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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복합쇼핑몰 규제가 되레 골목상권 죽인다고요?

‘의무휴무 확대’ 대기업-전통시장 모두 손해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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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7.10.16 09:01:38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파악하지 못한 주부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롯데몰과 신세계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불편을 겪었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장기화된 내수 부진과 사드 보복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해도 너무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CNB=김유림 기자)

대형마트 들어서면 재래시장도 살아나
출점제한 등 규제정책들 사실상 ‘실패’  
대기업-중소상인 ‘윈윈’하는 길 찾아야

“마트 가려고 계획 다 짰는데 또 쉬는 날이네요. 이런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더 짜증나요. 워킹맘이라서 주말밖에 시간이 안 돼서, 마트 휴무일에 따라 스케줄이 바뀌어요. 당장 먹을 우유와 빵이 급하면 파리바게뜨나 편의점에 가겠지만, 대형마트 문 닫는다고 재래시장 가는 건 절대 아닌 것 같아요.” 

얼마 전 한 인터넷 육아커뮤니티에 워킹맘이 토로한 사연이다.  

정부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의무휴업일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격주 일요일 의무휴업, 전통시장 인근 출점 제한, 신규 출점시 인근 중소상인과 상생협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맞벌이 주부가 육아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글. (사진=게시글 캡처)


하지만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로 인해 맞벌이 주부의 라이프스타일이 강제로 바뀌고 있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평일에 시간이 없는 워킹맘은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이 먹을 일주일 치의 장을 보기 때문에 대량 구매가 유리한 대형마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는 아이를 잠깐 맡길 수 있는 놀이방이 있고, 주차도 편리하다. 실내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반면 전통시장은 좁은 길에 오토바이가 지나다녀 아이들에게 위험한데다 화장실 찾기도 힘들다.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많아 현금 계산을 할 때마다 아이의 손을 놓아야 하는 점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를 향한 각종 규제를 두고 소비자의 편익을 배제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그럼에도 정부는 또 칼날을 빼 들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익표 의원 등 11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홍 의원은 기존 국회에 발의된 20여개가 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들을 절충, 통합안을 마련해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고양,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도 매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 도입하는 한편 전통시장 주변 외 기존 골목상권도 ‘상업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의 출점을 막겠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주말을 맞이해 스타필드 하남을 찾는 나들이 고객들. (사진=연합뉴스)


복합쇼핑몰은 온라인 시장에 밀린 유통 대기업이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분야이며, ‘몰링족(Malling族)’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현대인의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몰링족은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는 게 아니라 놀이·공연·교육 등 문화 활동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해결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특히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복합쇼핑몰은 동선이 편리해 유모차를 끌고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어 젊은 부부들이 주말 나들이를 겸해서 많이 찾는다. 이 때문에 복합쇼핑몰의 의무휴업이 확정될 경우 소비자들의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폭탄 속도…소비자 “우린 무슨죄?”

유통업계는 정부와 국회의 강한 규제 앞에 드러내놓고 불만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심정이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CNB에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휴일에 영업을 못하게 된다면 매출 타격은 불가피 하다. 각종 규제로 신규 건립이 무산되면 새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통기업 관계자도 “복합쇼핑몰은 쇼핑보다는 주말에 여가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주말에 문을 닫으라는 것은 유통업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함께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케아에서 판매하고 있는 핫도그.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게다가 스타필드 고양과 불과 4km 떨어져있는 이케아(IKEA) 고양점은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다국적 기업인 이케아의 판매 품목 중 가구류는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주방용품과 아동용품 등 각종 생필품, 식음료 등이다. 여기에다 자체 식당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있어 각종 규제를 비껴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케아가 정부의 규제 방침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8월 스타필드 고양의 개장 행사에서 “정부가 쉬라면 쉬어야 한다. 항상 법 테두리 내에서 열심히 하는 게 기업의 사명”이라면서 “다만 아쉬움은 이케아가 쉬지 않은 것이다. 이케아도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상인들 “의무휴무제 대안 마련해야”

한편으론 규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의무휴업 규제가 진행될수록 주변 전통시장의 소비가 감소했다는 점에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소비금액은 의무휴업 도입 전인 2010년보다 6.4% 감소했고, 전통시장 역시 3.3% 줄어들었다. 

▲지난 2012년 대형마트에 채소를 납품하는 농민들이 의무휴무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또 대형마트 출점 이후 전통시장 고객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기존 전통시장 이용고객의 5%가량이 대형마트로 이동하지만, 대형마트를 이용하면서 신규로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은 이보다 3배 가량 많았다. 

이에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외식업중앙회 등 300여 중소자영업자 단체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주말 의무휴무제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는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음을 알게 됐다”면서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대기업 유통사업자와의 진정한 상생을 통해 상호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유통산업 규제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입법 추진 과정에서 보완 규정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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