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친환경’에 진심인 이유

도기천 기자 2022.05.25 09:21:03

탄소중립 지상과제…글로벌 넷제로 강화
차세대 원자력 진출…‘에너지 믹스’ 속도
쉼없는 친환경 도전, ‘ESG 전도사’ 역할

 

최태원 SK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친환경을 통한 사회적 공유가치를 설파하고 있다. 최 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NB뉴스=도기천 기자)

인텔과 테슬라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각각 168만명, 937만명으로 5배 차이가 난다. 고객들과 많은 관계를 맺은 테슬라에 비해 인텔은 고객과의 접촉이 부족하다. 결국은 관계가 기업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지난달 27일 서울대 경제학부의 명사 초청 강연에 강사로 초대된 최 회장은 두 기업의 주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백의 청춘들 앞에서 그의 눈빛은 어느때 보다 빛났으며,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이는 최 회장이 지난 10여년 간 한결같이 주창해온 ‘공유 가치’를 잘 나타낸 예다. 그는 양극화·실업 등 우리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라 믿고, 이를 SK의 기업이념으로 삼아 여러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시장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이른바 ‘10만 사회적기업 양성론’이 대표적인 예다. 매년 계열사별로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화해 측정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의 민간 사회적 가치 플랫폼인 SOVAC(Social Value Connect)와 연계해 사회적기업·소셜벤처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행동의 뿌리에는 고객, 나아가 ‘국민’이 자리잡고 있다. 그가 작년 초부터 대한상공회의소(상의) 회장을 겸임하면서 국민 누구나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소통플랫폼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최 회장은 최근 상의가 SNS(소셜네트웍스서비스), 유튜브, 전문가 등 3만여명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업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10여년 전부터 ‘사회적기업론’을 주창해 왔다는 점에서 ‘재계에서 가장 앞선 ESG 기업인’으로 꼽힌다. 최 회장(가운데)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손경식 경총 회장(오른쪽) 등 재계 대표 기업인들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최 회장은 고객·사회와의 접점을 ‘친환경’에서 찾고 있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에 있어 지속가능한 가치경영을 하자는 ESG가 전세계적으로 기업성장의 핵심 가치가 된 가운데, 최 회장은 특히 친환경(E) 부문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친환경 경영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이렇게 맺어진 신뢰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고 믿고 있다. 가령, 플라스틱과 비닐이 합쳐진 포장재 때문에 주부들이 분리수거에 불편을 겪는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친환경포장재로 ‘탄소배출 제로’에 동참하는 기업이라야 고객에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파이낸셜 스토리의 완성은 ‘넷제로’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이 차세대 원자력 사업 진출을 선포해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17일 미국의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이하 SMR) 기업 테라파워와 손잡고 핵심기술 확보 및 상용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사는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테라파워는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했으며 차세대 원자로의 한 유형인 소듐냉각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 설계기술을 보유한 원전 업계의 혁신 기업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테라파워의 첨단 기술력과 SK의 사업 영역을 연계해 친환경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SK그룹은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2억톤)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최 회장은 이 과정에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안했다.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의 재무성과에 더해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성장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이해 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끄는 전략을 뜻한다.

따라서 SK의 차세대 원자력 사업은 ‘최태원표 파이낸셜 스토리’의 한 부분으로 설명된다. SK 관계자는 CNB에 “기후 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낮은 비용으로 안전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력발생원을 구성하는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SK가 테라파워와 손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를 책임진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장동현 SK(주) 부회장(맨 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17일 SK 서린 사옥에서 크리스 르베크 미국 테라파워 CEO(가운데)와 친환경 원전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SK 제공)

SK는 테라파워 뿐 아니라 탄소감축을 내세운 여러 글로벌 기업들과 ‘친환경 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상업화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사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청록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블루수소 등과 함께 친환경 청정 수소로 분류된다.

또한 작년 초에는 SK E&S가 글로벌 선도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의 지분을 인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최 회장은 바이오 에너지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바이오연료가 온실가스 발생량을 현저히 낮춰주고 생활폐기물 매립지 부족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작년 12월 미국 펄크럼사에 국내 사모펀드와 약600억원을 공동 투자했다. 펄크럼은 생활폐기물로 고순도 합성원유를 만드는 공정을 미국 최초로 상업화한 기업이다.

이밖에도 최근 1년 동안의 굵직한 투자를 보면 대부분 친환경 비즈니스와 연관된 것들이다.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시그넷EV, 차세대 배터리 제조기업 솔리드에너지, 전기차용 반도체 기업 예스파워테크닉스 등에 대한 투자나 인수가 이뤄졌다.
 


도전과 혁신…‘재계 2위’로 우뚝



이처럼 최 회장은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는 SK 성장의 견인차가 되고 있으며, 실제 성과로 결실 맺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2년도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지정 결과’를 보면, SK그룹은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자산총액 기준 기업집단 2위로 올라섰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로 굳어졌던 5대 그룹 순위가 12년 만에 바뀐 것이다.

또한 한국지배구조원은 지난해 ESG 평가에서 SK그룹 주요 12개 계열사에 ‘올A’를 줬다. 특히 SK(주)와 SK이노베이션은 환경·사회·지배구조 모두 최고 등급인 A+를 받았다.

 

SK E&S는 지난 23일부터 대구 EXCO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스 관련 국제행사인 ‘2022 세계가스총회(WGC 2022)’에서 친환경 재생플라스틱을 활용한 전시부스를 선보였다. (사진=SK E&S)

최 회장은 앞으로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룹 지주회사 SK㈜는 바이오, 첨단 소재, 그린(친환경), 디지털 등을 4대 핵심 사업으로 정해 오는 2025년까지 SK를 시가총액 140조원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SK그룹의 성장세는 최 회장이 과거부터 주창해온 사회적 공유 가치가 친환경 경영으로 결실 맺은 결과로 평가된다”며 “국내 대부분 기업들이 이제 막 ESG경영의 첫발을 딛고 있는 상황인데 비해, SK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친환경 비즈니스에 적극 투자해왔다는 점에서 최 회장을 ‘재계에서 가장 앞선 ESG 기업인’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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