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 강 건넌 윤석열-김종인, '국힘 선대위’ 산으로 가나

동상이몽이 낳은 비극…'후보 위 상왕' 구조가 화근

심원섭 기자 2022.01.05 10:21:0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선대위 전면 쇄신안 후속대책을 논의한 뒤 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배제하고 선거대책위원회를 ‘완전 해체’ 한 뒤 최소 규모의 실무형 선대본부만 남긴다는 구상이 밝히자 김 위원장은 “뜻이 안맞으면 헤어지는 것”이라며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윤 후보로서는 김종인 체제의 선대위 전면 쇄신안을 거부하고 자신 중심의 선대위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이어서 지난 해 12월 이른바 ‘울산회동’을 거치면서 김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한 지 한달 여 만에 결별했다.

윤 후보가 이와 같은 결심을 하게 된 주요 원인은 지난 4일 김 위원장이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와의 비공개 대화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윤 후보에게 내가 당신의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하겠다,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테니 후보도 바꿔서 우리가 해 달라는 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 했다”는 ‘연기 발언’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에 맞선 검찰총장 출신으로 대선후보로서 주도권을 갖고 선대위를 이끌고자 했으나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을 전해듣고 매우 불쾌해했다고 전해졌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4일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윤 후보측 한 인사는 5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의 ‘연기 발언’을 전해듣고 윤 후보와 측근들은 ‘대선후보에 대한 대외적으로도 좋지않은 이미지를 심어 줬다’고 상당히 분노했다”면서 “‘연기발언’이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이 갈라서게 만든 주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인사는 “뿐만 아니라 윤 후보는 김 위원장과 지난 2일 회동에서 선대위 개편에 대한 큰 틀의 공감대 형성했으나 김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쇄신 규모와 쇄신 시기를 터뜨리는 기습적인 선대위 개편 발표했다”면서 “이 같이 패싱당한 윤 후보로서는 이러한 방식의 선대위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회의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다른 한 측근 인사도 통화에서 “지금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묻는다면 1번이 윤 후보, 2번은 김 위원장, 3번은 이준석 대표”라며 “김 위원장은 지난 한 달간 선대위 전권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마치 자신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무소불위의 칼을 빼드는 모습이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특히 김 위원장이 내부 총질에 나선 이 대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무슨 해결을 한 게 있느냐”면서 “선대위 개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윤 후보를 ‘패싱’하고 이 대표와 내통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쌓인 상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와 같은 반응들이 나온 가운데 윤 후보는 이틀 동안 서초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며 고심을 거듭한 뒤 지난 4일 측근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최종 논의 끝에 김 위원장을 배제하고 선대위 수장 없이 자신이 직접 선대위를 이끄는 방향으로 최종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윤 후보는 총괄선대위원장직을 폐지하고 새로 만드는 선대본부장직을 그대로 김 위원장에게 맡기는 안과 다른 인사를 선대본부장으로 등용하는 안을 모두 검토했으나 이 같이 김 위원장을 배제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이날 밤늦게 사실상 김 위원장의 퇴진 요청 메시지가 담긴 재편 방안을 임태희 전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윤 후보가 잠정 확정한 쇄신안에 따르면 기존 선대위를 대체할 새 기구의 명칭은 ‘선거대책본부’로서 ‘총괄-상임-공동’의 3단계 선대위원장직을 모두 없애는 대신 정책ㆍ홍보 등 핵심적인 5개 팀을 후보 직속으로 둘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김 위원장의 선대위 내 자리는 사라지게 되는 후보 직속의 ‘초슬림형’ 선대본부 출범과 함께 두 사람은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윤 후보는 자신의 향후 행보에 부담을 덜어주고자 당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알려진 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도 사무총장직을 내려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사무총장의 사퇴는 김 위원장과 국민의힘 이 대표 등으로부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으로 지목돼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당 내홍을 두고 당 안팎에서 ‘김종인·이준석 대 윤핵관’의 대결 구도로 바라보는 시선을 탈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CNB=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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