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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성가 이재용 수난史…‘광복절 사면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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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1.01.20 09:36:59

이재용-박근혜, 뇌물공여 ‘한배’
‘삼성 준법위’ 양형에 참작안돼
여권 일각 ‘광복절 사면론’ 솔솔

朴 사면 되면 함께 풀려날 수도

 

정치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가 불붙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의 뇌물공여로 구속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민주당 이낙연 대표 주변에 ‘사면론’에 반대하는 광주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정치권과 재계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에 의해 판결이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최근 정부·여당이 기업규제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키며 재계와 대립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재판 결과라는 점에서 재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벌써부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NB=도기천 기자)

 


4년 걸린 ‘세기의 재판’



‘세기의 재판’이라 할만했다. 이번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무려 4년 2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1심과 2심, 대법원이 각각 다른 판단을 내려 재판이 공전의 공전을 거듭했으며, 이 부회장과 함께 재판에 연루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의 재판 과정 또한 순조롭지 않았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수난사는 2016년 11월 8일 검찰이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됏다. 이 부회장은 처음에는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됐으나, 같은해 12월 박영수 특검이 출범하면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 구속기소 됐다.

1심은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 72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89억원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해 36억원만 뇌물액으로 인정,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석방했다.

이 부회장은 1년 만에 풀려났지만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이 무죄로 판단한 정씨의 말 구입비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 등 합계 50억여원을 뇌물로 봐야 한다며 2019년 8월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부회장의 ‘양형’을 두고 특검과 변호인측 간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졌다. 대법원에서 이미 유죄가 확정된 만큼, 재판의 핵심은 ‘집행유예’를 받느냐였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직권남용에 의한 수동적 공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청와대의 강요에 의한 불가피한 행위였다는 입장을 줄곧 주장했으며, 기업이 정치권력에 비해 ‘상대적 약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나마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징역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 뒤숭숭한 재계



이번 재판을 바라본 기업인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가뜩이나 대형 규제 법안들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해 한숨 쉬고 있는 마당에,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총수가 2017년에 이어 다시 구속수감 됐다는 점에서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공정경제 3법’으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한꺼번에 통과시킨데 이어, 지난 8일에는 기업의 잘못으로 인명피해 발생시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했다.

기업인들의 이 부회장 구명 노력도 허사가 됐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지난 15일 법원에 이 부회장을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앞서 13일에는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이 탄원서를 냈다. 이들은 “삼성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 부회장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재판부에 호소했었다.

 

삼성은 재판부 요구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했지만,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에 이를 참작하지 않았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특히 재계는 삼성이 공들인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형량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데 대해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다.

삼성은 2019년 12월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철저한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하자, 그 즉시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내정해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을 독립적으로 감시·통제한다’는 목표 하에 삼성의 7개 주요 계열사(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에스디에스, 삼성생명, 삼성화재)에 대한 준법감시활동에 전념해왔다. 월1회 이상 회의를 열어 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사안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회사 측에 적극 제시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회 점검 결과,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피고인(이 부회장)의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새로운 제도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

이를 두고 경제계 일각에서는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도입하고 있는 ‘사회적 책임경영’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기업 고위임원은 CNB에 “최근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경영중심에 두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 부회장 재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가 양형에 고려되었더라면 다른 기업들의 ESG경영에도 활력이 되었을 것”이라며 “기업경영의 특수성과 사회적 기여 노력 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판 결과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 회장은 법원에 이 부회장을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사면론, 이 부회장과 맞물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을 놓고 경제계와는 결이 다른 해석이 나온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등장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과 이 부회장을 연관짓는 시각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대법원 판결로 징역 20년이 확정돼 사면 논의가 막 시작됐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형이 확정되기도 전에 사면을 논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었는데, 형량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달 초 선제적으로 사면 카드를 꺼낸 것을 비롯,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논란에 가세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사면을 말할 시기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지만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기가 오면 (사면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 부회장에 대한 광복절 사면 얘기가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CNB에 “뇌물공여로 두 사람(박근혜·이재용)이 한데 묶여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면 이 부회장도 사면될 수밖에 없다”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4월)가 끝난 이후부터 본격적인 얘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이후 정치지형이 바뀌고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시작되는 광복절(8월15일) 즈음이 사면의 적기가 될 수 있단 얘기다. 더구나 최태원 SK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전례가 있다.

일각에서는 가석방 가능성도 거론된다. 형기의 3분의 2를 채워야 가석방 요건이 성립되는데, 이 부회장이 이미 1년(2017년2월~2018년2월) 간 수감생활을 했다. 따라서 앞으로 8개월 정도만 수형생활을 더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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