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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걸리버폰을 아시나요? 그 시절 ‘손전화’에서 추억이 들려왔다

‘대한민국 휴대전화 30주년 특별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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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8.07.18 09:04:24

▲'대한민국 휴대전화 30주년 기념 특별전'은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된 1988년부터 현재까지의 단말기 변천사와 기술의 발전을 기록해 선보인다. (사진=선명규 기자)

SK텔레콤이 후원하는 ‘대한민국 휴대전화 30주년 기념 특별전’이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단말기 디자인의 변화와 기능의 진화, 통신 기술의 발전 등 변천사를 꼼꼼히 기록해 선보인다. 휴대전화의 역사를 되짚듯 보는 것도 좋지만, 그 옛날 썼던 기기에 묻은 추억에 젖는 것도 이 전시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CNB=선명규 기자)

벽돌폰·걸리버폰…추억의 단말기 진열
세계 최초 스마트폰 ‘1994년作’ 공개 
전시회 곳곳에 그 시절 ‘향수’ 묻어나  

1988년은 한국 현대사에 선명한 변곡점이 새겨진 해이다. 노태우 정권의 6공화국이 들어섰고 해외여행 자유화 시행, 서울 올림픽 개최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그리고 그해 7월 1일,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아날로그방식 기술(AMPS. Advanced Mobile Phone Service) 기반의 휴대전화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이며 ‘연결’의 새시대를 연 해로도 기록됐다. 

올해로 국내 휴대전화 통신이 등장한 지 꼭 30년. 그동안 올림픽은 7번 더 열렸고, 정권은 6번 바뀌었다. ‘88둥이’들은 어느새 ‘계란 한판’이 됐다. 발전을 거듭한 통신 기술은 5세대(G)로 넘어갈 채비를 마쳤고, 휴대전화의 기능은 천지가 개벽할 수준으로 발전했다.

소지품에서 필수품에 다다르기까지, 휴대전화 단말기에 새겨진 시간은 추억과 일치한다. 전시장에는 내 손을 한번쯤 거쳤거나, 익숙한 기기들이 연대기별로 나열돼 있다. 플립 여닫을 때 ‘딸깍’하는 소리가 상징인 모토로라의 스타택, ‘걸면 걸리는’ 걸리버폰, 철없는 어른들을 봉만 보면 매달리게 했던 삼성의 가로본능폰 등 요즘말로 ‘추억 돋는’ 제품 120여대가 펼쳐져 있다. 

40대 직장인 한 씨는 “대학생 때 썼던 전화기들을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며 “현재 나오는 비슷비슷한 모양의 스마트폰 보다 개성도 있고 훨씬 멋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 씨의 눈에만 세련되게 비춰진 것은 아니다. 전시장을 찾은 한 초등학생은 2006년 출시된 폴더폰 앞에서 “나랑 동갑인데 디자인이 완전 내 스타일”이라고 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세계 최초 스마트폰, TV폰, MP3폰, 폴더폰 (사진=선명규 기자)


전시를 보다 보면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이 전해지는 순간이 있다. ‘세계 최초 스마트폰은 언제 나왔을까?’ 하는 물음 앞에서다. 보통 21세기에 등장했다고 알고 있지만 아니다. 미국 IBM이 개발해 1994년 내놓은 ‘사이먼(Simon)’이 처음이다. 20년도 더 된 제품이지만 대화면 액정에 무려 터치스크린, 쿼티 자판, 메일·스케줄 관리 같은 스마트 기능을 두루 갖췄다. 

TV 보고 음악 듣는 핸드폰은 언제 처음 나왔을까? 답은 1999년이다. 제조사는 삼성전자다. 그해 TV폰과 MP3폰을 나란히 선보였다. 지금은 스마트워치로 익숙한 시계모양의 전화기도 같은 해 출시했다. 하지만 이건 모를 수 있겠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와치폰’을 200대 한정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 스마트워치의 ‘조상님’은 2001년 세계에서 가장 작은 휴대전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모토로라가 1987년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한 휴대전화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벽돌폰’이란 별명답게 묵직하고 커 보여서가 아니라 가격 때문이다. 판매가가 무려 240만원으로, 당시 현대자동차의 엑셀이 400만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고가에 거래됐는지 알 수 있다.

▲피아노 건반을 치면 해당 음에 연결된 휴대전화 단말기가 소리를 낸다. 연주를 하면 합주가 된다. (사진=선명규 기자)


청각의 향수를 자극하는 코너도 있다. 16화음, 32화음으로 단조로웠던 그 시절의 벨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바일 오케스트라’다. 연주는 관람객이 한다. 피아노 건반 하나를 치면 해당 음에 연결된 여러 단말기 중 한대가 소리를 낸다. 연달아 치면 무대 위에 설치된 단말기들이 합주를 이루는 방식이다. 그럴싸한 연주가 자신 없다면 가운데 놓인 태블릿을 보자. 음악 카테고리 중 하나를 터치하면 알아서 흥겨운 리듬을 뿜어낸다.

전시장은 폭이 좁은 편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통로가 거의 꽉 찬다. 그래서 굳이 인터뷰 요청을 하지 않아도 관람객들의 소감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었다. 자칭 ‘오렌지족’ 출신이라는 한 남성은 “한창때 얼굴보다 큰 전화기를 들고 압구정 거리를 거닐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며 으스댔고, 친구로 보이는 두 여성은 “공중전화 부스 옆에서만 터지던 ‘씨티폰’이 생각난다”며 까르르 웃었다. ‘세대를 넘어 마음을 연결하다’가 부제인 이번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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