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비즈] 화면을 댔다, 신발이 신겨졌다…쇼핑문법 바꾸는 삼성전자

선명규 기자 2021.11.13 12:20:49

구찌 매장에 전용 쇼핑앱 적용
초광대역·증강현실 시공간 초월
움직일 때마다 위치정보 나타나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구찌 가옥에서 스니커즈 AR을 통해 신발을 가상으로 신어본 모습 전후 비교. 실제로 신고 벗을 필요가 없어 몸이 편한 기능이다. (사진=선명규 기자)

 

뭐든 해봅니다. 대리인을 자처합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는 격변의 시대. 변화를 따라잡기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CNB가 대신 해드립니다.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 편은 쇼핑 방식을 전환해나가는 삼성전자의 기술을 체험해본 이야기 입니다. <편집자주>


 


“게임 속 퀘스트(Quest) 깨듯 이용해보세요”

지난 5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구찌 가옥’(GUCCI GAOK). 입구에서 직원이 삼성전자의 접는 스마트폰을 건네며 의외의 단어를 꺼냈다. 게임과 퀘스트. 흔히 쓰이는 말이나, 애써 두 낱말을 사전 정의에 따라 조합해 보면 이런 뜻이 나온다. ‘게임에서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 또는 행동’. 럭셔리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이용하는데 왜 이런 깨는 행위가 필요한 걸까?

게임의 맵을 전전하는 것처럼 요점은 ‘이동’에 있다. 걸음을 옮겨 특정 공간에 다다를 때마다 지급받은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렸다. 삼성전자와 구찌가 협업해 개발한 구찌 스토어 전용 디지털 애플리케이션 ‘가옥 스마트 가이드’가 반응한 것이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주변에 어떤 영역이 있는지를 지도가 나타낸다. 층마다 예닐곱 정도의 구역이 있다. 옷, 액세서리가 늘어선 각종 패션 콜렉션과 포토 부스 등의 이용할 만한 콘텐츠들로 구성됐다. 한 층을 꼬박 돌면 손에 쥔 스마트폰은 예닐곱 번 운다. 진동을 쫓아 화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눈앞에 있는 옷가지의 정보가 뜬다. 무엇에 양감을 받았고 어떤 소재가 쓰였는지 등을 담은 내용이다.

소장하고픈 어여쁜 공간에 이르면 찰떡같이 알아채고 안내가 뜬다. “다양한 스티커와 액자로 멋진 사진을 촬영해 보세요”. ‘시작하기’를 부르면 카메라가 실행된다. 이를 배경으로 셀피를 촬영하라는 뜻이다. 찍은 사진은 나중에 직원이 휴대폰으로 전송해준다. 직원 호출은 ‘가옥 스마트 가이드’로 가능하다.

가장 몸 편한 기능은 ‘스니커즈 AR(증강현실)’이다. 신발을 신고 벗을 필요가 없다. 앱이 대신해준다. 스니커즈가 죽 놓인 진열대 앞에 서면 마찬가지로 카메라를 발에 비춰보라는 권유가 뜬다. 따라하면 신발이 덧입혀진다. 이어 쭉쭉 다른 스니커즈들을 선택하면 종류별로 신겨진다. 신는 것이 아니라서 에너지 소비가 없다.

 

삼성전자가 구찌와 협업한 '가옥 스마트 가이드' 앱 화면 (삼성전자 제공)

 


내 위치를 어떻게? 비밀은 ‘UWB’



여기서 드는 의문. 이 공간들은 어떻게 동선에 따라 나를 인지하는 것일까? 비밀은 천장에 있다. 구역마다 네모난 작은 장치가 붙어 있다. 일종의 신호기 같은 이 개별 장치에 가까워지면 소지한 스마트폰이 반응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단거리 무선 통신 프로토콜인 UWB(Ultra-Wideband, 초광대역)이 적용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UWB는 블루투스나 와이파이와 같이 전파를 활용하며, 고주파 대역을 활용해 ‘cm’ 단위까지 정밀한 거리 측정이 가능하고 방향성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엔 이 기술을 차(車)에 적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갤럭시 Z 폴드3'를 제네시스 신형 전기차 'GV60'의 디지털 키로 사용 가능케 한 것이다. 자동차 키 없이도 스마트폰을 통해 문을 열고, 시동을 걸거나 트렁크 문을 여닫는 기능이다. 스마트폰을 소지한 채 차량에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술을 이용해 만든 ‘삼성 VR 스토어'는 게임하듯 이동이 가능하고 필요하면 제품의 뚜껑도 열어볼 수 있다. (삼성 VR 스토어 캡처)

 


실제 매장을 그대로 옮긴 온라인몰



쇼핑(구찌 가옥)과 이용(디지털 키)의 변화는 오프라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온라인에서도 이채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들어섰지만, 주안점은 여전히 비대면이다.

지난달 온라인에서 운영을 시작한 ‘삼성 VR 스토어’에는 없는 것이 있다. 사람과 이용시간이다. “온라인몰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 항변하면 할 말은 있다. 실제 매장과 똑같이 꾸몄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또 게임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PC는 마우스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콕콕 찍으면 되고 스마트폰은 방향을 터치해 나아가면 된다. 계단을 선택하면 층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여기까지가 매장을 활보하는 기본 조작법이다. 응용법은 자율적인 쇼핑으로, 제품에 다가가 원을 누르면 사양이 노출되고 세탁기나 냉장고는 문도 열어볼 수 있다.

필요하면 상담사도 소환 가능하다. 1:1 맞춤형 화상 상담 서비스인 e-디테일러(D'tailor)를 통해서다. 화면이 가로막고 있지만 얼굴 마주하기 꺼려지면 유선 상담을 선택하면 된다. 별도 앱 설치 없이 전국 33개 매장의 전문 상담사가 연결된다. 혼자인듯 혼자가 아닌 쇼핑방식이다.

삼성전자 한국총괄 권금주 상무는 "변화하는 소비자와 유통 환경을 반영해 선보인 삼성 VR 스토어와 e-디테일러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시ㆍ공간 제약 없이 안전하고 편리한 구매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체계적인 소비자 분석을 통해 온∙오프 라인을 연계한 토탈 서비스를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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