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 정치부기자(이낙연 대표)와 정치인으로 만나 그동안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왔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첫 공식 석상에서 만났지만 ‘협치’의 훈훈함보다는 ‘신경전’이 오가는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10일 국회 사랑재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주재로 가진 오찬회동에서 첫 공식대면한 양당 대표는 마스크를 쓰고 함께 회담장으로 들어왔지만 표정은 무거웠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4차 추경을 신속히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신종 코로나19 방역이나 민생 지원을 위한 법안들도 조속히 처리하자고 합의했으나, 비말 차단용 가림판과 각자의 마스크 등 ‘3중 장애물’이 두 사람을 가로막은 듯 회동은 다소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 대표가 내놓은 ‘단독 영수회담’을 전제로 ‘협치’를 제안한 데 대해 “협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고 맞서면서 “원구성하는 과정에서 종전 관행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야 사이에 균열이 생겼고 그것이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시기 우여곡절을 반복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재배분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혀 분위기를 더욱 어색하게 만들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전날 이낙연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와의 면담에서 성사된 13세 이상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갑작스럽다. 정부 재정 안정성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국민은 한 번 정부 돈에 맛을 들이면 거기에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날선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는 회동 뒤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대면 의원총회에서 “내가 18일까지 추경이 통과되는 게 좋겠다고 말했지만 김 대표는 날짜까지 말하지는 않았다”고 전해 4차 추경을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고 합의했지만, 다소 모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문대통령과) 두 분이 만나셔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서 가진 이날 비공개 오찬에서는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ㆍ상법ㆍ금융그룹감독법) 처리 요청에도 특유의 ‘흘리기’ 전법을 구사하는 등 이견의 수위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자타 공인 ‘미스터 경제민주화니까 이 건은 합시다’라고 요청했더니 ‘협의하다 보면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으며,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정치적으로 조절된다는 의구심이 있으니 국회만이라도 전수조사를 하자”고 요청했고, 이 대표는 “투명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반대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의 조사 제안에 대해 박 의장이 “평등의 문제가 안 된다면 논의를 해보겠다”고 답했으나, 국회 근무 인원은 5440명(8월 기준)으로, 소요비용만 총 4억3500만원에 달하고, 이 검사로 인해 꼭 필요한 검사가 후순위로 밀리는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요구는 관철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