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모친상 조문행렬에 비판 목소리 "왜"

정의당 “성폭력에도 굳건한 정치권 연대”, 국회 페미모임 “조의, 개인비용으로”

심원섭 기자 2020.07.07 10:39:54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모친 빈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 등으로 광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상에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조문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정의당과 일부 여성단체들은 피해자의 고통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관계 인사들이 공식 조문에 나선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모친상 기간 동안 형 집행정지가 되어 현재 서울대 장례식장에서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모친의 빈소에 문상 온 여권 인사들에게 자신의 성범죄 유죄 판결이 여권의 정치적 악재로 작용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오전에는 이낙연, 오영훈 의원이 빈소를 찾아 안 전 지사를 위로했으며, 오후에는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변재일 홍영표 이원욱 송갑석 강훈식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손학규 전 민생당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안 전 지사와 오랜 인연이 있다는 법륜스님을 비롯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방송인 김어준씨, 배우 문성근, 이창동 감독,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씨 등도 빈소를 찾았다.

이낙연 의원은 안 전 지사와 두손을 맞잡은 채 “많이 애통하시겠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고, 안 전 지사는 담담하게 “위로해주셔서 고맙다”고 답했으며, 이 의원은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같은 시기에 도지사로서 함께 일했다. 2002년 대선 때 저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대변인이었고 안 전 지사는 노 후보 보좌진에 속해 있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안 전 지사는 여러 여권 인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으며, 특히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본인을 도왔던 변재일 강훈식 의원, 박영선 장관에게 고개숙여 미안함을 표했다고 한다. 

특히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은사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조문을 받으며 울컥해 눈물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해찬 대표는 안 전 지사와의 15분간의 면담 자리에서 “수감생활은 어떠냐.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고, 이에 안 전 지사는 “한 2년 남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 보낸 조화와 조기도 넘쳐났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박병석 국회의장, 권양숙 여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내정자 등이 보낸 조기와 박노해 시인이 보낸 조화 등이 눈에 띄었다.

 

안희정 전 지사의 모친상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조화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비롯해 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조문을 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의당은 조혜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오늘과 같은 행태가 피해자에게, 한국 사회에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춰지진 않을지 우려스럽다”며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조 대변인은 “이에 정치권력을 가진 이는 모두가 책임을 통감했고, 민주당 역시 반성의 의지를 표한 바 있다”며 “그런데 오늘의 행태는 정말 책임을 통감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2차 가해 앞에 피해자는 여전히 일상에서의 힘겨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 여성 근로자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도 성명서를 통해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의 모친상을 개인적으로 찾아 슬픔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안희정 씨는 더 이상 충남도지사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이름으로, 정당의 이름으로, 부처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화와 조기 설치비용은 국민의 혈세로 치러졌을 것”이라며 “안 씨 모친상에 국민의 세금으로 조화나 조기를 보낸 정치인들은 이를 개인비용으로 전환해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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