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퍼니하니?] 롯데건설·수협은행·LF…전유성도 ‘풉’한다

선명규 기자 2022.05.09 09:29:30

“MZ를 웃겨라” 고난도 미션에 도전한 기업들
‘엄근진’ 편견 지우기…‘재미·공감’이 지상과제

 

Sh수협은행이 유튜브 채널 등에서 선보이고 있는 숏폼(1분 미만 짧은 동영상) ‘MZ세대 vs 꼰대’ 시리즈의 한 장면.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직장내 갈등을 재미있게 다룬 이 시리즈는 게시 1달 만에 조회수 180만회를 기록했다. (Sh수협은행 유튜브 갈무리)

MZ세대는 아우르는 나이폭(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만큼이나 규정짓는 특성도 다양하다. 강한 소신, 모험 정신, 과단한 실천력 등 이들을 일컬어 꼽는 말들이 많다. 그러나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이런 수식어들을 지탱하는 기반은 '재미 추구'이다. 신선한 즐거움이 있어야 MZ세대는 반응한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이들을 겨냥해 흥미로운 요소를 골몰하고 발굴하는 배경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류에 맞서는 기업들의 공략법은 먹힐 것인가. CNB뉴스 MZ세대 기자들이 그 물음과 응답 사이에 들어가 본다. MZ, 퍼니(funny)하니? <편집자주>

 

글쓴이 TMI.

내 나이가 송구스럽다. 5공화국이 들어설 때 태어나 MZ세대의 막차에 올라탔다. 20년의 간극을 떠올리면 죄스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어쩌겠냐 하며 받아들여 보는데 마뜩잖다. 요즘 ‘우리’가 즐긴다는 일련의 활동들을 보면 거리감이 더욱 느껴진다. 생소한 것 투성이기 때문이다. 이 연재를 통해 그 낯섦을 줄여보려 한다.



예전에 <전유성을 웃겨라>라는 개그 프로그램이 퍽 인기였다. ‘나 때는’ 이 방송을 안 보면 다음날 학교에서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진행 방식은 원초적이었다. 시민들이 출연해 개그맨 전유성 씨를 웃기면 성공이었다. 프로 코미디언도 아닌 아마추어 시민들이 돌부처처럼 굳은 표정의 전 씨를 웃기려 노력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웬만해선 웃지 않는 사람을 웃겨야 하는 고난도 미션 프로그램은 1990년대 안방을 폭소로 물들였다. 아주 가끔 전 씨가 엷은 미소라도 지으면 축하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 그림을 현재로 옮겨보자. 시민 참가자는 기업, 전유성 씨는 MZ세대에 대입할 수 있다. 최근에 기업들이 젊은 층을 작정하고 웃기려 한다는 점에서 ‘전유성을 웃겨라’와 성격이 비슷하다. 그동안 기업이 만든 콘텐츠에는 ‘부장님 유머’란 불명예가 씌워져 있었다.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해서 재미없다는 선입견이다. 그런데 그거 아시는지. 전유성 씨도 매회는 아니지만 꽤나 웃었다는 사실을. 요즘 많은 기업들이 MZ세대와의 소통을 목표로 개그가 녹아든 숏폼(1분 미만 짧은 영상), 유튜브 영상 등을 활발히 만들고 있는데, 이거 꽤나 웃기다.

팀장 VS 주임, 당신의 선택은?

동상이몽과 역지사지를 얼개로 짠 콩트가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Sh수협은행이 공식 유튜브에서 선보이고 있는 숏폼 ‘MZ세대 VS 꼰대’ 시리즈의 주인공은 팀장과 부하 직원인 주임이다. 짧은 극을 이끌어가는 두 배우의 생활연기가 압권이다. 맛깔나게 주고받는 대사와 직장인이라면 공감할만한 상황 묘사가 웃음을 자아낸다. 짧은 콘텐츠인 숏폼에 모든 이야기를 압축시키는 만큼 대사도 빠르고 장면 전환도 쏜살같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 몰입도가 높다.

영상 두 개가 한 편인 셈이다. 각자의 시선에서 하나씩 이야기를 짰다. 예컨대 점심시간. 팀장이 주임에게 함께 식사를 하자고 권한다. 국밥 한 그릇 사주겠다며 꾄다. 주임은 다이어트 중이라며 끝내 거절한다. 얼핏 부하 직원이 ‘꼰대질’을 당하는 듯 하지만 팀장에게도 사정이 있다. 팀장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영상에서 속내가 공개된다. 회의 때 직설적으로 한 말이 마음에 걸려 같이 밥 먹으며 풀어주려 했던 것이다.

합쳐서 2분 남짓인 영상 두 개를 모두 보면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팀장과 부하 직원의 대결구도가 기본 틀인 탓에 보는 이들의 반응은 팽팽히 맞선다. “팀장이 꼰대다”와 “주임이 젊은 꼰대다”, “팀장이 천사다”와 “주임이 그래도 예의있게 거절했다”처럼 댓글 의견은 분분하다. 당신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가? 영상이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묘한 여운을 남긴다.

나이 많은 상사와 어린 부하 직원.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기업들의 콘텐츠에 자주 등장하는 조합이다. 이들을 중심축으로 현실에선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들을 구현해 공감과 동경을 산다. 대결 구도도 박진감 넘치지만 반대 경우인 훈훈한 장르도 못지않게 흥미롭다.

생활문화기업 LF가 최근 개설한 유튜브 채널 ‘LF랑 놀자'에 올라온 동영상 중에 눈에 띄는 제목이 있다. ‘친해지길 바래’. 이쯤 되면 궁금할 것이다. 누구와 누구란 말인가? 아뿔싸. 실제 이 회사 X세대 부장님과 Z세대 신입사원이다. 세대 구분만큼이나 벌어진 사이를 이어붙이기 위해 함께 피크닉을 간다는 것이 주요 내용. 극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를 넘나드는 이 영상은 장보기 전에 ‘치즈 공부’까지 하고 온 부장님의 분투와 붙임성 좋은 신입사원의 케미(주고받는 호흡)가 소소한 웃음 포인트다. ‘나 때는’ 상상도 못할 일에 불안한 미소를 짓다가도 어느새 정말 친해지길 바라며 응원하게 된다.

 

LF가 MZ세대 고객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개설한 유튜브 채널 'LF랑 놀자'에 올라온 '친해지길 바래'. 해당 영상은 부장과 막내 직원의 친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LF 유튜브 갈무리)


작정하고 던지는 웃음 폭탄

진짜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롯데건설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고객과의 소통”을 목표로 만든 유튜브 채널 ‘오케롯캐’에서 큰 재미를 담당하는 콘텐츠가 있다. ‘그 남자의 72시간’이다. 여기에 진짜가 나타났다. 개그맨 이창호의 부캐(부캐릭터)인 재벌 3세 ‘이호창 본부장’이 주인공이다. 유튜브 ‘피식대학’에서 선보인 명연기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호창 본부장이 한층 능청스러워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의 밀착 인터뷰와 일상 브이로그가 기본 골격으로, 미워할 수 없는 허세를 여기서도 보여준다. 일단 여기까지 만으로도 웃음 일발 장전.

이름만 들어도 재미가 보장되지만 ‘이호창 세계관’의 확장으로 흡인력을 높였다. 비밀은 ‘그 남자의 72시간’ 에피소드 3편에 있다. 그와 똑같이 생긴 형이 등장한다. 미국에 머물다 오랜만에 귀국했다는 설정이다. 예민한 예술가의 모습으로 돌아온 형과 동생이 독대하는 신은 ‘1인2역 연기’의 명장면으로 오래 남을 만하다. 물론 개그를 전제로.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허세가 두 배가 되는 클라이맥스에서는 웃음의 농도마저 배가된다.

반응은 폭발적. "이호창 유니버스의 탄생"이라거나 “제작진이 천재”라는 찬사가 댓글 창을 지배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유튜브 채널 ‘오케롯캐’는 지난달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하며 실버 버튼을 획득했다. 사진은 ‘그 남자의 72시간’  중 재벌 3세 이호창 본부장이 형과 오랜만에 만난 장면 (롯데건설 유튜브 갈무리)


재미에 집중했더니 통했다

재미를 더하니 호응도도 치솟고 있다. 영상 조회수가 늘면서 전체 유튜브 구독자 수도 덩달아 뛰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롯데건설의 ‘오케롯캐’ 채널은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하면 받을 수 있는 실버 버튼을 지난달 초 획득했다. 지난해 7월 MZ세대를 겨냥해 다채로운 콘텐츠로 무장한 채널로 단장해 새롭게 연 이후 구독자 수가 폭증한 결과다.

Sh수협은행의 ‘MZ세대 vs 꼰대’ 시리즈는 게시 1달 만에 조회수가 180만회를 돌파했으며, 유튜브 구독자는 석 달 새 60% 이상 증가했다.

비결은 빼기에서 비롯했다. 광고 목적 같은 숨은 의도와 진지함을 덜어낸 결과다. MZ세대가 반응하게끔 진짜 웃음에만 집중해 콘텐츠의 질을 높였더니 반응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수협은행 측은 “은행의 유튜브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홍보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며 “단순히 콘텐츠를 늘리는 차원이 아닌 우리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 콘텐츠로 다양한 웃음과 감동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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