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두의 세상읽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 대학들…살길은?

구병두 기자 2021.04.15 11:35:52

학령인구 급감에 절반이상 정원미달
대학들 생존경쟁이 교육혁신의 기회
4차산업혁명·코로나 빅뱅에 대비해야


 

학령인구 감소는 출산율 급감에서부터 시작된다. 2020년 국가별 출생률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 187개국 가운데 꼴지를 기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진학가능 인구인 만18세는 2019년 52만 6267명에서 2021년에는 42만 893명, 2024년에는 37만 3470명으로 불과 5년 사이 무려 15만여명이나 감소된다.

올해 대학입학정원 약48만여명이 그대로 유지되었을 때 2024년에는 신입생이 11만여명이나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는 전국 대학입학정원의 23퍼센트에 해당된다. 현재 340개 대학 가운데 78개 대학이 3년 후에는 신입생을 1명도 선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학진학률도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2008학년도 대학진학률은 83.8퍼센트로 정점을 찍은 후 2011년 72.5퍼센트, 2015년 70.8퍼센트로 감소되었으며 2016년에는 69.8퍼센트로 떨어졌고, 2017년에는 68.9퍼센트로 나타나 점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러한 학령인구의 감소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일자리 빅뱅이 일어나게 되어 대학 진학률이 50퍼센트대로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2036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18만명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수치이면 현재 대학입학정원의 1/3에 가까운 수준이다. 따라서 15년 후에는 현존(現存)하는 대학의 2/3가량은 퇴출이 불가피하게 된다.

교육부는 국회교육위원회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2018학년도 대학입학정원을 기준으로 2021학년도에는 5만 6천여명이 대학입학정원에 미달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는 더 많은 정원이 미달되었고 이에 따라 폐교되는 대학은 더욱 늘어났다. 금번 2021학년도에는 지방 대학들이 3곳 중 2곳은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출산율의 급감은 대학의 위기를 불러와 존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학의 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대학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저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는 2013년부터 온라인 대중 공개 강의(MOOC)가 다수의 비효율적인 대학들을 사장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욕대학의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 교수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내 절반의 대학이 5∼10년 후에 소멸된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이처럼 미국 대학의 사정도 학령인구가 몇 년 사이 대폭 줄면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우리나라 대학의 실정(實情)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최근 어느 지방대의 학생들이 학과 폐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학들이 정원 미달로 재정난에 직면하면서 학과를 없애거나 통폐합하는 사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이 교육개혁의 적기” 위기를 기회로

여태껏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교육개혁을 실행해본 적이 없다. 학령인구의 급감과 전혀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상되는 일자리 빅뱅 등으로 인해 대학은 유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의 시기를 오히려 입시제도개혁을 포함한 모든 교육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행 입시제도는 그동안 학생들 성적순 줄 세우기와 고질적인 대학서열화를 고착화시키는데 기여해 왔다. 이것이 존속되는 한 미래를 위한 준비 교육, 인성과 창의성 그리고 문제해결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양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는 입학시험을 통해 경쟁을 부추겨 성적이 열등한 다수의 학생들을 패배자로 낙인찍고, 교육 불평등을 정당화시켜온 제도적 장치라고 해도 변명할 여지가 없을 게다.

그러기에 이참에 학생들과 대학들을 줄 세우고 서열화하는 암적인 현행 입시 제도를 폐지하고, 아울러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 유럽 경제선진국들처럼 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개혁의 성패는 교육예산과 무관할 수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 교육부예산은 보건복지부 다음으로 많다.

상대적으로 많은 교육부예산을 잘 활용해 재정이 확보되면 대학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무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대학 무상교육이 성사되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기에 사립대학도 감사원감사를 받아야 한다. 사립대학이 감사를 받게 되면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어 사학비리를 원천봉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학교육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과 불현듯 찾아오는 바이러스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디지털혁신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대학은 급변하는 미래 노동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혁신적인 커리큘럼과 교수방법을 개발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대학은 무용지물이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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