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이준석에 고무된 게임업계…‘게임 셧다운제’ 폐지될까

김수찬 기자 2021.07.20 09:42:34

초딩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19금? 세계적 웃음거리
이준석 “여가부, 할일 없으니 셧다운제나 하고 있다”
여당 의원까지 ‘폐지’ 가세… 10년만에 존폐 갈림길
게임업계 “경쟁력 가로막는 전근대적 법안 사라져야”

 

청소년 보호법 ‘게임 셧다운제’가 약 10년 만에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서울시내 피시방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시행된 ‘게임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저기서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선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안전책일까.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악법일까. (CNB=김수찬 기자)


 

 


게임 셧다운제는 2011년 11월 시행된 게임 시간제한 제도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며,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이라는 명목 하에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입법됐다.

입법 과정에서부터 많은 진통이 있었고, 법안 통과 이후 약 10여년 동안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헌재의 합헌 결정이 나오면서 한동안 잠잠한 듯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논란이 불붙었다. 이번에는 ‘개선’이 아니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초통령 게임’이 ‘성인용’?



셧다운제 이슈가 다시 부상한 이유는 ‘마인크래프트 미성년자 이용 불가 사태’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계정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한국 이용자는 19세 이상만 가입하도록 방침을 바꿔 성인용 게임이 되어버린 것. 셧다운제가 있는 한국만을 위해 한국용 서버를 별도로 구축하는 대신 내린 조치다.

초등학생 대표 게임으로 불리는 일명 ‘초통령’ 게임이 성인용 게임이 되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인 셧다운제로 인해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인크래프트는 한국을 포함한 수많은 국가에서 정식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활용됐다. 작년 어린이날 때는 청와대가 마인크래프트 이용자 카페 ‘우마공’ 등과 협업해 청와대 월드 맵을 배포하기까지 했다.

 

초등학생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이 셧다운제로 인해 미성년자 이용 불가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은 피씨와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셧다운제 주관 부처인 여가부는 맹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여가부는 “마인크래프트 게임의 청소년 이용제한 방침은 해당 게임사의 운영 정책에 의한 것”이라며 “셧다운제 개선 방안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게이머들은 “여가부의 정책 때문에 게임사가 운영 정책을 바꾼 것인데, 자신들의 책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회피한다”며 더더욱 거세게 셧다운제 폐지를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일 현재 11만35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준석 “실효성 의문”…여야 모두 폐지 주장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셧다운제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여야 모두 셧다운제 개선 및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특히 야당은 당 대표까지 나서 셧다운제 폐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같은당 허은아 의원이 주최한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세미나에 화상으로 참석해 “게임의 부정적 측면을 과대평가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법 홍보를 했던 사안”이라며 “통제를 기반으로 한 청소년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셧다운제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며, 여성부 폐지를 정책 공약으로 내걸었다.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이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성부가 여성 정책만 갖고 유지할 수 없으니 가족과 청소년 정책을 붙였는데, 그랬더니 게임 셧다운제나 하고 있다”며 돌직구를 날렸다. 이 대표는 한발 더 나가 ‘여가부 폐지’를 정책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실제로 국회 4차 산업 특위가 2019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셧다운제를 통해 늘어난 청소년 수면 시간은 1분 30초에 그쳤을 정도로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허은아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본인이나 부모가 요청할 때만 접속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아 발의했다.

여권에서도 전면 폐지를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8일 간담회에서 “입법 취지와 달리 제대로 된 효과 없이 산업 분야 위축과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야기한 대표적인 악성 규제”라며 “올해 안에 폐지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여가위원, 법사위원들을 지속해서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 “폐지 적기 왔다…부정적 인식 바꿀 기회”



게임업계는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이전에 수차례 발의됐던 유사 법안은 번번이 폐기됐지만, 이번만큼은 개정안 통과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게임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인식하는 중이다.

실제 CNB가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업계 ‘빅3’를 비롯, 컴투스·게임빌·펄어비스·카카오게임즈·스마일게이트·크래프톤 등 주요게임사에 물어보니 하나같이 반기는 분위기였다.

 

지난 13일 같은당 허은아 의원이 주최한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세미나가 화상으로 열렸다. (사진=허은아 의원 유튜브 캡쳐)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에 “셧다운제를 통해 게임을 ‘유해 콘텐츠’로 인식시키는 등 부정적인 면을 과장해왔다. TV, 음악, 영화, 유튜브 등 모든 콘텐츠에는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오로지 게임에만 낙인을 찍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정 내에서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을 국가가 법률로 통제하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라며 “입법목적이 정당하지도 않고,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한 구시대적 규제안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CNB에 “셧다운제를 유지하기 위해 프로그램 운영, 인프라 구축, 인력 등 별도로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중소게임사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셧다운제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하면 국내 게임산업 성장률이 10% 이상 급감했다”며 “셧다운제 폐지를 신호탄으로 국내 게임과 e스포츠 산업 등의 규제를 풀어나가면 자연스럽게 게임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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