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광고성 기사’와 ‘알 권리’ 사이

도기천 기자 2021.11.25 09:37:34

돈 받고 쓰면 광고, 안 받고 쓰면 뉴스
빅블러(BigBlur)시대에 20세기식 재단
언론의 자정노력 만이 사태 해결 가능

 

 

(CNB=도기천 편집국장)

 

“홍보사업팀을 만들어 기업과 공공기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썼다. 광고성 기사를 금지하는 심의 규정에 따라 뉴스 제휴를 중단했다”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관계자)

“제평위가 퇴출 결정의 이유로 삼은 ‘일탈의 그림자’가 그동안 연합뉴스가 독자들에게 전달해온 ‘건강한 콘텐츠의 빛’을 아예 꺼트릴 정도가 되는가?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한 결정이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어디까지가 ‘기사로 위장한 광고’이고 어디까지가 ‘국민의 알 권리’일까?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네이버 퇴출 이후 요즘 만나는 언론인마다 최대 관심사가 이것이다.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는 지난 12일 전체회의에서 네이버 뉴스란 초기화면(뉴스컨텐츠)에 있던 연합뉴스를 뉴스스탠드·검색제휴로 강등했다. 앞서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송출해 ‘32일 노출 중단’ 제재를 받았지만, 이어진 재평가에서 기준점수에 미달한 것이다. 제평위에 따르면 연합뉴스가 지난 10년간 송고한 기사형 광고는 2000건에 이른다.

사태는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는 ‘이중 제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고, 한 시민단체는 네이버·카카오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중 제재인데다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재갈 물리기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국가기간 뉴스통신망의 포털 퇴출은 재고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심지어 입법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 후보는 “포털의 권한 남용을 통제할 적절한 입법을 고려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고,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제평위 운영 투명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면 한국소비자연맹, 경제정의실천연합, 서울YMCA, 언론인권센터, 한국YWCA 등 5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언론계는 이번 일을 자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연합뉴스를 포함한 매체들은 광고성 기사로 상행위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국민 기만행위인지 깨달아야 한다”며 반성을 촉구했다.

전지현은 자유로울까

이번 사태가 ‘뉴스(알 권리)’와 ‘광고’ 사이의 경계점이 어딘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현재 둘 사이의 경계는 매우 모호하다. 가령, 어느 유통대기업이 이마트 할인행사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에 뿌렸다고 치자. 치솟는 물가 때문에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이 기사가 유익한 정보(뉴스)가 된다. 언론 입장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고 주장할 만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 ‘자본’이 개입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마트가 언론사에 광고비를 주고 보도자료를 뿌렸다면?

제평위가 언론사 광고계산서와 기사를 일일이 대조하면서 심의규정 위반 여부를 따질 수도 없거니와, 내용 자체로는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물론 제평위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에는 ‘기사로 위장한 광고’를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해 객관적 근거나 언론사의 비교, 평가, 분석없이 해당 업체가 제공하는 정보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문구의 해석 범위가 너무 넓어 이것만으로는 광고와 뉴스를 구분짓기 힘들다.

제평위에게 세부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최근 드라마 ‘지리산’에서 배우 전지현이 네파 패팅을 입고 나와 간접광고(PPL) 논란이 일었지만 이에 대한 비판 수위가 예전보다 세지 않다.

결국 언론사 스스로 결자해지의 자세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령, 주택 분양에 관한 보도자료가 나왔다면 어디까지가 건설사의 홍보인지, 어디까지가 주택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정확한 주택정보를 전달하는 언론 본연의 뉴스 기능인지를 구분해서 들여다봐야 할 때다.

오죽하면 ‘지리산은 망했지만 네파는 네팝니다’라는 문구의 포스터(아래 사진)까지 등장했겠는가?

 

[포스터 설명]
네파가 PPL로 참여한 드라마 ‘지리산’이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얻었으나 네파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파워는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 드라마가 추구하는 공익성이 상업주의에 매몰된 사례라는 점에서, 광고성 기사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잠식한 것과 유사한 흐름으로 볼 수 있음. (단, 이 포스터는 한 쇼핑몰이 만든 것으로 네파와는 무관함)


(CNB=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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