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 알아가요] ‘타스만’, 많이 ‘탔으면’…기아의 바람은 이뤄질까

선명규 기자 2024.05.02 09:44:30

할리우드 영화 자주 등장하는 픽업트럭
미국 대표차량이지만 국내에선 ‘미지근’
판매량 감소에도 기아 첫 픽업 ‘도전장’
이름은 타스만, 내년 국내·호주 등 출시
아웃도어족 유혹하며 새바람 일으킬까?

 

기아가 지난 23일 공개한 첫 픽업 타스만의 전용 위장막 모델. 디자인은 호주·뉴질랜드의 유명 아티스트 리처드 보이드 던롭과 협업해 개발했다. (사진=기아)

새로운 차가 또 나왔습니다.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와 풀체인지(세대 변경) 모델의 출시 주기가 빨라졌습니다. 요즘은 단종된 차량을 재조명하는 헤리티지 프로젝트가 활발해 역사 속 차량도 곧잘 소환됩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오는 연식 변경 모델은 지금도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이렇듯 여차저차해서 새로운 차는 또 나옵니다. 이번엔 얼마나 새로워졌고 무엇이 특별나졌는지 알짬만을 골라 정리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차차 알아가 보면 어떨까요? <편집자주>


 


픽업트럭하면 선뜻 떠올리는 국가는 미국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이 크다. 먼지바람 일으키며 옥수수 밭을 달리거나 적재함에서 무시무시한 산탄총을 꺼내는 장면이 바로 연상된다. 자본주의 영화의 결정체인 <터미네이터2>가 대표적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등 주인공 일행이 막바지에 ‘액체인간’ T-1000으로부터 달아날 때 탄 차량이 쉐보레 1세대 픽업트럭이다. 그리고 그다음. 터미네이터가 용광로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 그 유명한 명대사가 나온다. “아 윌 비 백”(I‘ll be back)으로 잘못 알려진 “굿바이”(Good bye)다.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 픽업트럭은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전통적 강자다. 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크기다. 픽업트럭의 거대한 몸집이 국내 도로 사정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주행할 때 차선이 좁게 느껴지고, 일반 주차공간에 넣기 버겁다.

이러한 제약을 뚫고 반짝하던 시기가 있었다. 캠핑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크게 증가했을 때였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픽업트럭 등록 대수는 2017년 2만 3574대, 2018년 4만 1467대, 2019년 4만 2825대로 3년 동안 계속해서 늘었다. 그러나 2020년 3만 8929대, 2021년 3만 902대, 2022년 2만 9685대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1만 8199대까지 떨어졌다.

이렇듯 픽업트럭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기아가 과감한 도전을 해서 주목된다. 첫 중형 픽업인 ‘더 기아 타스만(The Kia Tasman, 이하 타스만)’을 내년부터 국내를 비롯해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 순차 출시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차명 타스만은 호주 최남단에 위치한 타스마니아 섬과 타스만 해협에서 따온 것이다. 기아 측은 “타스만에 대담한 개척 정신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섬의 이미지를 투영했다”며 “일과 삶 어디서든 새로운 도전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다재다능한 ‘라이프스타일 픽업’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천연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타스마니아 섬에서 영감을 받은 대장장이가 기아 타스만 엠블럼을 제작하는 모습 (사진=기아)

 


위장막 디자인 공개하며 기대감 높여



기아는 정식 출시에 앞서 ‘타스만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먼저 지난달 11일, 대장장이가 타스마니아 섬에서 영감을 받아 엠블럼을 제작하는 영상을 선보였다.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이어 23일 외모의 일부를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전용 위장막을 두른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위장막의 디자인은 호주·뉴질랜드의 유명 아티스트 리처드 보이드 던롭과 ‘미처 가보지 못한 길(The Paths Never Taken)’을 주제로 협업해 개발했다.

위장막은 호주의 자연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땅, 바다 등을 패턴으로 만들어 적용했다. 강렬한 색감이 돋보인다. 쨍한 노란색 바탕에 불타는 노을을 나타내는 붉은색, 서핑 문화를 표현하는 파란색이 어우러졌다.

카림 하비브 기아글로벌디자인담당(부사장)은 “위장막 디자인에 타스만의 핵심 정체성인 모험 정신을 투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기아 공식 유트브 채널에 올라온 타스만의 위장막 모델. 아티스트 리처드 보이드 던롭이 차량 옆에서 포
즈를 취하고 있다. (캬tv 갈무리)

시선은 국내 시장으로 쏠린다. 기아의 야심작이 과연 통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다. 실제로 지난해만 봐도 KGM 렉스턴 스포츠,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에 GMC 시에라가 합류하며 픽업트럭 시장의 붐을 예고했으나 모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등록 대수로 보면 지난해 렉스턴 스포츠는 전년 대비 42.2%, 쉐보레 콜로라도는 40.7% 감소했다.

그럼에도 반전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도 많다. 한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유독 픽업트럭이 약세를 보여 왔지만 아웃도어족의 증가와 함께 인기가 급상승한 시기도 분명 있었다”며 “캠핑 같은 야외활동이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고 여전히 수요가 있는 만큼, 신차의 가세와 함께 픽업트럭의 전체적인 집중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은 적재함에 텐트를 설치하는 것 이상으로 아예 캠핑카로 개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활용도가 다양한 픽업트럭이 한국 시장에서 모처럼 제힘을 발휘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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