는 거리만큼 롤테이너를 밀고 가야했지만, 이제는 로봇이 동일한 업무를 대신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메타버스 간담회에서 MZ세대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 (사진=CJ대한통운)

 


가상공간 만들어 ‘소통 문화’ 혁신



기업문화 혁신과 수평적 소통문화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전체 임직원의 60%를 차지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자)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조직문화를 파격적으로 바꾸는데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 CJ대한통운 강신호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 팀장급 이상 모든 보직자들은 최근 성격유형검사(MBTI)를 받았다. 성격유형검사 유형으로 자신의 자아를 인식하고 타인의 유형을 궁금해하는 MZ세대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소통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실제 경영진과 구성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성격유형 검사 결과를 활용해 호응을 얻는 등 MZ세대 임직원들과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꼰대’ 세대 임직원들과 MZ세대 임직원들이 가면과 음성변조기로 신원을 가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심정을 밝히고 토론하는 ‘세대공감 토크쇼 대통썰전’ 사내방송 프로그램은 세대간의 인식과 차이를 이해하는 계기로 회사 내부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아울러 최근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무실 내 없어져야 할 꼰대문화 TOP 9’을 선정하는 설문을 진행해 10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강신호 대표이사도 MZ세대들과 직접 소통하는 횟수를 늘리고 있다. 특히 MZ세대 임직원들과 메타버스 공간에서 비실명으로 진행되는 ‘메타버스 공감Talk’ 행사를 통해 회사생활에 대한 어려움과 고민을 듣는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총상금 2000만원을 걸고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받아 사업화를 모색하는 사내 벤처 공모전 다됨 프로젝트도 진행했으며, 이밖에도 일하는 방식의 변화·혁신과 도전하는 역동적 조직문화, 수평적 소통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직문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의 확보에도 다각도로 힘을 쏟고 있다. 올해도 진행 중인 CJ대한통운 미래기술 챌린지 공모전은 “Open System, Open Data, System & Solutions Innovation”을 주제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우수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선발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지난해 1회 행사에서 32명이 입사지원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입사지원시 특전이 부여된다. 이 대회는 향후 매년 개최돼 AI·빅데이터, 머신러닝, 사물인터넷 등 관련 분야 우수인재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청년인재 발굴을 위한 ‘물류혁신 아이디어 PT대회’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프로세스 혁신, 신사업 모델, 플랫폼 개발, 물류 솔루션, ESG, 비용절감 등 물류 관련 전 분야에 걸쳐 자유롭게 제안이 가능하다. 심사를 거쳐 입상하면 소정의 상금과 함께 입상자 전원에게 CJ대한통운 채용 지원시 서류전형과 적성검사, 1차면접 면제의 특전이 부여된다.

CJ대한통운 측은 CNB뉴스에 “미래성장을 위한 첨단기술 확보와 고객에게 최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트렌드를 읽고 변화를 선도하는 최고인재를 통해 혁신성장을 추구함으로써 혁신기술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전했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