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비즈] 동서식품·오리온·농심…맥심사냥·포카전·로제신라면 체험기

선명규 기자 2021.07.19 10:18:25

과자로 전 부치고, 라면에 로제소스
‘괴식’ 또는 ‘인싸’ 맛? 호기심 자극
조합 독특할수록 판매율 쑥쑥 늘어

 

요즘 요리에서 '로제'는 만능 열쇠다. 어디에 조합해도 그럴듯한 요리로 재탄생하는 마법을 발휘해 인기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 따라하기에도 쉽다. (사진=유튜버 햄지의 '로제 신라면' 만드는 법 갈무리)

 

뭐든 해봅니다. 대리인을 자처합니다. 모이지도 말고 움직임도 줄이고 마스크 없이는 대화도 금해야 하는 ‘자제의 시대’. CNB가 대신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 편은 과자, 라면 등 기성 제품이 그럴듯한 새 요리로 둔갑하는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질문 하나. 다음 중 빈칸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낱말은?

‘00떡볶이, 00파스타, 00곱창’

이미 눈치 챘겠지만 정답은 ‘로제’다. 신조어도 아니고,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이름도 아니다. 하얀 크림소스와 붉은 토마토소스가 섞여 장밋빛(rose)을 띠는 소스, 그 로제다. 한때 모든 메뉴에 ‘치즈’를 끼얹던 광풍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떡볶이처럼 평범하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음식에 로제를 첨가해 새로운 맛을 내는 게 요즘 인기다. 클래식에 트렌드를 뿌렸다고 할까. 이 단어만 붙으면 전혀 색다른 음식으로 거듭나니 유행에 민감한 이들 사이에선 ‘인싸(외향적이며 타인과 잘 어울리는 사람) 음식’으로 꼽힌다.

풍미가 진하기 때문에 어디에 넣어도 대부분 잘 어울린다. 맛이 산다. 그렇기에 변주 가능한 대상이 많다. 그런데 이건 좀 의외다. 자극적이고 무슨 맛인지 너무도 잘 아는 라면에도 찰떡이라고 한다. 강렬한 라면 수프와 로제의 만남은 과연 천생연분일까?

7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잘 만들고 잘 먹는 유튜버 햄지는 ‘로제 신라면’ 만드는 법을 이렇게 소개했다.

우선 농심 신라면 1개, 우유 550ml, 고추장 5g, 비엔나소시지 5개, 양파 40g을 준비한다. 그다음 ①양파를 두껍게(0.5cm) 썬다. ②넓은 프라이팬에 우유와 고추장을 넣고 섞어가며 끓인다. ③면, 분말수프, 프레이크, 양파, 비엔나 소시지를 넣고 4분30초 동안 끓인다. ④끝으로 기호에 따라 체다치즈나 파마산치즈를 넣어주면 된다.

군침 돌게 만드는 이 영상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 요리에서 먹는 과정까지 짧은 분량에 담겼는데, 조회수가 499만회에 이른다. 댓글에는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지금 마트 갑니다” 등이 달렸다.

그런데 왜 하필 수많은 제품 중 사나이 울리는 매운 라면이 선호될까.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로제에는 기본적으로 우유나 생크림이 들어가기 때문에 느끼하다”며 “매콤한 향이 더해져야 중화가 되면서 조화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접 만들어보니 주의할 점이 있다. 맛을 좌우하는 건 라면 수프다. 한 봉지를 모두 털어 넣으면 짜다. 더욱이 라면의 기운이 로제의 맛을 잠식해버린다. 따라서 수프는 절반 이하로 넣는 것이 좋다.
 

'로제 신라면'을 만들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수프를 전부 넣으면 매우 짜거나 그냥 라면이 될 수도 있다. 절반 이하로 넣는 것이 좋다. (사진=선명규 기자)

 


‘감자과자’가 ‘감자전’으로



기성 제품의 변신은 라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과자도 할 수 있다. 최근 각광받는 것 중 하나가 감자칩을 기초로 만드는 전 요리다. 한 요리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우선 요리법부터. 절차는 간소하다. 과자봉지를 뜯고 그대로 주물러서 내용물을 부순다. 바삭한 식감을 선호한다면 박살내는 수준이 아니라 적당히 잘게 부수는 게 좋다. 그다음, 부서진 과자를 그릇에 담고 물이 약간 잠길 정도로만 부은 채 잠깐 두면 금방 분다. 건더기가 살짝 뜰만큼 물을 넣으면 차지지 않으니 조절을 잘해야 한다. 약 10분 후 밀가루 한 숟갈을 넣어 반죽하면 프라이팬에 뛰어들 준비가 끝난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불조절이다. 약간의 차이로 타거나 익지 않은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중간불보다 아주 약간 약한 정도로 두고 테두리가 노릇노릇해질 쯤 한번 뒤집는 게 최적이다. 반대쪽은 아까의 절반 정도 시간만 할애해 익힌 다음 그대로 먹어도 좋고 콘버터나 치즈를 토핑으로 올려도 괜찮다. 감자과자가 기본적으로 짠 편이니 간장도 필요없다. 맛은? 믿기 어렵겠지만 등산하고 내려와 강원도 재래시장에서 먹는 감자전과 유사하다.

감자과자가 그럴듯한 전으로 탄생하는 이유가 있다. 재료가 이질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CNB에 “포카칩 M사이즈의 경우 생감자 두 알을 썰어서 튀기고 시즈닝(향과 맛을 증가하기 위해 향신료 등을 첨가하는 것)을 해서 만든다”고 설명했다. 실제 감자이기에 감자전맛이 나는 지극히 뻔한 인과관계이다.

이 초간단 요리를 두고 사람들은 설왕설래한다. 쟁점은 작명이다. ‘포카전(포카칩+전)’ ‘포태토전(포태토칩+전)’ 등 자신이 선호하는 감자칩 제품이 주로 거론되나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다. 실제 감자를 쓴 제품을 활용하면 비슷한 맛이 난다.
 

'포카전'을 만들 때 먼저 조심해야 할 것은 물조절이다. 과자가 뜰 정도로 담그면 차지지 않는다. 다음은 불조절로 중간불 보다 살짝 약한 정도로 익혀야 타지 않고 골고루 익는다. (사진=선명규 기자)

 


 

디저트도 평범하지 않게



입맛 상실의 계절 여름, 직장인들에게 점심메뉴 만큼이나 고르기 어려운 것이 디저트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식상하고 아바라(아이스 바닐라 라떼)는 배부르다. 그럴 때 유용한 것이 상대적으로 양은 적고 적당히 달달한 믹스커피인데, MZ세대(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생인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는 타는 방식도 다르다.

5년차 직장인 김보라 씨(32)가 전한 비법은 ‘맥심사냥’. 동서식품의 맥심 커피믹스를 커피맛 아이스크림 ‘더위사냥’처럼 얼려 먹는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먼저 종이컵에 똑같이 커피를 붓고 뜨거운 물에 녹인 다음 그걸 내용물 빠진 빈 봉지에 다시 넣는다. 그리고 밤새 냉동실에 넣어두면 끝인데, 커피가 얼면서 팽창하기 때문에 봉지 가득 넣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넘쳐서 모양이 형편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냉동실에서 하루를 보내면 모양이 ‘더위사냥’의 상단 껍질을 벗겼을 때처럼 변해 마침내 ‘맥심사냥’이 된다. 아랫부분을 누르면, ‘아이스크림’이 밀려 올라오니 먹기에도 편하다. 김 씨는 “미리 회사 냉장고에 여러 개를 얼려두고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나눠 먹는다”고 했다.

 

한여름, 적당히 가볍고 만들기 쉬운 디저트 중 하나가 '맥심사냥'이다. 믹스커피를 봉지에 얼리는 간단한 방식으로 더위를 사냥할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이처럼 MZ세대를 중심으로 상식을 깨는 음식이 유행처럼 번지자 식품업계에서도 독특한 조합의 제품을 내놓으려는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하다. 미리 예상치도 못한 만남의 제품을 성사시켜 화제성도 챙기고 소비자들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것이다. 농심 곱창맛 포테토칩, 롯데제과 매운 치즈떡볶이맛 찰떡아이스, 좋은데이 민트초코 소주가 대표적인 독특한 만남 사례로 꼽힌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조합이 독특하다 못해 이상할수록 소비자들의 관심이 올라간다”며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 소비자 반응을 우선 살피는 파일럿 형태로 나온 게 대부분이긴 하나, 의외로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판매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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