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게이머 ‘추억 저격’…게임사 레트로 전략 ‘롱런’할까

모험이냐 안정이냐 ‘동전의 양면’

김수찬 기자 2020.09.28 09:37:55

국내 게임사들의 레트로 전략이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막강한 인기를 자랑하던 여러 온라인게임들을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 중이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넷마블 '마구마구 2020', 넥슨 '바람의 나라: 연', '카트라이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사진=각 사)

국내 게임사가 게이머들의 추억을 ‘저격’하는 레트로(복고)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과거 흥행한 게임을 새롭게 리뉴얼해 수익창출에 나선 것. 카트라이더와 바람의나라, 마구마구 등이 대표적이다. 탄탄한 유저 층을 확보할 수 있고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지만 신작흥행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레트로 전략은 롱런할 수 있을까? (CNB=김수찬 기자)

과거 명성 힘입어 ‘울궈먹기’ 전략
‘고정수입 보장’ 최대 매력 포인트
“창의력 사라져 성장 저해” 목소리도

 


레트로 열풍…30·40세대 타깃



국내 게임사들의 레트로 전략이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막강한 인기를 자랑하던 여러 온라인게임들을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하면서 십수 년째 원작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게임사는 리마스터나 리메이크, IP(지식재산권) 활용 등을 통해 30~40대의 감성을 꾸준히 자극하고 있다.

대표적인 레트로 작품은 엔씨소프트의 흥행보증수표 ‘리니지’다. 1998년 출시된 리니지1과 2003년 출시된 리니지2는 십수년이 지난 후 ‘리니지2 레볼루션’(2016), ‘리니지M’(2017), ‘리니지2M’(2019) 등의 모바일게임 후속작을 탄생시켰다. 과거 흥행한 작품을 새롭게 탄생시켜 이용자들의 큰 반응을 이끌어낸 것. 지난해 11월 출시된 리지니2M의 경우 출시한 지 이틀도 지나지 않아 앱스토어 매출 1위, 구글플레이 매출 2위에 올랐으며, 오픈 첫날 매출 71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넥슨의 ‘바람의나라’ 역시 대표적인 레트로 게임이다. 넥슨의 1996년 작이자 첫 번째 IP인 바람의나라는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바람의나라: 연’을 탄생시켰다. 지난 7월 15일 출시된 바람의 나라: 연은 원작의 리소스와 콘텐츠를 활용해 모든 맵의 구조와 NPC, 몬스터, 아이템 등이 리마스터링됐다.

이 게임은 사전등록자 190만명 이상을 끌어모으며 시장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출시 당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원스토어 ‘무료 Best’ 1위를 기록했다. 출시 다음 날인 7월 16일에는 원스토어 최고 매출 1위에 올랐고, 7월 22일에는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2위를 기록하는 등 큰 흥행을 이끌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역시 2004년 작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지난 5월 12일 출시된 이 모바일 게임은 출시 직후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서비스 두 달여 만에 누적 이용자 수 1500만 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넷마블의 ‘마구마구 2020’은 2006년 피시 온라인 게임으로 시작한 ‘마구마구’ 시리즈의 후속작이다. 실제 KBO 리그 선수 성적을 2주마다 반영해 게임 선수 카드 능력치를 바꾸는 기능 등이 포함돼, 기존 후속작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추억의 오락실 게임인 ‘더 킹 오브 파이터’도 넷마블에서 3D 그래픽으로 재탄생했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는 지난해 5월 중국계 일본 게임사 SNK의 IP를 활용해 출시됐으며, 구글 플레이에서 5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했다.

 

게임업계는 지속적으로 기존 IP 재활용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사옥 모습. (사진=각 사)

이유는 ‘안정된 수익’ 보장



게임사들이 레트로 전략에 매달리는 이유는 흥행 실패 확률을 줄이고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의 ‘큰손’으로 떠오른 30~40대의 향수를 자극해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과거 흥행작 IP를 활용할 경우 성공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원작의 명성에 힘입어 입소문을 금방 타게 되고, 고정 이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 안정적인 이용자 확보 후에는 신규 이용자 유입도 쉬워진다.

개발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원작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 그래픽 등을 발전시키는 비용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싸다. 신작 게임의 경우 시나리오와 캐릭터 설정 등 디자인 비용과 음향, 영상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업계는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기존 IP 재활용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 관계자는 CNB에 “자체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들이 게임 시장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며 “내부평가를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더욱 힘을 실었고, 그 결과 최근 출시된 게임들이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CNB에 “원작 기반 게임에 차별화를 더해 게임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자체 IP 게임인 ‘세븐나이츠’를 기반으로 한 ‘세븐나이츠2’도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게임의 흥행은 불확실성 요소다. 게임사들은 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과거 IP를 이용하거나 리메이크 전략을 택한 것”이라며 “다수의 게임사가 IP를 활용한 유저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IP 의존도가 심해지면 게임 산업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빈 자리가 많아진 서울 시내 한 PC방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상상·창의력 저하



반면 일각에서는 과거 IP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게임 산업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기 매출 상승을 위한 소극적인 전략일 뿐, 롱런 전략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과거 작품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게임사 자체 IP 개발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신작 개발에 대한 도전 의지가 사라진다면 게임 산업의 성장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작의 작품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원작의 작품성을 훼손하거나 콘텐츠 개발이 미흡한 경우 이용자들은 바로 등을 돌리게 된다. 이는 흥행 실패와 직결되며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CNB=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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