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갤러리 ‘황란 개인전’ - Illusion & Reality

치명적인 아름다움 속에 숨어있는 냉혹함을 그려내

김금영 기자 2010.06.07 16:21:42

▲환생. 크리스탈, 나무판에 핀. 105x110cm. 2009.

학고재 갤러리가 뉴욕을 무대로 생활하며 이국적 느낌의 동양적 감성 표현을 선보이는 황란의 개인전 ‘Illusion & Reality’을 학고재 갤러리 본관에서 6월 9일부터 7월 11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새와 부처, 달항아리, 매화 같은 매혹적인 이미지에 현대인의 일상성,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의미, 비어있지만 차있는 ‘비움’의 상태 등 동양의 정신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뉴욕에서 살아가며 활동하는 미국인으로서의 자신과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은 어느 한 곳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예술’을 하는 ‘예술가’라는 결론을 내렸고, 자신의 정체성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작품은 동서양의 관점이 모두 반영돼 있으며 보다 자유로워 보인다.

▲달콤한 인연. 단추, 핀, 구슬. 180x720cm. 2010.

이번 전시는 여백의 미를 살리며 공간을 활용한 화려함이 눈에 띈다. 벽면 한 쪽에는 벽에 피어있는 듯한 하얀 매화 나무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 옆 벽면에 펼쳐진 빨간 매화 나무는 치명적이면서 화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특히 빨간 매화 나무 사이에 숨어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은 화려함 속에 숨어있는 냉혹함을 상징한다. 화려한 세계 속에 도사리는 위험을 통해 작가는 물질만능사회의 이면에 있는 부조리와 갈등, 더 나아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삶이 반영된 독특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화산재 구름 위를 날고 있는 새를 나타낸 작품은 실제 작가가 화산재 구름으로 인해 작업 재료를 받지 못할 당시 답답했던 마음을 풀고자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작가는 주로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삶의 이야기들이 작품의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고 말한다.

▲The Rest. 금속단추, 핀. 275x153cm. 2009.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동양 사상의 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서구적인 표현 방식으로 표출된다고 한다. 작가의 작품 중 부처의 모습을 나타낸 작품은 동양의 불교 사상을 다루면서도 단추와 핀으로 세련되게 표현된다. 빨간 단추, 하얀 단추로 세련되면서도 화려하게 매화를 나타낸 작품의 경우 부러지지 않으면서 가지선이 곧은 매화가 동양의 정신을 표현하기 적절하기에 선택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자기가 자신을 존경할 수 있어야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다잡기 위해 개인전을 열 때마다 항상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진정한 용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이런 용기를 가지고 내가 정말 원하고 좋아하는 작품 활동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용기와 의지를 바탕으로 탄생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청계천의 빛. 구슬, 크리스탈, 핀, 플렉시 유리에 영상. 230 x 300cm. 2009.

학고재 갤러리
전시명 : Illusion & Reality
전시기간 : 6월 9일~7월 11일
전시작가 : 황란
문 의 : 02)720~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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