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사면론 수면 위...문희상 국회의장 "겁내지 않아도 된다"

33년 정치인생 고별회견…“적폐청산서 통합으로 전환해야”

심원섭 기자 2020.05.22 09:34:31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제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사면을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은 21일 33년 정치인생 고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론을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문 의장은 “이제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사면을 주장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도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은 지금이 제일 좋다. 여야가 모여서 작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모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들이다. 개헌은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사안이며, 내각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 또한 20대국회에서 논의되다 여야 입장차가 워낙 커 보류된 사안이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33년 정치인생에 마침표를 찍게 된 소회를 밝히면서 “이번 21대 국회가 과감히 통합의 관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에는 물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문 의장은 “모든 집권자들이 초장에 대개 적폐청산을 갖고 시작한다”며 “그런데 시종일관 적폐청산만 주장하면 정치보복의 연장이라는 세력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면 개혁 자체의 동력이 상실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문 의장은 “그것(사면)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 판단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분(문 대통령)의 성격을 미뤄 짐작컨대 민정수석 때의 태도를 보면 아마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임기를 2년 남긴 문 대통령에게는 “초심만 변치 않고 그대로 하면 된다. 그분은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야당 당사를 전부 방문했다. 그런 마음을 지금은 왜 못가지겠나. 더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의장은 “여야정협의체를 왜 못만들겠나. 이럴 때일수록 더 만들어야 한다. 밀어붙일 생각하지 않고 합의를 도출하려는 생각을 하면 이럴 때보다 통합의 적기는 없다”며 “오만에 의해 하루아침에 몰락한 열린우리당의 경우를 보지 않았나. 수많은 사람이 당선돼도 어느 순간 궤멸하는 말 실수로 분열을 자초하고 망하는 지리멸렬을 많이 봤다. 오히려 지금은 통합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의장은 “촛불 혁명의 완수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국정농단과 비선실세가 있던 게 분명하고 역사적으로 응징하려면 개헌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으려면 내각제 뿐이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그래서 국무총리의 권한을 보완하면서 책임총리로 가자는 게 내 주장”이라며 “총리를 국회에서 2명을 뽑아 대통령이 한명 고르게 하고 실질적으로 내각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해임건의권와 임명제청권을 헌법에 있는 그대로 시행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1945년 경기 의정부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6·3학생운동 등의 경력이 문제가 돼 임용에서 탈락했다. 1988년 평화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해 1992년 14대 총선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 의정부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한 뒤 20대 총선까지 6선 의원을 지내는 등 정치를 시작한지 33년 만에 정치 무대에서 퇴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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