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탕’의 송유현 “장진 감독 연기 부러워”

9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서 열연

김금영 기자 2012.07.19 22:31:40

▲연극

장진 감독의 풍자 수다극 ‘허탕’이 대학로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악평과 호평이 동시에 쏟아지는 등 극과극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허탕’의 히로인 송유현 또한 주목받고 있다.

‘허탕’은 죄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락한 감옥에 갇혔지만 늘 탈출을 시도하는 죄수1 ‘덕배’, 난데없이 끌려와 당황하지만 차차 감옥 생활에 익숙해지는 죄수2 ‘달수’와 기억과 말을 상실한 채 감옥에 던져진 죄수3 ‘화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송유현은 화이로 분해 현재 열연을 펼치고 있다.

화이는 극 중 가장 말이 적은 것 같지만 나중에 반전을 선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엔 3~5살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지만 잊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좌절하고 울부짖는 등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한다.

“처음에 화이를 연기할 땐 신체적으로 먼저 접근했어요. 말도 많이 더듬었는데 장진 감독님이 ‘신체가 너무 아파 보인다’며 ‘화이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조언을 바탕으로 정신 지체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영화도 찾아보고 점점 지금의 화이를 만들어갔어요.”

같이 화이를 연기하는 이세은과도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송유현은 “연습할 때 화이가 어떤 캐릭터인지 서로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며 “세은 언니는 특히 순간의 장면에 몰입하는 집중력에 대단하다. 굉장히 마른 체구에서 그만한 집중력이 나올 땐 힘이 느껴져 감탄했다”고 말했다.


느껴지는 대로 보는 게 ‘허탕’의 매력
장진 감독과 10여 년에 걸쳐 이뤄진 만남 특별해


‘허탕’은 요즘 공연 추세에 비춰보면 관객들에게 다소 불친절(?)한 공연이기도 하다. 쉽고, 재밌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공연들이 많은 가운데 ‘허탕’은 이상한 감옥에서 이뤄지는 죄수 3명의 기막힌 동거라는 설정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추상적인 대사와 결말에 답을 내주지 않는 형태로 공연이 진행된다. 그래서 “어렵다”는 관객들도 많다.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메시지가 있나 분석하면서 보다가 중간에 지쳐서 조는 관객 분들도 있어요. 그냥 느껴지는 대로 보면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화이를 연기하는 게 수월하진 않지만 점점 애정을 가지고 임하고 있어요. 공연할 때 덕배가 청소하고 화이가 톱질하러 가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행복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뒤에 다가올 슬픈 이야기들 때문에 눈물을 참고 공연한 적도 있어요(웃음).”

이처럼 송유현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 화이를 만든 장진 감독과의 만남 또한 그녀에겐 소중한 인연이다. 송유현은 “정말 매력있다”며 “거의 이상형”이라고 웃으며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재다능하고 유머러스하세요. 또 본인이 쓴 작품의 캐릭터 연기를 정말 잘 하시니까 부럽더라고요. 만능 엔터테이너 같아요(웃음). 처음엔 장진 감독님을 몰랐어요. 20살 때 희곡을 쓴 사람이라고만 알았는데 주위에서 다들 ‘천재’라고 하길래 그냥 그렇구나 했어요. 그런데 그런 감독님이랑 거의 10여 년 만에 ‘허탕’에서 만나다니…. 무한한 영광이에요(웃음). 장진 감독님의 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싶었어요.”


연기 포기하고 싶어 펑펑 울었지만
지금은 무대 위가 가장 좋아


이토록 연기 열정을 불태우는 그녀이지만 ‘연기’라는 단어가 유독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평범하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송유현은 예고를 다니던 친구를 만나고 처음엔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눈길을 돌렸다. 부모님 몰래 예고 시험에 응시했는데 덜컥 붙었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지만 반대가 심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있다는 걸 알고 114에 전화에서 번호를 알아낸 뒤 직접 전화를 했어요. 방학 때 워크숍이 있고 그 뒤 오디션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제가 그 때 전화를 걸지 않았으면 오디션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지나쳤을 거예요. 기막힌 우연이었죠.”

하지만 그 과정 끝에 대학에 입학했을 땐 설렘보다 부담감이 엄습했다. 원체 배우에 대한 꿈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춘기 시절 부모님에 대한 반항심에 오기로 지원했던 것도 있었기 때문. 결국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다.

연기하기 싫은 마음에 교수에게 찾아가 ‘나를 왜 뽑았냐’고 하소연도 하는 등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런 마음을 바꿔준 계기가 3학년 때 시작한 공연”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점점 연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2007년 뮤지컬 ‘라이어’로 급작스레 무대에 서게 됐고 이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우는 계기가 됐다. 갑자기 결정된 무대라 2주밖에 연습 시간이 없었지만 상대 배우를 붙잡고 악바리 근성으로 연습한 결과 무대 위에서 즐길 수 있었다고.

“무대에 서는 매순간이 지금도 힘든 건 사실이에요. 펑펑 울 때도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그 스트레스가 예전 같지는 않아요.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거든요(웃음). 예전엔 공백기 때도 ‘왜 아무도 나를 찾지 않나’ 하고 자책했지만 이젠 배우로서 재충전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그런 그녀가 지금 가장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것은 바로 ‘허탕’이다. 아직도 화이라는 인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 중이라는 송유현은 “많은 분들이 ‘허탕’을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웃어보였다.

송유현의 열연이 담긴 ‘허탕’은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9월 2일까지 공연된다. 장진 감독이 작/연출을 맡았고, 배우 김원해, 이철민, 김대령, 이세은, 송유현, 이진오가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한편 송유현에 관한 추가 인터뷰는 CNB저널 284호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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