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면(赦免)의 시각

이성호 기자 2021.01.14 11:09:43

(사진=과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정초부터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赦免)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꺼내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은 정국을 술렁거리게 만들고 있다.

당정이 선을 그으며 서둘러 거둬들이고 있는 모양새지만 언젠가는 제기될 이슈였고, 앞으로도 회자될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구분된다.

일반사면은 죄를 범한 자(기소여부, 재판여부 불문)를 대상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차례 행해졌으나 1995년 이후부터는 실시되지 않고 있다.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를 받은 자(집행이 유예된 자 포함)를 대상으로 ‘헌법’과 ‘사면법’에 근거해 사법부의 판단을 변경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즉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는데, 특별사면은 현재까지 97차례 이뤄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사면제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법률과 재판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는 반면, 자의적으로 행사될 경우에는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죄를 용서해 형벌을 면제한다는 ‘사면’. 그러나 그동안 공감대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대통령의 측근, 재벌총수, 권력형 범죄자 등 특정 집단을 위해 행사됐던 특별사면은 외려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오·남용되는 등 국민의 법 감정에 반했던 것도 사실이다.

가진 자, 힘 있는 자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 괴리감. 법 앞에서 조차 형평성에 어긋나는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만을 가져다 줄 뿐이었다.

본론으로 돌아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은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의 국민 통합 기여도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면이 국민통합에 기여 못 할 것’이라는 답변이 56.1%(전혀 기여하지 못 할 것 35.2%, 별로 기여하지 못 할 것 20.9%)로 나타났다.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은 38.8%(매우 크게 기여할 것 18.5%, 어느 정도 기여할 것 20.3%), ‘잘 모르겠다’는 5.1%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무선(80%)·유선(2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7.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이처럼 특별사면에 대해 국민들의 생각이 나뉘고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숙려해야 할 난제인 것이다.

각설하고 정치적 유불리는 차치해두자.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통합을 내걸고 단행할 수도 있다. 또한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시기를 조절할 수도 있는 것으로 대통령의 고유한 통치 권한인 만큼 촉각은 곤두서고 있다.

한편,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었다. 이 개정안에는 대통령이 자의적인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특별사면을 행사할 때 사면위원회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특별사면의 폐해를 바로잡겠다며 공약한 바도 있었고, 정권 스스로 사면권을 제한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개헌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특별사면을 거론하려면 ‘간보기’보다는 무엇보다 이러한 과거의 모습과 현 시점에서의 당위성에 설득력을 먼저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면은 없다”에서 “사면은 있다”로 돌아서는 이유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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