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비대면⑨] LG유플러스·엔씨소프트, ‘프로야구 앱’을 켰다…그곳은 경기장

선명규 기자 2021.04.17 11:33:52

‘실감형 중계 서비스’로 경기장 체험
비밀방서 응원…제각각 해설 복작여
홈런볼 사냥은 앱TV…잡으면 ‘대박’

 

 

코로나 이후 맞는 두 번째 프로야구 시즌이 이달 초 개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경기장을 찾기는 어렵지만 IT회사들이 내놓은 프로야구 중계앱을 이용하면 지금 있는 곳에서 현장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은 한 야구팬이 지하철 승강장에서 LG유플러스의 ‘U+프로야구’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직접 가는 것이 안 되면 방법은 하나다. 비대면이다. 얼굴 마주 않곤 아무 일도 못할 줄 알았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비대면의 지평은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영화 인터스텔라 대사처럼 “늘 그랬듯이, 답을 찾아”가며 얻어낸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CNB가 달라진 산업 패러다임을 분야별로 소개하고 있다. 이번 편은 IT 기술과 프로야구 중계의 만남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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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선택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다. 지난 3일 개막한 프로야구가 열리는 경기장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은 정원의 10%, 지방은 30%의 관중만 입장을 허용한다. 공식 판매하는 표가 워낙 적기 때문에 예매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구장에 들어간다 해도 코로나 이전과 같은 자유로운 관람은 불가능하다. 취식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해야 하고 일행과도 떨어져 앉아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 이 시국에 가장 자유로운 야구 관전법은 어쩔 수 없이 집관이다. 다만 현장감의 결여가 아쉬운데, IT업체가 내놓은 실감형 중계 서비스를 활용하면 그 구멍을 메울 수 있다. 올해 새롭게 출시 또는 기능이 추가된 두 앱(U+프로야구·페이지)으로 직관해봤다.
 


떠들고 싶다, 격렬하게



코로나 이후 맞는 두 번째 시즌. 주변 야구팬들이 ‘방구석 허구연’이 됐다. 경기장이든 맥줏집이든 모여서 야구 상식을 늘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던 그들이었다. 이제 집합이 어려우니 집에서 야구에 관심 없는 아내나 심지어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들을 붙잡고 떠든단다. 해설부터 진행까지 1인2역을 말끔히 소화한다며 메신저에서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하니 갈증이 풀리더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다들 목 놓아 외쳤다. “다 필요없고, 모여서 야구 보게 해달라! 망할 코로나야!”

자, 여기서 하나의 준칙이 성립한다. 비대면 시대의 야구 관전법 1조1항, 제3의 지대에서 모여라. 문자라는 비둘기 편지를 띄워서.

프로야구 중계앱 ‘U+프로야구’의 기능을 매년 늘려오던 LG유플러스가 올 시즌에는 ‘친구 초대’와 ‘친구 채팅’ 기능을 도입했다. 초대한 사람과 경기를 함께 보며 대화하는 일종의 ‘비밀의 방’이다. 최대 50명까지 한방에서 문자로 복작일 수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이 기능을 마련한 배경에 대해 “기존에는 ‘U+프로야구’ 이용자 전원이 볼 수 있는 채팅밖에 없어 선호구단을 응원하는 단편적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사적 모임이 가능하도록 개선한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선 다분히 편파적인 응원을 하거나 상대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가해도 자유롭다. 부른 사람만 모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초대하는 루트도 다양한데 메신저, 메일, 문자 등을 통해 함께 보자고 제안할 수 있다.

단 주의할 점은 진짜 자신이 허구연 위원인줄 알고 해설하는 이들이 많아 채팅창이 빠르게 넘어간다는 것. 전부 읽으려다 눈이 휙휙 돌아가는 수가 있다.

 

LG유플러스의‘U+프로야구’는 투수의 초속과 종속을 따로 보여준다. 구속만을 표시해주는 일반 중계와는 다르다. 이 숫자를 통해 공이 타석까지 힘있게 갔는지 알 수 있다. (‘U+프로야구’ 갈무리)

 

비대면에 익숙해져서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편하다면 엔씨소프트의 야구앱 페이지(PAIGE)에 대화상대가 있다. ‘페이지톡’이다. AI 기반인 이 앱의 결정체다. 친근하게 말 걸면 살갑게, 분석적으로 물으면 데이터를 즉시 내놓는다.

우선 통성명부터. “너는 누구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최초 설정한 ‘내팀’을 기초로 답했다. “반가워요! 나는 엘둥이, LG팬님처럼 LG팬이에요. 나는 야구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서, LG팬님도 함께 즐거우면 좋겠어요.” 안면을 트자 우린 한팀이 됐다. 그리고 경기보는 내내 대화를 나눴다.

“지금 경기 중인 두 팀의 올시즌 상대전적을 알려줘” “2전 1승 1패에요”

“오늘 우리팀 선발 누구야?” “오늘 경기의 선발투수로 우리 팀은 이상영 선수, KT에서는 배제성 선수가 예고되었어요. 두 선수 모두 올해 처음 출전이라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네요”

“어제 엘지 경기 결과 알려줘” “이날 패배를 지켜본 심정...고구마 천개 먹은 답답함...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ㅠㅠ 중반까지 주춤했던 경기에서 대량 득점으로 승리한 KT였네요”

승패에 같이 울고 웃는 우리는 한팀이 맞았다.

 

경기 막바지에 나타난‘페이지’의 ‘WE 차트’. 한경기 동안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선(현재 기대 승률)이 그대로 기록돼 노출된다. ('페이지' 갈무리)

 


보다 분석적으로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데이터 싸움이라고도 한다. 상대 투수나 타자에 따라 보다 강한 선수를 기용한다. 바탕은 기록지다.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부터 대타, 구원투수를 내기까지 모두 해당된다. 종합하자면 야구는 숫자놀음이다.

자, 여기서 두 번째 준칙이 성립한다. 비대면 시대의 야구 관전법 1조2항, 데이터를 활용해 경기를 꿰뚫어 보는 전력분석관이 돼라. IT기술이 도와줄지니.

돌직구를 뿌린다는 오승환에게 늘 따라붙는 말이 있다. “볼 끝이 살아 있다.” 여기서 볼 끝은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타석에 도달했을 때의 속력, 즉 종속을 일컫는다. 반대 개념인 초속은 손을 떠난 직후의 속력이다.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18.44m를 날아가는 동안 공의 속도가 더디게 줄어들 때 타자가 치기 어렵다고 한다.

‘U+프로야구’에 추가된 기능에 인상적인 건 ‘실시간 스트라이크존’이다. 투수가 투구를 하면 초속과 종속을 따로 보여준다. 둘의 격차를 보고 “어쩐지 볼 끝이 살아있었네” “가다가 힘이 떨어지니 맞지”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공의 회전 방향과 회전 수(RPM)까지 알려줘 공이 밋밋했는지 지저분하게 꿈틀거리면서 포수 미트에 들어갔는지 알 수 있다. 보통 중계에선 구속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를 통해 보다 분석적으로 관전할 수 있다.

사실 이 기능에서 먼저 주목해야할 것은 네모반듯하게 보여주는 스트라이크존의 선이다. 경기 중 가장 분란이 일어나는 게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 여부이다. 아까는 빠졌다고 했는데 왜 이번엔 스트라이크콜을 하느냐고 따지기 전에 이 선을 유심히 보면 된다. 걸쳤는지 깻잎 한장 차이로 빗겨 갔는지. 단 이 기능은 현재 잠실구장서 열리는 경기에서만 볼 수 있다.

오랜시간 야구를 대변해온 사자성어가 있다. 일희일비다. 경기 초반, 응원하는 팀이 선취점을 올리면 우승한 듯이 기뻐하다가도 실점하면 해체하라고 힐난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경기에 담긴 환호와 좌절의 흔적을 지진계처럼 나타내는 게 ‘페이지’의 ‘WE 차트’이다.

Wins Expectancy의 약자로 특정 팀이 승리할 확률을 득점, 이닝, 아웃, 주자 상황 등에 따라 계산해준다. 그 결과는 ‘현재 기대 승률’이란 이름으로 실시간 노출된다.

가령 시작은 반반이다. 지난주 주중에 열린 한 경기를 예로 들면, 시작 직후 1회에 투수가 볼넷을 허용하자 A팀 45% : B팀 55%이 됐다. 또다시 볼넷을 내줘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는 위기상황을 맞으니 A팀 42% : B팀 58%으로 수치가 급변했다. 이후 공격팀이 병살타를 치며 찬스가 무산되자 A팀 46% : B팀 54%를 가리켰다.

이윽고 A팀 선수가 만루홈런을 치자 수치는 급격히 한쪽으로 기울었고, 9회에 이르러 점수차가 6점으로 벌어지자 마침내 기대 승률은 100% : 0%이 됐다. 경기는 그대로 끝. 1회부터 9회까지 3시간 동안의 감정기복이 꺾은선그래프처럼 높낮이를 그리며 나타났다. 한 경기 동안 얼마나 웃고 울었는가가 그려진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페이지'에선 경기 중 홈런이 나오면 미니게임이 실행된다. 댓글창에 "홈런을 잡아보세요"라는 문구가 나오면 빠르게 터치해야 한다. 프로필을 꾸밀 수 있는 포인트가 쌓이기 때문이다. ('페이지' 갈무리)

 


 

앱으로 누리는 방구석 집관 A to Z



비대면 시대의 야구 관전법 1조3항은 “입맛대로 누리시길”이다. 두 앱은 대동소이하나 분명한 개성을 탑재했다.

‘U+프로야구’는 KBO 경기 5개 실시간 동시 시청, 포지션별 영상, 홈 밀착영상, 경기장 줌인(8K), 주요장면 다시보기 등이 기본 카테고리. 이달 중에 개그맨 노우진, 이동윤이 입담을 과시하는 ‘야구 매니아가 중계하는 방송’, 줄여서 ‘야매 중계’ 서비스도 시작해 보는 재미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페이지’에는 이 앱을 만든 게임회사 특유의 재미가 숨어있다. 경기를 보는 중 홈런이 나오면 채팅창에 ‘홈런을 잡아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공이 반짝이며 나온다. 이때 이 공을 재빨리 터치하면 포인트가 쌓여 프로필을 꾸밀 수 있는 유니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이른바 ‘홈런볼 잡기’ 미니 게임이다.

더 큰 화면으로도 볼 수 있다. 엔씨는 LG전자와 협업을 맺고 2021년형 webOS TV에 페이지를 제공한다. 앱과 마찬가지로 응원하는 팀을 설정하면 해당 팀의 하이라이트 영상, 선수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인공지능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필요한 정보를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챗봇 기능도 지원한다. 티비로 플레이하는 야구앱이 되는 셈이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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