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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한반도 테마주’의 시작과 끝

文정부 청사진만 믿었는데…‘터널 속’ 남북경협주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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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10.16 10:42:43

서울 종로구 현대아산 사무실 창문에 남북경협 재개를 바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작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하면서 시작된 남북 해빙무드를 타고 범(凡) 현대가(家) 기업을 중심으로 이른바 ‘남북경협주’가 부상했지만 20개월 지난 지금은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북미(北美) 간 협상이 진전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반짝 상승했다가 이내 실망감에 매물이 쏟아져 추락하는 등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 추가매수에 나선 투자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전’만 건지면 시장을 탈출할 태세다. CNB가 남북테마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봤다. (CNB=도기천 기자)

20년전 ‘소떼 방북’으로 경협주 탄생
한반도 운명과 함께하며 급등락 반복
한·미·북·중 복잡한 함수…앞날 캄캄
‘시장 법칙’ 따라 신중하게 투자해야


“지난 2년은 피말리는 세월이었어요. 호재와 악재가 수없이 반복된 탓에 지금은 완전 지쳤어요. 기대는 접은지 오래입니다. 적절한 매도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어요”(범 현대가 기업에 투자한 손모씨)

“남북교류가 이렇게 힘든건지 몰랐습니다. 정부가 개성에 연락사무소 개설하고 남북철도 개통식을 할 때만 해도 정말 잘될 줄 알았죠. 지금 돌이켜보니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요”(개성공단 관련기업에 투자한 한 직장인)

“북미 협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는 점을 이용해 단타(실시간 매매)로 재미를 좀 봤어요. 하지만 (경협주 주식거래를) 계속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명 ‘단타족’ 서모씨)

CNB가 만난 남북경협 관련 종목에 투자한 이들이다. 남북경협주는 지난 2월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 최고점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난 상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98년 소떼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는 모습,  1998년 금강산 관광선인 금강호의 출항, 2003년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 2006년 현대그룹 임직원들의 금강산 내금강 답사. (사진=현대그룹 제공)

 

챕터1, 경협주의 시작과 몰락

남북경협주의 탄생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소떼 방북(소 1001마리를 이끌고 해방후 최초 육로 방북)을 계기로 현대아산이 2000년 8월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 등을 통해 개성공단 개발 사업권, 북한 7대 SOC사업 개발 독점권을 확보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현대건설, 현대로템, 현대증권,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제철 등 범(凡) 현대가 기업들이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 남북테마주의 기원이다. 현대그룹은 2000년 3월 ‘왕자의 난’으로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그룹, 현대해상화재보험, 현대산업개발 등으로 분리됐지만 뿌리가 같다는 점에서 여전히 대북사업의 기득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의 중견·중소기업 중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신원, 좋은사람들, 인디에프, 남광토건, 재영솔루텍 등 10여개 기업이 이른바 ‘개성공단 테마주’로 묶였다.

이 기업들은 몇 년간 호황을 누렸다. 현대그룹은 현대아산을 통해 금강산 및 개성공단 개발을 진행했고, 현대건설은 대북 경수로 건설과 ‘평양 유경 정주영 체육관’ 건립을 주도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패션·봉제업계는 남측의 첨단장비와 북측의 우수한 노동력에 힘입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당연히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발생한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남북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된데 이어 겨우 버티던 개성공단 마저 2016년 폐쇄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남북관계에 ‘루비콘 강’을 만들었다. 북한은 2006년 제1차 핵실험 이후 총 10여 차례에 걸쳐 대형 도발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남북경협주는 사실상 테마주로서의 생명을 다했다.

 

북미 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면서 남북경협주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 북한 대표단이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을 나서 인근 북미 실무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챕터2, 화려한 부활…앞날은 안개속

이러다가 남북테마주가 다시 부활한 건 작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선수단이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이때부터 관련종목 주가가 출렁이기 시작하더니 남북정상회담이 결정된 3월 이후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해 4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절정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동해선(강릉·고성·제진·금강산)과 경의선(서울·개성·평양·신의주) 철도를 연결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남북연락소 개설, 남측 구간 착공식 등 대형호재가 터지면서 작년 상반기 내내 오르막을 탔다.

당시 남북경협의 최대수혜자로 꼽히는 현대그룹의 상장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를 보면 이 흐름과 일치한다.

2017년 말까지 5만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이 회사 주가는 이듬해 1월 6만원을, 4월에는 8만원을 돌파했으며 5월31일 13만35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불과 6개월새 주가가 3배 가까이 오른 것. 현대건설, 현대로템, 현대제철 등 다른 종목들도 흐름이 비슷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2018.6.12.), 평양남북정상회담(2018.9.19.) 등 빅 이벤트가 이어졌음에도 실질적인 진척이 없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2차)이 결렬되자 내리막이 가팔라졌다. 이후 남북미 판문점 회동(지난 6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지난 5일) 등이 이어졌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대부분 경협주들이 올초 대비 30~40%가량 주가가 떨어졌다.

앞날도 안개 속이다. 북미 간 대화가 교착상태인데다, 남북관계마저 얼어붙고 있어서다. 하지만 북미 당국 모두 연내 대화 재개를 희망하고 있고, 최근 남북축구대회가 평양에서 열리는 등 긍정적인 뉴스도 있다. 또 미국이 스몰딜(단계적 북핵폐기) 보다 빅딜(전면 북핵폐기)을 원하고 있어 예상치 못한 깜짝 이벤트가 터질 가능성도 있다.

 

과거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 중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10여개 기업은 일명 ‘개성공단 테마주’로 불린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 발족식’에서 남북경협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챕터3, 실적과 시기 ‘2개의 키’

증권가에서는 남북테마주에 투자할 때는 경협 단계에 따른 기업 선택, 회사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한반도 상황은 미국과 북한, 중국 등 여러나라의 정세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면서도 “다만 남,북,미 모두 북핵폐기와 경제개방(대북제재 해제)이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기업실적과 경협의 단계적 성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별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경협 초기에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시작되면서 소규모 대북제재 완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와 도로 연결 등이 우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수혜주는 좋은사람들. 신원, 인디에프 등 개성공단 관련 기업들과 금강산 관광(현대엘리베이터·현대건설·현대상선), 철도·도로(현대로템·현대제철·포스코·동국제강) 관련주들이 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환동해 에너지·자원, 환서해 산업·물류·교통 등 북한의 완전한 경제개방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이다. 이른바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연계된 종목이다.

관련주는 송전(한국전력·LS산전·한전KPS·대한전선·한전산업개발), 물류(CJ대한통운·한진), 건설(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GS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삼성물산·금호산업·두산건설), 항만(현대상선·삼성중공업·한진중공업), IT·반도체(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KT) 등 SOC산업 전반에 걸쳐있다. 이밖에 뷰티·의류(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LF), 식음료(농심·오리온·대상·오뚜기·동원산업·동서식품·남양유업·롯데칠성음료) 등 생활소비재 기업들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주도 결국 ‘실적주’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챕터4, “시장의 진리 잊지마라”

여기에 더해 기업실적을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경협주의 불확실성이 커다보니 주식을 장기보유하기 보다는 시세차익을 남기고 빠지는 투자 패턴이 주를 이루는데, 이런 흐름에 편승해 기대심리 만으로 매수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북경협주는 굵직한 호재를 앞두고 상승했다가 막상 호재가 현실이 된 순간에는 주가가 하락하는 역전현상을 보여왔다. 작년 평양 정상회담(9월 17일)을 앞두고 상승했다가 막상 정상회담이 시작되자 되레 하락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세현 인하대 겸임교수(경영학)는 CNB에 “경협주 또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실적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매수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실적이 나쁘면 호재가 있어도 일시적일 뿐, 결국 실적에 따라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게 된다는 것. 경협주라고 ‘시장의 진리’를 비켜갈 순 없단 얘기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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