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체인지①] SKT·KT·LG유플러스…생중계 패러다임 바꾼 이통사들

갈 수 없는 객석…무대를 실감나게 연결

선명규 기자 2020.06.26 09:46:46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1일 슈퍼주니어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에서 3D 혼합현실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 중에 무대 뒷편에서 거대한 최시원씨 3D 혼합현실 이미지가 튀어나와 12m 높이의 공연장을 가득 채웠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대화를 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 영상은 전 세계 12만3000여명의 온라인 관객에게 생중계됐다. (사진=SK텔레콤)

 

이미 많이 바뀌었지만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을 전복하면서 생활, 문화, 경제에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초점은 비대면에 맞춰진다. 사람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산업 전반에 로봇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갈 수 없는 현장을 그대로 옮기는 연결의 기법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사람 간 맞대지 않고 사는 세상은 얼마큼 가까이 왔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CNB가 코로나 시대의 현재를 살피고 앞날을 내다봤다. 첫 번째 편은 안방과 무대를 잇는 이동통신사들 이야기다. <편집자주>

손 안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LGU+가 옮긴 공연에 ‘브라보’
KT는 일주일간 콘서트 생중계

 

“우리 언닌 항상 날 칭찬했지/ 나도 언니처럼 무대 위/ 오페라 가수 될 수 있댔지만/ 나는 인생을 즐겼다네…/ 내 인생 즐겨라 꿈속에서 살 듯/ 머리엔 장미꽃을 꽂고 샴페인에 취해”

격앙되는 반주 위로 고조되는 목소리가 얹힌다. 콘스탄체(김소향)가 ‘난 예술가의 아내라’를 부르는 장면. 배우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어 본다. 비말을 사주경계해야 지당한 지금, 이게 무슨 큰일 날 소리인가 싶지만 괜찮다.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모차르트’가 AR(증강현실) 기술과 만나 휴대전화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손 안에 무대를 띄운 관중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댓글에 담아 보낸다. “Bravo!”

대면에서 오는 감동을 고스란히 받을 순 없겠지만 배우가 건네는 감정은 전해진다.

LG유플러스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모차르트’를 증강현실 콘텐츠로 제작해 자사 ‘U+AR앱’으로 옮긴 기능 중 눈과 귀가 먼저 가는 곳은 AR오르골 영상. 주요 공연곡을 감상할 수 있는 이 기능을 통해 ‘나는 나는 음악’, ‘황금별’ 같은 대표곡들을 박강현, 신영숙 등 출연진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실제 세트장처럼 꾸민 배경 위에 선 배우들이 절절한 연기와 함께 세세한 감정을 담아 부른다.

공연 보고 배우들과 사진까지

몰입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점도 특징. 감동은 얼마든지 되감을 수 있다. ‘N차 재생’이 가능하고, 원하는 장면만 돌려보는 구간 반복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 같은 공연장을 찾는 ‘N차 관람’을 할 필요가 없다. 관람 이후 마무리는 ‘AR포토 스티커’를 통한 출연진들과의 포토타임. 나의 모습을 카메라로 비춰 화면 속 배우들과 실제로 함께한 듯한 사진, 또는 영상을 남길 수 있다.

최윤호 LG유플러스 AR/VR서비스담당 상무는 “뮤지컬 작품과의 협업 작업을 통해 공연에 목말라 있는 관객들에게 AR기술로 새롭고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게 됐다”며 “다양한 문화콘텐츠와의 협업으로 5G콘텐츠의 활성화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올해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모차르트!’를 뮤지컬 작품 중 최초로 증강현실 콘텐츠로 제작, U+AR앱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사진은 콘스탄체(김소향)가 ‘난 예술가의 아내라’를 부르는 장면을 캡처한 모습


생생해서 기괴한(?), SK텔레콤의 혼합현실

코로나로 많은 게 끊어진 시대. 연결이 주업인 이동통신들이 최근 주목하는 무대는 가수들의 공연장이다. 특히 한류스타들이 온라인 공연으로 세계 팬들과 만나는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이곳을 신규 콘텐츠와 색다른 중계 서비스를 선보이는 장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 세계서 12만3000명이 관람한 그룹 슈퍼주니어의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에서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보기에 따라 기괴한데 어쩐지 웃음이 난다.

발단은 이랬다. 무대에 드문드문 선 멤버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외쳤다. “(최)시원 씨는 어디 갔죠?” 두리번거리며 찾는 것도 잠시, 이내 최시원이 뒤에서 불쑥 등장하자 모두 혼비백산했다. 램프에서 나온 요정 지니처럼 거대한 체구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놀라서 주저앉은 멤버들을 내려다보던 그가 사람 키만 한 손을 들고 말했다. “여러분, 미래를 만날 준비가 되었나요? 제가 외칠 테니 따라해 주세요. ‘No Challenge? No Change(끊임없이 도전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12미터 크기의 이 ‘거한’은 SK텔레콤의 혼합현실 제작소 점프스튜디오에서 만든 작품이다. 최시원씨를 106대의 카메라로 1시간 동안 촬영 후 3D 혼합현실 콘텐츠로 완성했다. 여기에는 3D 모델링, 애니메이션 기술이 활용됐다.

제작에 걸린 시간은 단 하루. SK텔레콤 측은 “점프 스튜디오는 AI, 클라우드, 3D 프로세싱, 렌더링 기술로 기존 3D 모델링 작업의 수작업 공정을 상당 부분 자동화함으로써 콘텐츠 제작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 이번 작업에서도 이러한 강점이 발휘됐다”고 설명했다.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씨가 SK텔레콤 점프스튜디오에서 3D 혼합현실 이미지를 촬영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점프스튜디오에서 최시원씨를 106대의 카메라로 1시간동안 촬영 후 단 하루만에 3D 혼합현실을 완성했다. (SK텔레콤 제공)

KT는 장시간 진행되는 온라인 K팝 콘서트를 연이어 생중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달 20일부터 26일까지 7일간 매일 4시간씩 진행되는 CJ ENM의 ‘케이콘택트 2020 서머’를 올레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Seezn(시즌)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장기 생중계’를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CNB에 “30시간에 달하는 공연을 실시간 내보내는 건 드문 일”이라며 “그동안 중단, 또는 취소된 공연에 대한 갈망과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했다.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ICT 인프라와 기술역량으로 다른 산업의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수 있다고 역설한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사진=각 사)


“포스트 코로나의 주역은 통신업”

이동통신업계 수장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앞두고 쇄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술,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개발에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며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3일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 언택트 트렌드는 초연결성을 제공하는 ICT기업에게 위기이자 기회”라며 “이동통신부터 뉴(New) ICT사업, 기업 문화까지 새로운 시대에 맞게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박 사장은 이어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슬로우다운(천천히 행동하기)을 요구하고 있지만, ICT기업은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변해야 한다”며 “전 영역에서 구시대 공식을 모두 깰 때”라고 덧붙였다. 천지개벽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통신업계의 역할론을 역설했다.

구 사장은 지난 19일 마츠 그란리드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사무총장과 글로벌 ICT 업계 현안을 논의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은 ICT 역량”이라며 “통신업계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가 구축한 ICT 인프라와 기술역량으로 다른 산업의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까지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코로나 이후, 5G의 핵심인 초저지연·초연결성을 내세운 이동통신사들이 여러 산업을 잇는 허브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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