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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던킨에서 도너츠가, 스타벅스에서 커피가 빠진 이유

진화하는 ‘간판 전략’, 종착점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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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동근기자 |  2019.04.19 13:51:07

스타벅스코리아는 2017년부터 간판에서 커피를 지우고 있으며, 던킨도너츠도 지난해 9월 25일 부터 도너츠를 지우고 있다. 아이덴티티라고 할 만한 단어들을 지우며 과감하게 변신하는 이들의 이유는 ‘확장’이었다. 사진은 바뀐 스타벅스와 던킨도너츠 매장의 간판들. (사진 : 이동근 기자)  

 

브랜드들이 기존의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7년부터 간판에서 커피를 지우고 있으며, 지난해 9월 25일 던킨도너츠는 도너츠를 뺀 ‘던킨’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화하고 있는 ‘브랜드 전략’의 끝은 어디일까. (CNB=이동근 기자)

스타벅스, ‘커피’ 떼고 ‘문화공간’ 강조
던킨, ‘도너츠’에서 음료 등 범위 확대
건설사들, ‘집’에서 ‘삶’으로 브랜드 변신


스타벅스커피와 던킨도너츠에서 커피와 도너츠가 없어지고 있다. 간판 이야기다. 회사명 자체가 바뀐건 아니지만 일종의 리브랜딩(Re-Blanding) 작업이다.

스타벅스커피 매장 중에는 간판에 ‘STARBUCKS COFFEE’에서 ‘COFFEE’가 빠지고 ‘STARBUCKS’만 붙어 있는 매장들이 늘고 있다. 스타벅스 측에 따르면 간판 변경은 신규 및 리뉴얼 매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1270개 매장 중 350개가 이에 해당한다.

SPC그룹과 제휴해 국내에 진출한 ‘던킨도너츠’도 마찬가지다. ‘DUNKIN DONUTS’ 간판에서 ‘DONUTS’가 빠지고 ‘DUNKIN’ 이라고만 적힌 간판이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해 3월과 6월에 각각 문을 연 수원 AK점과 서울 세브란스빌딩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부분 직영점 위주로 이런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 아직 그 수는 많지 않지만 ‘던킨’하면 당연히 ‘도너츠’가 떠오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의아하다.

 

스타벅스 신촌역점. ‘COFFEE’가 빠져 있다. (사진 : 이동근 기자)
스타벅스 홍대역점. ‘COFFEE’가 빠져 있다. (사진 : 이동근 기자)
스타벅스 홍대공항철도역점. ‘COFFEE’가 빠져 있다. (사진 : 이동근 기자)

이같은 두 매장의 간판 리뉴얼이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두 회사 모두 공식적으로 간판을 변경한다거나 브랜드 리뉴얼을 하겠다는 발표나 보도자료 배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 소비자들은 간판 변경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굳이 간판을 변경하는 것이 어색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스타벅스 하면 국내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커피 전문점이고, 주 메뉴도 커피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메뉴는 커피류인 아메리카노와 라떼다.

던킨 도너츠에서 도너츠가 빠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던킨 도너츠’라는 이름 자체가 커피에 도너츠를 찍어먹는 것을 의미하는 ‘Dunking’의 슬랭 표현인 ‘Dunkin’과 ‘Doughnut’의 미국식 철자 Donut을 조합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이처럼 간판을 바꾸는 이유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CNB에 “공식적인 발표를 한 적은 없지만 해외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 온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스타벅스 측은 “커피뿐만 아니라 휴식과 문화공간, 즉 ‘커피 비즈니스(Coffee Business)가 아닌 피플 비즈니스(People Business)가 이루어지는 제3의 공간’이라는 경영철학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말은 스타벅스를 변화시킨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이 남긴 말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8년 6월 사임하기 전인 2017년 스타벅스 로고에서 ‘COFFEE’를 지우고 새로운 영역으로 나가자는 혁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스타벅스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통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선언했었다.

던킨의 경우 스타벅스보다 늦은 지난해 9월25일(현지시각) 미국 언론에서 던킨도너츠가 2019년 1월부터 도넛을 뺀 ‘던킨’으로 바꾼다고 보도하면서 브랜드 개편이 공개적으로 시작됐다.

던킨의 브랜드 개편은 정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도넛에서 벗어나 커피를 포함한 음료수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는 던킨 매출의 60%가 커피 등 음료 메뉴에서 나온다.

특히 미국의 경우 도넛이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커피가 도넛보다 먼저’라는 전략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 체중을 가진 이들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미국에서 기름에 튀기고, 설탕이 듬뿍 들어 있는 도넛이 ‘웰빙(well-being)’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지적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되고 있다.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미국처럼 강하지는 않지만, 2017년 11월 서울 커피포워드 강남스퀘어점, 2018년 3월과 6월에 수원 AK점과 서울 세브란스빌딩점에 도너츠가 빠진 던킨 매장 문을 열었다.

 

던킨도너츠 커피포워드 강남스퀘어점.단순히 도너츠만 간판에서 빠진 것이 아니라 매장 안도 커피 등 음료수 위주로 꾸며져 있다. (사진 : 이동근 기자)
던킨도너츠 홍대역점. 아직 던킨도너츠에서 도너츠를 뗸 매장은 많지 않다. (사진 : 이동근 기자)

SPC 관계자는 CNB에 “커피 외 음료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전망된다”며 “‘던킨’으로의 브랜드 변화는 커피·음료 사업의 확장을 위한 장기적 전략으로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머핀, 크로크무슈, 핫샌드위치 등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브랜드 리뉴얼이 어떤 성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정체성을 버리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경우 커피 외에도 다양한 MD(소비자에게 필요할 만한 것을 선별해서 기획한 상품, MerchanDise) 매출이 날이 갈수록 오를 만큼 일종의 팬덤(특정한 분야에 빠진 집단, fandom)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적 영향력을 더 키우려 할 것이고, 최근 매출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던킨 입장에서는 새로운 매출 향상의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 개편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리브렌딩, ‘모험’이지만 필요하면 한다

한편 이같은 변화는 ‘모험’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생각보다 많은 업체들이 시도하고 있다. 브랜드 변경 이유는 스타벅스나 던킨처럼 정체성의 변경인 경우가 많다. 특히 트렌드가 자주 바뀌는 최근 몇년 사이에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동후디스가 지난 8일, 자사 이유식 브랜드 ‘아기밀’의 브랜드명을 ‘아이밀’로 변경해 대상 연령 확대를 노린 것이나, 지난달 GS리테일이 ‘GS수퍼마켓’ 브랜드를 신선함을 강조하고 온라인몰인 ‘GS Fresh’와의 연계성을 최대한 검토해 ‘GS THE FRESH’로 브랜드를 바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건설업계에서는 브랜드 가치 제고 및 고급화를 위한 리브랜딩이 최근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기존의 아파트 브랜드인 ‘예가(藝家)’와 주상복합·오피스텔 브랜드인 ‘플래티넘(PLATINUM)’을 ‘더 플래티넘’으로 일원화했으며, 호반건설이 주상복합단지가 사용한 ‘호반써밋플레이스’를 ‘호반써밋’으로 변경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힐스테이트), 대우건설(푸르지오), 태영건설(데시앙) 등이 BI·CI(Brand Identity·Corporate Identity)를 변경하며 경쟁적으로 고급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집을 짓는 ‘건설’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주거행복의 실현’이라는 개념으로 브랜를 재설정하는 것으로, 스타벅스가 ‘커피를 마시는 곳’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하려는 시도와 비슷한 이치다.

(CNB=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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