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사흘 만에 빛본 승복 메시지…'원팀' 시간 걸릴 듯

“경선 결과 수용, 이재명 축하”…이재명 “함께 산 오르겠다”

심원섭 기자 2021.10.14 10:53:07

지난10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민주당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경쟁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축하의 손을 내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지역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로 대선후보가 확정된 후 “제 마음이 정리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면서 경선장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떠나 칩거에 들어간 지 3일 만인 13일 침묵을 깨고 대선 경선 승복 선언을 했다.

이 전 대표는 경선 이후 지난 사흘간 지지자들과의 접촉은 물론 외부 연락도 일절 하지 않으면서 수행비서도 물리치고 아내 김숙희 여사와 단둘이 지방을 조용히 오가면서 고민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이 전 대표는 13일 이미 경선 전에 작성해 자신의 상의에 들어있었던 승복 연설문을 민주당의 당무위 직후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면서 대권 도전의 꿈을 접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당무위에서 사퇴한 대선주자들의 무효표 계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결선 투표를 요구한 이 전 대표 측 요구를 기각하고 이 지사의 대선후보 당선을 최종적으로 확정함에 따라 이 전 대표로서는 당무위 결정을 수용하느냐 마느냐의 2가지 선택의 길에 들어서자 결국 불복의 문턱을 넘지 않고 멈춰 선 것이다.

물론 이 전 대표로서는 논리적으로 승복하지 않으면 법적 투쟁 등의 길만 남게 되는데 그에 따른 실익도 명분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로 분석되지만 무엇보다도 ‘대선 경선 불복 프레임’에 갇히게 될 경우 4기 민주 정부 창출의 역사적 과제가 있는 대선을 앞두고 당 분열의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민주당원으로 평생을 지켜온 부친의 영향으로 ‘애당심’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들리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경쟁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1천자 분량의 ‘사랑하는 민주당에 드리는 글’이라는 승복연설문에서 “당무위 결정을 존중하며 대통령 후보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면서 “경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후보께 축하드리며, 이 후보께서 당의 단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함께 선의로 경쟁하신 추미애 박용진 김두관 정세균 이광재 최문순 양승조 동지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저는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 민주당이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고 국민의 신임을 얻어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부족한 저를 도와 주고 지지해 준 모든 분께 눈물 나도록 고맙고 미안하다”면서 “그 고마움과 미안함을 제가 사는 날까지 모두 갚아야 할 텐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러분의 사랑을 제 삶이 다하도록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지금은 민주당의 위기이다. 위기 앞에 서로를 포용하고, 그 힘으로 승리했던 것이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그것이 평생을 이름 없는 지방당원으로 사셨던 제 아버지의 가르침이었다. 부디 저의 고심 어린 결정과 호소를 받아 주시기를 간청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지사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대의를 위해 결단을 내려주신 이낙연 후보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조금 떨어져 서로 경쟁하던 관계에서 이제 손을 꽉 맞잡고 함께 산에 오르는 동지가 됐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이 지사는 “이낙연 후보님과 함께 길을 찾고 능선을 넘어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며 “잡아주신 손 꼭 잡고 함께 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지사는 이 전 대표측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경선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분들이 많으신 줄 안다. 그러나 여전히 동지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작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힘들 때 서로 부축하며 같은 곳을 향해 걸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민주당의 이름으로, 동지의 이름으로 함께 뜻 모아 주시고 손잡아 주시길 당부드린다‘며 ”경선을 치르며 지금까지 있던 모든 것들은 다 털어버리고 4기 민주정부 창출을 위해 다 같이 주인공이 되어 뛰자“고 당부했다.

이처럼 이 전 대표의 공식 승복 선언으로, 민주당 경선 결과 발표 후 이어진 후폭풍이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지만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 간의 갈등의 앙금을 치유하고 원팀을 회복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더구나 이 전 대표 측 일부지지자들이 법적 대응까지 언급하면서 반발하고 있어 원팀 선거 대응을 위한 화학적 결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며 나아가 이번 내홍의 이면에는 대장동 의혹으로 인한 ‘불안한 후보론’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대장동 정국 상황에 따라서 다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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