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품에서 작품으로…‘굿즈 마케팅’의 진화를 기대한다

전제형 기자 2020.10.22 11:00:16

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하이트진로 ‘뚜겁상회’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MZ세대들의 모습. (사진=전제형 기자)

‘굿즈(Goods)’의 사전적 의미는 상품이다. 하지만 ‘굿즈 마케팅’에서 굿즈는 단순한 상품의 의미가 아닌 기업 브랜드나 인물의 팬(Fan)을 대상으로 디자인한 티셔츠, 스티커, 액세서리 등을 일컬으며, 머천다이즈(MD)라고도 부른다. 즉, 굿즈 마케팅은 기업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디자인한 상품을 직접적으로 판매하거나 미끼처럼 사은품으로 제공해 소비자의 본품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이다.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개인의 취향’을 들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의류, 가구, 사무용품, 완구,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취향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굿즈 마케팅은 소비자의 취향이 곧 구매로 이어지는 현시대에 이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충족시키는 마케팅 전략이다.

기업의 주요 타켓층으로는 MZ세대가 있다. MZ세대란 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친 용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약 1700만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을 키워드로 나열해보면 ‘SNS’ ‘가치소비’ ‘경험중시’ ‘미닝아웃(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을 소비로 표현)’ ‘인플루언서’ ‘플렉스’ ‘다만추(다양한 삶을 만나며 나의 가능성을 확장)’ 등이 있다. ‘우리’를 중시했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자기애가 강한 MZ세대는 스스로의 만족을 중시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투입하는 돈이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에 기업에서 출시하는 각종 굿즈는 이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아무 때나 구매할 수 없는 한정판으로 출시돼 개성 넘치는 젊은 세대의 주목을 끌고 있는 것.

일례로 하이트진로는 지난 8월부터 주류 캐릭터샵 ‘두껍상회’를 열고, 참이슬 백팩과 두꺼비 피규어, 테라박스모양 병따개 등 굿즈 40여종을 선보이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번 팝업스토어 오픈의 경우 완판된 굿즈로 판촉물을 구하지 못한 고객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한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굿즈 마케팅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처럼 굿즈 마케팅의 적용 범위는 과거 아이돌과 팬덤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사진과 인형, 응원봉 같은 소품을 넘어 현재에는 기업과 충성고객 간 거래되는 의류, 가방,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범위로 확장됐다. 소비자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고객이 좋아하는 분야에서의 수집욕을 충족시켜주는 특성으로 인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식음료업계의 경우 굿즈 마케팅은 일회성 느낌이 다분하며, 펀(Fun)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타 브랜드와 협업한 상품 출시 외에도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광고기획자, 타투이스트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굿즈 작품’을 시리즈로 지속 선보이는 방안도 유용할 것으로 짐작된다. 굿즈가 아트라면 ‘사색하는 두꺼비’ ‘일광욕 중인 랄라베어’ ‘여행을 떠나는 너구리’ 식의 진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로 인해 굿즈가 단순히 광고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게 아닌 예술의 반열에 오르는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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