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에서 '촉진자'로? 文대통령, 이번엔 '패싱' 면할까

3차 북미정상회담 ‘역할론’ 카드 꺼내든 이유

심원섭 기자 2020.07.02 11:03:0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노력 등 ‘촉진자 역할’ 카드를 꺼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 집행부와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간의 대화 노력이 한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으며 이를 두고 지난 1일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북미 간 대화는 북미정상회담”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미국이 최근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낮게 점친 것을 고려하면 이는 다소 의외의 행보다.

 

특히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 싱크탱크 행사에 참석해 북미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말에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본다”고 답한 바 있다.

미국의 이러한 언급에도 문 대통령이 3차북미정상회담 노력에 불을 지핀 이유는 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에서도 북미정상들은 서로를 직접 비난하는 언사는 없었다는 점에 기인한다.

 

북미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톱다운’식 해결 여지가 남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이 최근 문 대통령과의 화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하는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유효한 상황이라는 점도 문 대통령의 역할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여러 정황들로 볼때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 신뢰가 여전하다면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다고 결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선이 다가올수록 백악관의 현안에서 비핵화 이슈가 후순위로 밀릴 확률이 높은 만큼 문 대통령은 현시점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뭐든지 시도해봐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재선 가도가 흔들린다는 평가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도 판을 흔들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시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중국 변수 때문에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서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대선 전략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며 “이러한(3차 북미정상회담) 아이디어에 대해 백악관과 공화당 쪽에서도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차북미정상회담 등 또다시 ‘촉진자역’ 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 그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남북미정상회담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대화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만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현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 남북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북은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강경모드로 돌아선 상태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2일 오전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남북은 물론 북미 간의 대화까지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서 미국 측도 문 대통령의 3차 북미정상회담 주장에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3차 북미정상회담이 핵 문제와 대북제재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CNB=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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