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루나 사태’ 유탄 맞은 게임사들…P2E 전략 손보나

김수찬 기자 2022.06.13 10:26:03

루나 시총 50조 증발…코인 시장 ‘충격’
게임사들과 엮인 코인들도 줄줄이 하락
블록체인 사업 주춤…전면 수정은 없어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폭락으로 전 세계 가상화폐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는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루나 차트가 띄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 루나(LUNA)와 테라USD(UST)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게임사들의 블록체인 기반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사업 전반에 먹구름이 꼈다. 가상자산의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스테이블코인’마저 무너지자, 신뢰성·안전성 우려가 더 커진 것. P2E 게임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는 게임사들은 전략 수정을 고심하고 있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최근 발생한 가상자산(코인) 테라·루나의 대폭락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한국인 개발자가 만든 국산 코인이라는 점이 주목받으며 글로벌 시가총액 6위까지 올랐지만, 코인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두 자릿수대 폭락은 흔한 일이지만, 시가총액 10위 안에 있는 메이저 코인이 아예 붕괴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때 루나의 시가총액이 52조원을 웃돈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 피해액은 5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테라와 루나가 가격 변동성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점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화폐의 가치를 일정한 수준으로 안정되게 유지하는 코인을 말한다. 보통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법정 화폐와 1대 1로 가치가 고정돼 있다.

테라의 경우, ‘1테라≡1달러’ 가치가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자매 코인이 루나다. 즉, 루나는 테라의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기 위해서 마련된 수단이다.

하지만 지난달 초 갑자기 테라의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코인 가격은 급락했고, 자연스레 루나 코인 가격도 떨어졌다. 자동화된 매수·매도 알고리즘을 통해 담보 없이 페깅(가치 고정)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차용했지만, 끝내 실패한 것이다.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코인마저 안정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가상자산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대장 격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하락이 이어졌고, 다른 스테이블 코인들의 가격도 급락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알트코인들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이어졌다.

 

가상자산 하락에 따라 게임업계의 타격도 커졌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NFT, P2E 등을 집중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넷마블·컴투스그룹·위메이드 코인 일제히 하락

가상자산 업계뿐만 아니라 게임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게임업계는 가상자산과 뗄 수 없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NFT(대체불가능토큰), P2E(돈 버는 게임) 등을 집중 육성해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루나 사태의 유탄을 맞은 모양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게임사는 컴투스그룹(컴투스·컴투스홀딩스)이다. 컴투스 측은 테라와 루나의 개발사인 테라폼랩스와 손잡고 테라 메인넷(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컴투스그룹이 구축한 블록체인 ‘C2X’ 생태계에 테라폼랩스가 참여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형태로도 운영된다.

컴투스그룹이 발행한 C2X 코인은 테라·루나 코인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간접적으로 엮이면서 덩달아 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13일 오전 기준 가격은 1150원대로 루나·테라 폭락사태 전인 지난달 8일 가격(2600원) 대비 약 60%나 떨어졌다.

이에 컴투스그룹은 지난달 13일 메인넷 전환을 공지했다. 업계는 자체 메인넷과 사이드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컴투스그룹 관계자는 CNB뉴스에 “테라 메인넷이 아닌 다른 메인넷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이후, C2X 재단 쪽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간접적으로 가상자산을 발행해온 게임사들도 타격을 입었다.

P2E를 선도해온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 넷마블의 마브렉스(MBX),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메타보라의 ‘보라’, 네오위즈의 ‘네오핀’ 등도 가격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들 업체의 메인넷이 테라·루나와 직접 연계되지는 않았지만 가상자산 업황 악화로 영향을 받았다.

게다가 위메이드·넷마블·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가 구축한 블록체인 ‘클레이튼’을 활용하고 있다. 테라·루나 가치 급락으로 클레이튼 생태계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통화 역할을 하는 가상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관련 생태계를 구축한 게임사도 불똥을 맞은 것이다.

 

게임업계는 P2E 게임 전략을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1월 열린 넷마블의 제5회 NTP에서 블록체인 게임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P2E사업 숨고르기…큰 틀은 변함없어

상황이 이렇지만 게임업계는 P2E 게임 전략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게임 코인과 테라·루나 코인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달 24일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위믹스 달러 발행은 위험성이 없고, 회사가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P2E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장 대표는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사업은 테라폼랩스가 추진한 프로젝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위메이드는 4년 전부터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하면서 내부 통제 장치들을 통해 사업을 전개해왔다. 감사, 내부회계, 준법감시의무, ISMS, ISO 인증도 받았기 때문에 차별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컴투스 측 역시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가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컴투스그룹 관계자는 CNB뉴스에 “다양한 게임들이 기존에 계획된 일정에 맞춰 C2X 생태계에 합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지난달 예정된 P2E 게임 ‘골든 브로스’의 정식 출시 일정을 7월로 연기했다. 골든 브로스 개발진은 미디움 채널을 통해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초기 일정과 사양을 유지하면 게임과 골든 브로스 NFT 소유자에게도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토큰 밸런스 개선과 게임 플레이와 관련된 업데이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가상자산 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을 고려해 관련 게임사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선 모양새”라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을 전면 수정할 일은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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