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핫실적⑤] 호실적에도 불안…카드업계 ‘불편한 진실’

손정호 기자 2021.12.01 09:43:18

보복 소비 심리로 카드 사용 증가
할부·리스금융 등 부문별 순조로워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는 악재

 

카드업계는 3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왼쪽부터 롯데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사옥. (사진=각 사)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백신 보급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잠시 되살아나던 글로벌 경기가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낙관론도 상존한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보고 있다. 이번 편은 ‘불안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카드업계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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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는 3분기(7~9월)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신한카드는 이 시기에 연결 기준 영업이익 227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9% 성장했다. 롯데카드(1031억원)와 KB국민카드(1742억원)는 각각 407.8%, 38.3%나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영업이익(865억원)이 1% 줄었다. 하지만 1~3분기 누적(영업이익 3083억원)으로 보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증가했다.

 

카드업계는 보복 소비 영향으로 카드 승인액이 증가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서울시내 유통가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카드업계가 호실적을 보인 이유는 ‘보복 소비’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살아난 것. 여신금융협회에 의하면 3분기에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전년 같은 때보다 8.6% 늘어난 248조원을 기록했다.

사업 다각화 효과도 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이 지불하는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인하됐다.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해 할부, 리스금융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실제로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하는 6개 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KB국민카드)의 경우 3분기 말 기준 자산총액이 9조7949억원인데, 이는 작년 말(8조6638억원) 보다 13.1% 증가한 수치다.

신한카드는 자동차 할부금융 플랫폼인 ‘마이카’에 맞춤형 서비스인 ‘내차고 I’를 추가했다. 차량번호를 도입하면 시세와 보험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롯데카드는 ‘다이렉트 오토’ 상품을 위해 23개의 영업점을 두고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KB국민카드는 할부금융에 특화된 영업점인 ‘오토금융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계열사인 KB캐피탈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KB차차차’와 연동시켰다. 현대카드는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서 이를 전담하고 있다. 카셰어링과 전동킥보드 등 다양한 모빌리티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리스금융도 확대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렌탈 중계 플랫폼인 ‘마이렌탈샵’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이 렌탈 사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카드는 법인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리스 금융을 실시하고 있다.

카드 대출 증가도 실적 증가에 한몫했다. 전업 카드사 7곳(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의 3분기 누적 카드대출 취급액은 75조 47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했다. 단기(현금 서비스)와 장기(카드론) 대출을 합한 수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NB에 “카드 사용액이 늘어난 가운데 할부, 리스 금융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점이 좋은 실적을 가져왔다”며 “여기에다 마케팅 비용 등을 지속적으로 줄여온 점도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규제 허들’ 잘 넘을까



하지만 이런 성장세가 계속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난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이 다가와 걱정하고 있다. 카드사 노동조합협회는 수수료율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카드 수수료율이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3년마다 카드사의 적격비용(원가)을 계산해서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정해왔다. 이 수수료율은 2007년 이후 13번이나 인하됐고, 올해 말에 더 인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는 수수료율이 인하될 때마다 구조조정이 있었다며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결과에 따라 총파업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도 허들이다. 금융위원회는 10월 말 가계대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제2 금융권의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대출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 한도를 평균 50%로 줄이기로 했다. 이 여파로 카드 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은 호재로 작용



그나마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점은 카드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두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가 1%로 올랐고,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상승해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리스, 할부금융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업계가 생활밀착형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하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업계 CEO 간담회. (사진=연합뉴스)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움트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서울시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사 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종합 페이먼트 회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고 했다. 카드사들이 수집한 소비자 금융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카드사들은 고객이 원하면 애플리케이션에서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의 계좌에 들어가 자금을 찾거나 이체할 수 있는 오픈뱅킹(Open Banking)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여기에다 금융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My Data), 다양한 송금과 결제가 가능한 마이 페이먼트(My Payment) 등을 결합해 생활밀착형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하도록 하겠다는 플랜을 갖고 있다.

한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CNB에 “현재의 성장세는 불황형 흑자라고 볼 수 있다”며 “새로운 사업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카드 수수료가 지나치게 인하되면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도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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