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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뜩이나 힘든데…LH의 희한한 10년공공임대 ‘월세 장사’

전세를 월세로…‘마술 같은 셈법’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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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4.01 09:43:06

올해 1월3일 LH의 입주자모집공고문. 보증금 1억1600만원을 내면 월임대료는 0원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불과 2개월 뒤 LH는 ‘계약기간 종료되면 다시 월세로 전환한다’고 통보했다. (LH청약센터 홈페이지 캡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일부 공공임대아파트의 임대료 기준을 전세에서 반전세로 전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세입자들은 전세금(임대보증금)만 내고 거주하다 돌연 월 수십만원씩의 월세를 추가로 내야할 처지가 됐다. LH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공임대 입주자 지원을 약속해 놓고 월세 부담을 안겼다는 점에서 이중적인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CNB가 단독 취재했다. (CNB=도기천 기자)

미계약분 속출하자 ‘전세’로 유혹
입주완료되자 다시 ‘월세’로 돌려
안그래도 힘든때에…서민들 ‘분통’
“코로나19 대책에 역주행” 지적도

 


“보증금 350만원 돌려 줄테니 20만원씩 월세 내라”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의 한 10년공공임대 아파트(LH내포스타힐스)에 거주하고 있는 서상원씨(가명)는 최근 LH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지문을 받았다. 오는 7월 1일부터 임대료 산정 기준이 전세에서 반전세(반월세)로 전환된다는 내용이었다.

서씨는 현재 임대보증금 1억1600만원을 내고 거주하고 있다. 월임대료 없는 ‘100% 전세’다. 그런데 돌연 LH가 월임대료의 60%까지만 전세 가능하고, 나머지 40%는 월세로 돌린다고 통보한 것.

이 아파트의 기본임대료(84m²기준)는 보증금 4250만원에 월임대료 49만원이다. 49만원의 60%인 29만원까지만 전세전환 되고, 나머지 20만원은 월세로 납부하란 얘기다. 월29만원에 해당되는 보증금추가분은 전환이율 연리 5%가 적용돼 7000만원으로 책정됐다. 7000만원에 대해 연5%의 이자율로 계상한다는 의미다.

서씨의 경우 현재 임대보증금 1억1600만원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보증금 중 350만원을 돌려받고, 매월 20만원을 추가로 내야한다. 기본보증금(4250만원)에 보증금추가분(7000만원)을 더하면 1억1250만원이 되므로 350만원을 돌려받는 대신 20만원씩 월세를 내게 된 것이다.

서씨 입장에서 보면 돌려받게 되는 보증금 350만원은 별 의미가 없다. 보증금은 없어지는 돈이 아니기에 추후 계약해지 때 돌려받아도 된다. 문제는 매월 20만원씩 추가로 월세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서씨 같은 경우에 처한 세대는 전체 1044세대(84m²기준) 중 760세대에 이른다.

 

LH가 3월 중순 입주민에게 통보한 안내문. 여기에는 ‘판매촉진 운영기간’ 종료로 전세를 다시 월세로 돌린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계약 당시 판매촉진 기간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가 임대료’가 비극의 시작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이는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세입자들과 인근 공인중개업소, LH 주장 등을 종합해보면, LH는 2013년 6월 최초 임대분양 때 상당히 높은 임대료를 책정했다. 당시는 내포신도시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보증금 4250만원에 월임대료 49만원을 적용했다.

그러자 상당 부분 미계약이 발생했다. 이에 LH는 2017년 6월부터 ‘판매촉진 운영기간’을 설정, 사실상의 임대료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LH는 ‘100% 전세전환’과 ‘전환요율 8% 적용’을 내걸었다.

이 조치로 인해 입주민들은 월임대료 없이 임대보증금(1억1600만원)만 내고 입주했다. 하지만 입주가 마무리되자 다시 일부(40%)를 월세로 전환한 것이다.

문제는 LH가 ‘판매촉진 운영기간’에 대해 주민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입주민들은 “계약 당시 판매촉진 기간에 대한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으며, 입주자모집공고문 어디에도 그런 안내가 없었다”며 “계약서에는 2년마다 5%이내에서 임대료가 상승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전세를 반전세로 돌릴 수 있다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LH 관계자는 CNB에 “판매촉진 기간은 내부적으로 정한 것이라 입주민들에게 공지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당초 전환보증금 조건 등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밝혔다.

실제 입주자모집공고문에는 ‘전환보증금은 2020년 6월30일 계약분까지 적용하며 그후 최초 또는 갱신계약분은 당초 전환보증금 조건 등으로 환원 될 수 있다’고 표기돼 있었다. 하지만 ‘당초 전환보증금 조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모호한데다, 판매촉진 운영기간 종료일 등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

 

최근 3년간 ‘내포스타힐스 공공임대’에 대한 ‘잔여세대 입주자모집공고’. LH는 두 달에 한번 꼴로 세입자 모집공고를 냈다. LH 주장처럼 ‘파격적인 혜택’이 있었다면 이처럼 미계약이 계속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LH청약센터 홈페이지 캡처)

 

안팔려서 ‘세일’ 해놓고 특혜 줬다?

또 다른 논란은 ‘혜택’에 대한 해석 차이다. LH측은 판매촉진 기간을 정해 ‘혜택’을 준 것이므로 판매촉진 기간이 끝난 시점에 다시 원래대로 전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LH 관계자는 “100% 전세전환은 임대분양을 촉진하기 위해 내건 파격적인 혜택이었으므로, 임대계약 갱신 때 다시 적용할 수는 없다”며 “한시적인 혜택이라 종료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입주민 측은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를 책정했다가 미계약이 속출하자 LH 스스로 임대조건을 완화한 것이며, 그 조건을 보고 계약한 것인데 혜택을 준 것이라 주장하니 어이가 없다”며 “판매촉진 기간이 끝나면 월세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변 부동산 시세 등에 따라 임대조건이 조정된 것일 뿐 혜택을 받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CNB가 최근 3년간 해당 아파트단지(내포스타힐스)에 대한 입주자모집공고를 전수조사 해보니 무려 16차례에 걸쳐 잔여세대(미계약분) 모집공고가 있었다. 두 달에 한번 꼴로 세입자 모집공고를 낸 것. LH 주장처럼 ‘파격적인 혜택’이었다면 이처럼 미계약이 계속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LH의 이번 행태가 정부시책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국토교통부)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서민피해지원책의 일환으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주거지원 추진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임대료 감면 등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해 나가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LH가 입주민들에게 전세를 일부 월세로 돌린다고 통보한 때도 이 즈음(3월 중순경)이다. 이는 공기업인 LH가 정부시책과 맞지 않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한 입주민은 CNB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때에 LH로부터 이런 통보를 받아, 주민대책위도 꾸리지 못하고 있다”며 “어떻게 공기업이 이런 힘든 시기에 서민의 고혈을 짜내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LH의 오락가락하는 임대료 정책에 150만 공공임대 가구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주거 공공성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락가락 정책에 150만 가구 ‘불안’

앞뒤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조치는 결국 LH공사의 임대 수익 개선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 LH는 지난 2014년부터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부채비율을 250% 아래로 감축하겠다는 목표 하에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주택공기업 관계자는 CNB에 “임대(전세)보증금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이 부분이 회계상 부채로 잡히게 된다”며 “특히 시중금리가 0%대까지 내려간 상황이라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금융기관에 맡겨 봤자 이자수익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최소한의 월임대료 수입이 있어야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 및 관리가 가능하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번 사례가 전해지면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이번 내포스타힐스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다. 국민임대, 5~10년공공임대, 영구임대, 행복주택, 장기전세 등 LH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은 전국적으로 150여만 가구에 이른다.

경기도 고양시 향동지구의 한 공공임대 거주자는 CNB에 “임대 조건을 중간에 LH 마음대로 바꿔 버린다면 불안해서 살 수가 있겠냐”며 “시중금리가 내려가면 전세보다 반전세·반월세를 선호하는 (민간 주택) 집주인 행태를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인 LH가 똑같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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