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두의 세상읽기] 블록체인이 지구도 살린다

구병두 기자 2022.01.20 11:56:16

지금도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서는 전체 인구 5퍼센트 이하와 소규모 사업체의 절반 정도만이 정식 은행 계좌를 갖고 있을 정도로 공적인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 국가들의 열악한 금융 환경이 경제발전의 큰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레벨 원 프로젝트(Level One Project)를 시작했는데, 이의 목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범국가적인 디지털 결재 제도를 구현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국가 전체를 디지털화 한 나라가 있다. 바로 에스토니아(Estonia)다.

이 나라는 디지털 에스토니아(e-Estonia)로 불릴 만큼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전자정부를 구축했다. 인구는 130만 남짓한 작은 나라이지만 국민들은 복지 수당 신청에서부터 의료 처방전 수령, 사업등록, 투표에 이르기까지 3000여 개에 달하는 정부의 디지털 방식 지원을 온라인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블록체인으로 연결되어 모든 경계선이 허물어진 가상현실 속 정부나 다름없다.

에스토니아에서는 디지털 거주가 가능하므로 외국인도 정부의 허락을 받아 접속만 하면 정부가 제공하는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자국민과 똑같이 금융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사실상 에스토니아 국민들은 국경이나 경계선이 없는 새로운 개념의 가상현실 국가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생태계의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는 데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 좋은 사례로 우간다의 비정부 기구 케어 포 더 언케어드(Care for the Uncared)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로 흰긴수염고래나 인도호랑이, 해달, 아시아코끼리와 대왕판다 같은 멸종 위기종에 표시를 부착하고 추적해 보호하고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인간이 자연과 함께 행동하고 상호작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바꿀 것이다. 블록체인에 담긴 기록은 결국 생명체 멸종의 중요한 요인들을 이해하고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물 인터넷의 진화와 활성화로 인해 블록체인 기술은 환경 보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블록체인 기술이 주택에서 태양광으로 만든 잉여 전력(에너지)을 복잡한 서류 작업 없이 지역 발전소에 판매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위파워(WePower) 공동 창업자인 닉 마르티누크(Nick Martyniuk)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에 따라 에너지 생산이 점점 더 분산화 되어 전력 생산과 공급도 함께 분산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개최된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페스티벌&블록체인 서울’에서 참가업체 관계자가 VR훈련 시뮬레이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첨단 IT기술이 기후변화 늦출 수도

또 다른 신생 기업 에너지 마인(EnergiMine)에 따르면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전기 소비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으로 교체하거나 집의 단열에 신경 써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면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어 탄소중립 캠페인에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탄소 배출권은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전체적인 원본 기록이 없으면 개별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탄소 가스를 배출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기업과 정부 모두 자신들의 활동이 얼마나 큰 탄소 발자국을 남겼는지 지속적인 추적이 가능하게 되어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정보통신 기술을 사용할 때 문제점 또한 간과해서 안 될 것이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기후생태학자들은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라고 꼬집는다. 네이처는 2030년이 되면 정보통신 기반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가 지금보다 전력을 20퍼센트 더 소모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빈곤 퇴치, 지구 구하기, 생태계의 멸종 위기종 보호 및 문화산업 등을 포함한 모든 미래 산업의 근간(根幹)으로서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반하여 이 기술로 인한 부작용도 뒤따른다. 부(富)의 불평등 문제와 일자리 감소가 그것이다. 세상의 흐름은 인간이 아닌 기계의 도움을 받는 쪽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 그러기에 이를 두고 ‘염일방일(拈一放一)’이라고 하여도 무방할 것 같다. 이유인즉,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은 세상의 이치(理致)이기 때문이다.


*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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