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핫] 이재명·오세훈 ‘극과 극’…건설업계 ‘혼돈의 시대’

도기천 기자 2021.04.16 09:39:25

吳, 세금 줄이고 민간 주도 개발
李, 공공성 강화로 불로소득 환수
국회에선 두 사람 ‘입법 대리전쟁’
건설사들 ‘플랜C’까지 마련해 대응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상반된 부동산 정책을 진행하면서 건설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16일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로 꼽히는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에 정부 주도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민간건설사의 주택공급 참여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했지만, 대권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강력한 공공개발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사업계획을 짜야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CNB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궁에 빠진 건설시장을 점검해봤다. (CNB=도기천 기자)


 


“재건축·재개발에 적극적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했지만 좋게만 생각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건설사들이 덕을 보기는커녕 여야 충돌로 이미 예정된 개발사업마저 늦춰지는 건 아닌지 염려가 큽니다” (A대형건설사 임원)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과 함께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꿈틀대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대부분 시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데다 정부가 공공주도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임기가 1년 남짓하다는 점도 미덥지 못한 요인이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에 아랑곳않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제1공약으로 내건 ‘스피드 주택공급’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완화를 통해 18만5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오 시장은 취임 100일 이내에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 용적률 규제 등 걸림돌을 제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부동산 정책에 있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지사가 지난달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기본주택 홍보관’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 회의’에 참석한 오 시장. (사진=연합뉴스)
 

‘빅5’ 강남권 포진…개발 가능성은 의문



그중에서도 ‘한강변 35층 규제 완화’에 우선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오 시장은 2009년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성수전략정비구역을 지정하고, 당시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을 25%로 늘리는 대신 아파트를 최고 50층 높이로 지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그러나 시정을 박원순 전 시장에게 넘기면서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주요 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절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시절 TV토론에서 은마, 미도, 우성4차, 잠실5단지, 자양한양, 방배15구역, 사당5구역, 여의도 공작, 신반포 7차 등 구체적 사업지까지 언급하며 정비구역 결정고시를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지역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디엘이엔씨(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시공능력 평가순위 ‘빅5’ 건설사들이 모두 포진해 있다.

오 시장은 각종 개발사업에 민간건설사의 참여를 최대한 유도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서울시 첫 업무보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 관계자는 “계속적으로 정책을 개발해 민간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가 공공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민간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런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은 다시 꿈틀대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맷값은 0.07% 올라 지난주(0.0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특히 노원, 송파, 서초, 양천, 영등포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위치한 지역은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앞줄 가운데)가 지난 1월 국회의원 50명과 공동주최한 ‘경기도 기본주택 정책토론회’. (경기도 제공)
 

이재명 “성남 대장, 5000억 환수…그래도 3000억 이익”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권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오 시장의 정책과 대척점에 서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월 국회의원 50명과 공동주최한 ‘경기도 기본주택 정책토론회’, 2월에 열린 기본주택 컨퍼런스 등을 통해 이재명표 주택정책의 방향을 확실하게 밝혔다.

이 지사의 ‘기본주택’은 공공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공기관이 민간건설사에 토지를 불하해 일반에 분양하는 기존 주택공급체계와는 결이 다르다.

기본주택은 ‘장기임대형’과 ‘분양형’으로 나뉘는데, 이중 분양형은 토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공공이 소유하고 주택(건물)만 개인에게 분양하는 형태다. 이렇게되면 시세의 절반 수준에서 분양이 가능하다.

특히 이 지사는 건설사들이 개발사업에 참여해 얻은 이윤 중 적정기준을 초과한 이득은 회수하는 ‘이익환수제’를 주창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는 ‘개발이익 도민환원기금’ 신설을 추진 중이다. 공공개발로 발생한 개발이익을 적립해 기본주택 공급, 낙후지역 개발지원에 우선적으로 사용하자는 개념이다.

지난달 16일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 당시 5000억원이 넘는 공공환수를 했음에도 회계상으로 3000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개발이익 환수제’를 시행하지 않았더라면 시세 차익 8000억원은 고스란히 민간기업이나 건설업자의 차지가 되는 것”이라며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성과물은 모두에게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도 이 지사의 공공주도 개발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2월4일 발표된 ‘2.4공급대책’은 정부․지자체․공기업 주도로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 전국 83만호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자체와 민간(재개발·재건축조합)으로부터 후보지 신청을 받아 각종 인허가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해 주택공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플랜이다.

 

경기도 기본주택 개념도. 공공이 토지소유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민간분양형 개발과는 대비된다. (경기도 제공)
 

‘열쇠 쥔’ 오세훈, 공공개발과 충돌



이처럼 이 지사 등 여권과 오 시장이 부동산 개발에 있어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면서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 지사와 오 시장을 대신해 여야 간 부동산 입법 전쟁이 시작됐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이 지사가 주장하고 있는 ‘기본주택’의 법적 근거가 되는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김남국, 김병욱, 이용우, 임종성, 정성호 등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오 시장의 대리인으로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나섰다. 권 의원은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건을 대표 발의했다. 이 두 개의 법안은 모두 종부세·재산세 등 부동산보유세를 줄이자는 취지로, 오 시장의 공약을 뒷받침 하는 법안이다.

결과적으로 이 지사 측 법안은 주택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시도이고, 오 시장 측 법안은 세 부담 인하에 따른 민간부동산 활성화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서로 대비된다.

2.4대책을 둘러싼 정부와 오 시장 간의 대립도 예상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서울 도심 내 사업 후보지에서 실제 아파트 단지 착공이 이뤄지려면 서울시장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통합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민간주도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는 오 시장이 정부 주도 개발에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예정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대형건설사들, ‘3개의 시나리오’ 풀가동



이처럼 제각각 정책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어 대형건설사들은 각기 다른 몇 개의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확실성이 커진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보다 개발이익은 적더라도 시행속도가 빠른 경기도권에 주력하는 방안, 여야의 정치적 충돌로 대형개발지구가 전면 지체될 경우의 대비책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주로 서울에서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디엘이엔씨(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SK건설 등 10위권 건설사들이, 경기권역에서는 호반건설, 부영, 계룡건설 등 10~20위권 건설사들이 고심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CNB에 “내년 대선(3월)과 지방선거(6월)가 부동산 정책의 분수령이 된다는 점에서 지금은 과도기적인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며 “A,B,C 등 여러 경우의 수를 가정해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누가 집권을 하든 부동산 안정이 국정 최대화두가 된 만큼, 강남재건축 단지처럼 한 개의 사업지구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던 시기는 끝났다고 보고 있다”며 “이윤이 크지 않더라도 꾸준히 물량을 수주해서 안정적으로 개발사업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화되는 것이 건설사 입장에선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지금은 지속가능·예측가능한 모델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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